연극, <미소-춘향연가> - 외국인을 위한 퍼포먼스 극
글 작성자: 레이니아
반응형
본 리뷰는 위드블로그(Withblog.net)의 체험단으로 선정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이니아입니다. 이번에도 조금은 의외였던 위드블로그의 당첨으로 인해 정동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미소-춘향연가>(이하 춘향연가)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관람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어찌되었든 환영할만한 일입니다만, 여태껏 초대로 보았던 연극이 꼭 하나씩 아쉬움이 보였던 점과 외국인을 타겟팅한 연극이라는 사전정보를 접수하여 조금 걱정이 되었었습니다^^;
아무튼 주어진 기회! 즐기러 수요일 오후 시간을 내어 시청 정동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정동극장의 모습입니다.)
해가 쨍쨍한 한여름의 시청앞은 왜이리 덥던지요. 조금 서둘러 도착한 정동극장에는 무더위가 한가득이었습니다. 그래서 들어간 길들여지기 카페. 무심코 본 메뉴판에 있는 맥주를 보고 기분도 낼겸 대낮부터 맥주도 한잔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역시 더울 때 먹는 맥주가 청량감은 최...최고인 것 같습니다. 아하하하...(...)
표를 받고 들어갔는데 앞에서 4번째줄 정 가운데를 받았습니다. R석이었는데요. 무척 값비싼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배우들의 얼굴 표정하나하나 캐치가 가능한 명당자리를 받았더라구요. 호사하고 왔습니다.
(호사인증 컷)
그럼 짧게나마 연극 평 시작하겠습니다.
첫째, 서사가 극단적으로 생략되었다. 춘향전의 내용은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고전이지만, 외국인에게 있어선 춘향전의 스토리는 물론이거니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서 내용을 우리가 알고 있는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춘향연가>가 선택한 것은 서사구조를 사전에 제시하고 이를 극단적으로 생략해버리는 것이었다.
<춘향연가>는 공연이 시작될 때 나오는 약간의 설명화면으로 춘향전의 개략적인 스토리를 제시하고 이러한 흐름에 맞추고 중요한 부분만 짚어 넘어가는 구성을 꾀한다. 더불어 서사가 진행되는 부분에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장면을 어떡하면 아름답고 조화롭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 것 같았다.
서사구조를 생략하기 위해서 <춘향연가>가 채택한 방법은 한가지가 더 있다. 바로 대사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연은 논버벌(Nonverbal)[각주:1]으로 구성되어있다. 몇몇 장면이라고 해봤자 노래가 나오는 장면과 처음에 환영인사를 하는 장면정도니 대사를 전혀 쓰이지 않았다고 무방하겠다.
또한 각 인물의 캐릭터성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단적인 예로 변학도가 있는데 이전의 탐관오리라는 캐릭터에서 벗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극 초반부터 등장하여 처음에는 누가 몽룡이고 누가 변학도인지 모를정도이다. 후반에 가서도 개인적으로는 몽룡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하고 개성적으로 드러낸 점은 좋으나, 캐릭터의 성격을 강조한 대상이 변학도 이외엔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서사구조를 제거하는 바람에 이러한 부분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몽룡보다 매력적이었던 변학도)
두번째로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춘향연가>는 외국인을 겨냥해서인지 극 안에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를 빠짐없이 담으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사물놀이는 물론이거니와 오고무, 탈춤 및 전통무용 등에 이르기까지[각주:2]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우리 문화의 요소를 담아 놓았다.
이러한 요소들을 사용하여 <춘향연가>는 관람 대상을 정확히 외국인들로 잡았다. 이러한 전략은 유효하다. 대신 그만큼 전략이 맞지 않는 관객들도 있으니 이는 내국인들이다.
(겉멋만 든 퍼포먼스로 비춰보이는 점은 문제다.)
또한 서사가 극단적으로 제거되어 버린점은 내국인들에게 있어서 무척 지루해질 수 있다. 또한 스토리 부는 짧게 끝나고 나머지 시간을 사물놀이에 사용하는데, 이 부분은 내국인의 입장에서 솔직히 지겨웠다. 애초에 기대했던 춘향전과는 철저히 유리된 이 퍼포먼스의 나열은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주려고 한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난 비빔인서울 공연보다 못했고 더불어 지루했다.
결국, <춘향연가>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극이기 때문에 내국인에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연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포토타임이 끝나자마자 도착한 버스에 우루루 몰려타고 딱 출발해버리니 정동극장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어지더라. 다시한번 외국인을 대상으로 잘 선정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다시한번 외국인 지인이 있다면 모를까 내국인에게는 추천해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심어린 촬영입니다OTL)
※ 위 사진들의 출처는 정동극장이며, 각 사진의 저작권은 출처에 따릅니다. 사진은 리뷰를 위해 게시되었으며, 문제 시 삭제하겠습니다.
반응형
'Culture > 연극(Dra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몸을 관통하는 카타르시스 (8) | 2011.08.22 |
---|---|
연극, <달콤한 비밀> - 여름밤의 달콤한 단막극선 (8) | 2011.08.02 |
연극, <더 라인> - 힘이 부족한 직구 (24) | 2011.07.11 |
연극, <수업> - 이게 어딜봐서 스릴러 연극이라는 것인가. (12) | 2011.07.01 |
연극, <훈남들의 수다> - 남자들의 수다는 뭐 다른게 있나요.. (14) | 2011.05.11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몸을 관통하는 카타르시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몸을 관통하는 카타르시스
2011.08.22 -
연극, <달콤한 비밀> - 여름밤의 달콤한 단막극선
연극, <달콤한 비밀> - 여름밤의 달콤한 단막극선
2011.08.02 -
연극, <더 라인> - 힘이 부족한 직구
연극, <더 라인> - 힘이 부족한 직구
2011.07.11 -
연극, <수업> - 이게 어딜봐서 스릴러 연극이라는 것인가.
연극, <수업> - 이게 어딜봐서 스릴러 연극이라는 것인가.
201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