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더 라인> - 힘이 부족한 직구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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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위드블로그(Withblog.net)의 체험단으로 선정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 라인
김민정 작, 서지혜 연출, 2011
레이니아입니다. 여태껏 수차례 응모하였지만 매번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위드블로그에서 모집한 연극 체험단에 당첨... 아니 선정되어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레뷰를 제외하고 어딘가에서 지원을 받아 연극 관람은 처음이라 꽤 신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연극 <더 라인>을 관람하기 위해 초연시간을 찾아 대학로에 있는 설치극장 정미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설치극장 정미소의 모습입니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초대권을 수령받고 기다리다가 줄을 서서 입장하였습니다. 자유석이라서 그런지 문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후다닥 줄을 서야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는데요. 왜 굳이 자유석 시스템을 도입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맘편히 연극보고 싶은데 줄서서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그다지 달갑진 않더군요.
(무대의 모습입니다.)
그럼 연극평을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더 라인>은 말그대로 ‘선(The Line)’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선은 공간과 공간을 나누는 선이다. 즉, 국경선으로써 한 가족의 집을 정 가운데로 갈라버린 선은 실제로는 노란색 테이프를 붙인 것에 불과하지만 그 행위로 인해 이쪽과 저쪽의 경계가 생기고 이쪽과 저쪽의 다름을 가져온다. 설령 그것이 가족이라 할지라도.
같은 집에서 화장실을 갈 때 국경 통행증을 지참하고 출국/입국 목적을 밝히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든지, 화장실에 휴지를 가져가는 것도 세금을 떼거나 멋대로 선을 넘어간 휴지는 귀순을 해야하고 상대방은 그걸 사살해야하한다는 국경을 지키는 사람들의 쓸데없이 완고한 모습은 절로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한 서류상으로는 전쟁통에 죽은 것으로 기록된 할아버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죽은 사람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국경선 따위는 아랑곳않고 드나들며 치매끼가 있어 국경 수비대, 경비대를 자신의 두 아들로 착각하고 대하는 행동 역시 웃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는 단순히 웃을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연극 내에도 소개가 되어있지만 크고작은 전쟁이 발발하였고 이번이 58번째 휴전협정이라고 한다. 즉, 58번의 전쟁을 겪은 두 나라의 경계선이 집 한가운데 그어져있고 군인들이 상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휴전이 끝나는 순간 어떠한 결과로 돌아올지는 자명하다. 비극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한 나라가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갈라져서 통행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비극적인 일이다. 즉, ‘이 비극적인 일을 한걸음 멀리 떨어져서 보자.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라는 이야기를 연극은 하려고 한다. 한 집에 사는 가족을 통해서. 이는 무척 상징화된 요소가 적은, 야구로 따지자면 직구를 쭉하고 던지는 것이다.
한가지 더있다. 서류가 사라진 미국적의 노인도 국적 정체성을 따질 수 없으나, 임신한 엄마 밑에서 태어난 아이. 이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그 순간만큼은 동과 서가 하나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대사. “이 아이는 복수국적자에요.” 이는 이러한 분쟁을 와해할 수 있는 다음 세대로서의 아이로 태어난 것이다.
회상은 무척 슬프고 그로 인해 동과 서의 군인이 암묵적으로 화해를 하는 계기가 되긴 한다. 허나 전쟁터에 끌려가는 것이 무서워서 숨어있었다는 내용이 왜 등장을 해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많이 생각해서 ‘전쟁은 누구에게나 무섭고 슬프다.’를 표현하는데 사용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전체 연극의 주제와는 동떨어진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중간중간 땅을 파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은 정말 당혹스러웠다. 웃기고 싶어서 넣은 부분인지 아니면 배우의 활동량이 적어서 넣은 부분인지 모를정도로 무슨 의도로 넣었고 또 왜 저러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심정적으로 공감도 무엇도 느끼지 못했고 ‘도대체 왜 저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웠다.
그리고 결말이 무척 아쉬웠다.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는 것까진 좋았으나 갑작스러운 분위기의 급반전은 관객입장에서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부분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인상깊었다. 모두가 쓰러진 집, 집을 가로지르는 노란색 선과 조명 한가운데 쓰러진 엄마. 그리고 엄마의 품에 안겨 우는 아기... 그러나 이 마지막 장면은 불필요한 사족이라는 생각이다.
마지막 장면이 그래도 희망의 씨앗(다음세대)은 남아있다를 어필하는 것일지도 모르나, 이는 여태 진행해온 방향과 동떨어진다. 직구로 날아오다가 급작스럽게 변화구로 바뀌는 느낌이랄까? 솔직한 주제를 감추려고 하는 것일지는 모르나 오히려 이 결말 때문에 전체적인 연극의 완성도가 허투루 보인다는 점은 문제다. 마치 중간까지 잘써놓고 이 결말을 넣고 싶어서 스토리를 우겨넣는 것 같은 모양새다.
첫 장면에서 음악에 맞춰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는 음악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또한 전체적인 음향이 시끄러워서 귀가 먹먹한데 동과 서쪽 나라 군인들이 호루라기를 온힘을 다해 삑삑 불어대는 통에 귀가 아파서 자리에 앉아있는게 무척 힘들었다. 당장에라도 뛰쳐 나가고 싶었고 ‘내가 왜 앉아서 이런 고문을 당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아니다. 그 외의 효과음부터 배경음까지 정말 너무 시끄러웠다. 연극을 보고 나와서 귀가 먹먹하고 돌아가는 길에 이명을 느낀 연극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관람한 날이 초연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정말 빨리 수정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다소의 단점이 있지만 분명 <더 라인>은 직설적이고 솔직한 연극이다. 배우들도 호연했다고 생각하며 웃을 수 있는 소재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필요없는 부분을 좀 더 덜어내고 그 솔직함과 직설적인 부분을 시원하게 살렸으면 연극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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