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달콤한 비밀> - 여름밤의 달콤한 단막극선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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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극단 아리랑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포스트입니다.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이니아입니다. 비가 콸콸콸오던 일요일 연극을 보러 혜화역에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극단 아리랑에서 상연하는 <달콤한 비밀>을 보러가기 위해서였는데요. 극단에서 초대를 하여 보러갔었습니다. 나름 꾸준히 연극을 보고 그 경험을 부족하게나마 글로 남기다보니 이렇게 계속 새로운 연극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개인적으로는 흐뭇합니다.
(달콤한 비밀입니다.)
남들에게 알리긴 조금 부끄러운 글이지만, 이렇게 글을 한 편 쓰는데 생각보다 오랜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기회는 어찌보면 조금 '비효율적인' 글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평소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연극을 선택하고, 다양한 연극을 보면서 좋아하는 연출가나 배우, 극단 등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기쁨이 즐거워 쉬이 멈출 수가 없는게 또 사실이기도 합니다.
거센 비를 뚫고 먼길 달려간 혜화, 과연 연극은 어땠을까요? 그럼 연극에 대해 짧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밖은 비가 와서 못찍고 무대 한장 겨우 찍었네요.)
아이가 복국을 먹고 잠들면 죽는다는 이야기를 굳게 믿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을 견뎌내려는 아들. 그러한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약간은 허황된 자신의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 기억은 해변에서 사별한 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 엄마의 오빠(삼촌)을 만났을 때, 군대 휴가 중에 임신한 엄마를 만났을 때로 이어진다.
(이발을 하면서 듣는 아버지의 기억이 제재다.)
사실 원작인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각주:1]를 썩 재미있게 읽은 편이 아닌지라 <아버지 날다>를 보면서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또한 다양한 장소의 변화와 화자의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우선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그러한 생각은 기우에 그쳤다.
개인적으로는 원작보다 각색한 연극이 더 마음에 들었다. 다만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은 조금 약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단막극을 보면서 그러한 우려 역시 누그러졌다. 원작의 내용도 잃지 않고 재미있고 밝게 그려낸 훌륭한 각색이 빛나는 단막극이었다.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걱정했던 해변 장면. 조금 아쉬웠다.)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을 꿈꿔왔던 시청 공무원에게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모델하우스를 빌린 가족,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안고 연극은 시작한다. 조금 뒤늦게 도착한 딸은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없어 실수를 하지만, 상황을 알고 수습을 도우며 동시에 공무원에게 의구심을 품게 된다. 이러한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극에서 재미를 유도하는 배경이 된다.
(아슬아슬한 상황은 관객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이 극에서 단연 백미는 좌중을 압도하는 이른바 ‘오글거림’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한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단연 돋보였다. 또한 거짓말을 감추기 위한 이들의 필사적인 노력이나,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독백, 극의 제목을 이용한 언어유희와 이에 맞는 선곡 등 자잘한 부분에서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가 풍부하게 담겨있어, 배우들의 연기와 맞물려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외의 연극의 구성은 조금 단조롭다.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비밀이었고 결과 역시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또한 다른 극에 비해 조금 깊은 맛이 떨어지는 점은 <허니허니>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말은 해피엔딩!)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닭의 표현이었다. 닭 하나하나에 배역을 설정하여 닭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더욱 훌륭히(?)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닭의 무시무시한 아이라인과 함께 특히 ‘꼬꼬’역을 맡은 김종선씨의 닭 표현 연기에 극을 보는 내내 시쳇말로 ‘빵터지면서’ 감상할 수 있었다.
(닭의 표현은 웃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더불어 인상깊었던 점은 전통악기의 활용이었다. 북과 장구, 꽹가리 등 다양한 악기를 극에 맞춰 연주하여 토속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리드미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극 말미에 장구와 북이 경쟁하듯 연주하는 부분은 조금 과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 외의 부분은 여타 다른 전통극(?)들과 비교해 봤을 때, 적절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연극을 아우르는 개그코드가 잘 살아있어서 원작을 훼손하지도 않고 분위기도 잘살린 무척 잘 만들어진 단막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백꽃의 백미)
배우들이 각 단막극 사이에 교차되어 등장하는데, 이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점도 인상깊었고(역시 꼬꼬가 가장 인상깊었다.) 전 단막극에 고루 퍼져있는 개그코드를 보는 재미도 훌륭했다. 공연 전 안내 부터 공연 끝자락에 이르기까지 배우들의 연기와 개그코드가 들어있는 안배를 보면서 참 ‘센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팜플렛에 나와있는 소개처럼 여름밤의 달콤한 이야기를 보며 기분좋게 웃고 나올 수 있는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척 기분좋게, 즐겁게 본 연극이었다.
(재미있었다.)
※ 위 사진들의 출처는 극단 아리랑이며, 각 사진의 저작권은 출처에 따릅니다. 사진은 제공을 받아 게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는 단편소설집인 <달려라 아비>에 수록되어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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