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둑들> - 오션스 일레븐에서 범죄의 재구성으로...

영화를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둑들
최동훈 감독,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임달화, 김해숙, 오달수, 김수현 외 주연, 2012

  지금 와서 쓰려니 또 조금 한 물 가버린 <도둑들> 감상입니다. 시의성 놓치는 것은 정말 수준급이라 자평합니다..ㅜ_ㅜ

캐릭터가 불러오는 즐거움

  <도둑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무엇보다도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전지현... 아니 출연하는 배우들이었습니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등등... 영화계에서 내노라 하는 배우들에 임달화까지(!!!) 정말 바라만보아도 좋은 배우들이 총 출동한 것을 보고 시쳇말로 뿅~ 가버렸지요.

  어딘가에서 <오션스 일레븐>을 언급했었는데요. 저도 시놉시스 정도만 보고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덧붙여 저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았고, 또 좋아하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제 기대는 빗나갔지만요.

  하지만, <오션스 일레븐>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배우들이 모이고, 각자의 캐릭터를 맡아 움직이는 것을 보는 재미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장면을 보겠어...'^[각주:1] 싶더라구요.

(좀처럼 한데 보기 힘든 얼굴들)

  다만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면 제가 늘 하는 걱정인 캐릭터의 영향력에 대해 걱정이 부각됩니다. 이 부분은 역시 조금 아쉬웠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각자 제 말만 하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그러므로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데요. 약간 평가가 갈릴 것 같습니다만, 제 경우엔 조금 아쉬운 완급 조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구조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는 (필요한 경우) 과거도 있고 설정과 역할도 명확하게 잡혀있습니다. 이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한 것은 사실이에요. <도둑들>을 보면서 (이미 다른 매체에서 수없이 반복했지만) 특히 전지현에게 호감이 갔습니다. 영화 캐릭터 성격은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인데요.

(전지현)

  다른 매체에서 이야기했던 '엽기적인 그녀'의 부활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엽기적인 그녀가 2001년 작품임을 생각하면 전지현이 이 영화이후 참 멀고 먼 길을 돌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는 영화에서 김혜수가 훨씬 예쁘게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전지현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각주:2]였어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풀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중요한 점은 모든 배우들이 연기가 비교적 좋았고 캐릭터도 잘 살아있었다는 점이에요. 아, 독특한 캐릭터성과는 별개로, 캐릭터 네이밍 센스는 정말 엉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조에 대한 이야기

   <도둑들>의 구조가 짜임새 있냐?에 대한 제 대답은 아니오. 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살펴볼텐데요.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부분 중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말씀드린 것 기억나시죠? 우선 그 이유는 영화에 대한 기대값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감상문의 부제는 원래 '<오션스 일레븐>으로 시작해서 <범죄의 재구성>으로 끝나다.'였는데요.

  이 표현이 영화의 성격을 단적으로 짚어줄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러다보니 저처럼 <오션스 일레븐> 식 영화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꽤 생경한 구조가 튀어나오는 격이죠. 단순한 오락영화를 기대한 사람의 기대값과는 다른 결과값이 도출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인상깊었던 스턴트)

  하지만 단지 호불호만으로 구조의 짜임새가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씩 살펴볼께요.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이 거대한 계획이 실제로 설계자의 다른 목적에 의해 설계된 계획이라는 것과 부분부분 약간의 반전이 있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짜임새를 본다면 후반부의 내용이 전반부의 설정을 의미없게 만들 정도로 무게가 달라서 균형이 맞지 않는 느낌이에요.

  사실 <도둑들>에서 실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부분이었고, 따라서 이 부분과 관련 없는 캐릭터는 퇴장을 시켜야 하죠. 그런데 전반부에서 벌려놓은 일이 너무 많아서, 이 캐릭터들을 퇴장시키기가 어려워진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몇몇 캐릭터의 퇴장은 작위적이고 조금 갑작스럽고, 뜬금없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요?

주제 그리고 장르적 연출

  최동훈 감독의 인터뷰를 슬쩍 본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일반적인 사람의 군상이 아닌 범죄자들을 조명하는 이유가 단순히 범죄라는 소재 때문이 아니라 범죄자들의 역학관계를 살펴보고 싶기 때문이라는 류의 이야기였는데요. <도둑들> 역시 감독의 그 주제와 걸맞는 영화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만 주제를 그려나가는 연출에 대해선 위의 구조와 마찬가지로 아쉬운 점을 조금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도둑들>을 보고나서 이 영화의 장르를 고민해보면 조금 고민되시리라 싶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액션이라 하기도 그렇고 스릴러라고 하기도 그렇고요...

  이렇게 장르가 모호한 이유는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영화에 녹여내려는 연출 시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서로 속고 속이는 케이퍼(caper) 장르나 르와르,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핵심 장면이 <도둑들>에선 모두 등장합니다. 좋은 점을 살펴본다면, 비교적 다양한 장르의 느낌을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겠지요.

(어느 하나 떼어놓고 어설픈 컷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다양한 장르의 요소가 뒤섞여 영화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그래서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 무슨 영화를 봤는지 돌아보면 마땅히 기억나는 게 없는 것이죠. 그리고 색이 강한 장르, 각각 높은 수준의 개성 강한 장면들이 만나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은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고요.

  어디에 무게를 실을지는 관객 개개인의 판단입니다만, 저는 여기서도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요. <도둑들>에서 무엇을 기억나냐고 묻는다면 임달화의 총격씬과 김해숙의 대사가 기억난다고 대답할 겁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영화의 핵심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즉, 전 영화의 핵심보다 다른 부분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호불호가 나뉜다.

  애초에 영화의 장르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어떤 주제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따라서 호불호가 꽤 갈릴 영화입니다. 제 경우에 영화의 흥미 자체는 다양한 캐럭터의 힘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감독의 행보를 지켜봐왔을 때, 주제적인 면이나 연출적인 면에서 오히려 퇴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영화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영화의 완성도 때문에 재미있는 것이 아닌, 지엽적인 요소 때문에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범죄의 재구성>으로 끝나려면 아예 좀 더 확실하게 무게를 잡는 게 어떨까 싶었습니다.

(분명히 재미는 있었지만요.)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영화, <스텝업4:레볼루션> - 기승댄스!
-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 시리즈의 완성
- 영화, <간기남> - 겨우 캐릭터가 살려낸 영화
-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 영화, <은교> - 나의 영원한 처녀

1. 곧바로 <여배우들>이 떠오르긴 했지만 이건 너무 사실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시큰둥했던 것 같아요. [본문으로]
2.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리고 여기까지가 배우 전지현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성의 한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