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우리 결혼 할까요?' - 얼굴이 화끈화끈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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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결혼 할까요?
박정찬 연출, 유동흔, 태항호, 장진향, 이수나, 김태범 외 출연, 2013
박정찬 연출, 유동흔, 태항호, 장진향, 이수나, 김태범 외 출연, 2013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연극 <우리 결혼할까요?>에 대한 감상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연극 <우리 결혼할까요?>는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상연 중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예술마당에서 보고 온 연극의 완성도가 높아서 연극을 보러 가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하고 다녀왔습니다.
연극에 대한 감상은 본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본문 시작하겠습니다.
단조로운 구성
한 커플 혹은 두 커플의 이야기가 꼬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왕좌왕할 때, 멀티맨이 등장하여 분위기를 반전시킵니다. 멀티맨은 상황을 더 심각하게 하거나 혹은 전혀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돌리는 역할을 하는데요. 상황을 더 심각하게 했을 때도 본인이 퇴장하면서 이야기를 해소하고 퇴장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멀티맨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든 한 구조의 결론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조도)
이런 구조가 계속 반복되면서 <우리 결혼할까요?>의 큰 흐름을 이루게 되는데요. 이 구조 자체는 무척 완성도가 높습니다만, 이 구조가 반복되면서 쉬이 식상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식상해짐을 방지하기 위해 구조에 변주를 넣어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텐데요. 아쉽게도 <우리 결혼할까요?>의 구조에서 이러한 변주를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결국, 식상해짐을 피할 수가 없어요.
구조 하나만 놓고 본다면 꽤 잘 만들었습니다. 무게감도 적당하고 담겨있는 내용도 좋고요. 멀티맨을 적극 활용한 재미 요소도 무척 뛰어난 편입니다. 특히, 연극의 재미는 멀티맨을 빼놓고 나면 말하기가 어려운데요. 한편으로 멀티맨이 등장함으로써 갈등의 해소가 일어나는 구조는 그리 건강한 구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멀티맨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같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구조가 변주 없이 반복되는 구조도 연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아쉬웠던 배우
제 경우에는 다른 연극을 통해서 멀티맨 역을 맡은 배우를 봤었는데요. 그때도 비슷한 레퍼토리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멀티맨이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살짝 식상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저와 함께 본 지인은 전혀 그런 걸 느끼지 못하고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 외의 배우들은 약간 불만족이었습니다. 극본에서는 분명히 인물의 특성을 살렸던 것 같으나 실제 극에선 그 특성이 묻어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남자 배역은 비교적 괜찮았으나 여자 배역이 아쉬웠습니다. 까칠한 도시여자 ‘도도희’와 외모는 떨어져도 푸근하고 정이 많은 ‘진솔희’가 각각 비교되는 역인데요. 실제 극에선 외모가 별로 비교되지 않더라고요.
(등장하는 배우들)
둘 다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보니 행동으로 격차를 만들려고 했습니다만, 이마저 용이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진솔희를 보고 놀라는 배우들의 감정을 이해하기 조금 어렵지 않나 싶었습니다. 설정된 배역보다 더 예쁜 게 단점이라니, 배우 개인에겐 엄청난 칭찬인 것 같습니다만, 확실히 몰입되지는 않았어요.
소재와 주제
남자와 여자가 부딪치며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조금 기대를 했습니다만, 결국은 웃음거리로 넘어가고 말더라고요. 결국 <우리 결혼할까요?>에서 ‘결혼’은 단순히 갈등을 유발하는 상황과 배경 설정에 그칠 뿐, 주제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연극의 주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결혼’보단 ‘웃음’에 더 욕심을 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걸 주제랍시고 이야기하려 붙잡고 있는 제가 멍청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예술마당에서 공연한 연극을 봐오면서 <우리 결혼할까요?>는 제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작품이라 많이 슬펐습니다. 같이 간 지인은 재미있었다고 했지만, 단순히 상황이 웃겼던 것이지 연극 자체가 재미있지는 않아 보여서 무척 민망하기도 했고요.
다른 매체를 통해서 ‘예술마당’에서 상연하는 연극은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연극이나 뮤지컬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쉬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제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저를 패주고 싶었습니다… 얼굴이 화끈화끈하네요.
첫 상연이 아닐까… 하고 지레짐작을 합니다만, 아무튼 연극의 구성도 아쉽고 연기도 아쉬웠던 전반적으로 많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나중에 많은 수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은 연극입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영화, '신세계' - 공식의 모범적 사용
- 뮤지컬, '삼총사' - 매력있는 뮤지컬
- 연극, '그때 그 사람들' - 주제로 가는 산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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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기막힌 스캔들' - 웃음의 여운으로 사람을 속이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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