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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 2012.07.05 06:30
  • Culture/영화(Movie)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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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존 매든 감독, 주디 덴치, 빌 나이, 톰 윌킨슨, 매기 스미스 외 출연, 2012

  무척 오랜만에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보고 싶다...'하고 있던 영화인데 요행히 시사회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어 조금 먼저 영화를 보고올 수 있었습니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자리도 나름 훈훈한 서울극장)


  요새 흥행작도 물론 부지런히 보러다니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당첨이 되어서 가게 되는 영화는 흥행작이라 부르기 조금 어려운 경우가 많더라구요. 이번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도 그랬습니다. 알게모르게 친숙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눈을 사로잡을만한 게 없다보니 아무래도 흥행하긴 어렵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요.

  아무튼, 실제 영화는 어땠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늙음을 사유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사실이지만, 제게는 '인간의 황혼'과 관련된 소재를 기본적으로 호감있게 보는 기제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늙음이라는 것은 인간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아이러니가 아닌가 싶습니다.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한편으로는 죽음으로 한 발자국씩 걸어 간다는 것. 이 어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있겠습니까? 더불어 늙어간다는 것은 적어도 현대사회에서 '퇴물'을 의미하고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점차 잃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늙어가는 사람들의 마음 역시 그럴까요? 그것은 아닐 것입니다.



  옛 농담 중에 노인의 '늙으면 죽어야지'가 3대 거짓말 안에 들어간다는 농담이 있었습니다. 노인 역시 늙었지만, 자신이 퇴물로 보이긴 원치 않습니다. 제게 배움을 주셨던 분의 말을 빌리자면 "나이를 먹으며 가장 슬픈 점은 '몸은 늙어가는 게 보이는데, 마음은 따라 늙지 않는 것'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스스로는 퇴물이 아니라 생각하는데, 나를 제외한 주변에서는 이제 할만큼 했으니 물러나라고 합니다. 이런 소위 '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 이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입니다.

다양한 '퇴물'들[각주:1]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에서는 각양각색의 '퇴물'이 나옵니다. 40년간 남편만 믿고, 바라보고 살다가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는 에블린, 36년간 법조인으로 일하다가 자신이 떠날 때가 다가왔음을 깨닫는 그레이엄. 일평생 남의 가족을 관리해주었지만 나이가 들어 혼자가 되어버린 뮤리엘.

  자기 삶에 로맨스마저 없으면 남는 게 없을 것 같다며 무작정 집을 박차고 나온 마지. 일평생 총각이었던, 그래서 하룻밤만이라도 뜨거운 사랑을 느껴보고 싶은 노먼, 일평생 일하여 받은 퇴직금마저 자식의 사업에 모두 부어버린 더글라스와 진까지. 이렇게 영화 속에는 무려 7명이나 되는 인물이 등장하여 자신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거칩니다.

  바로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에서요.

(7인은 이렇게 만나게 됩니다.)


치유의 장소, 인도.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의 제목이자 이들 7인이 묵게 되는 장소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이라는 장황하기 그지없는 이름의 호텔입니다. 이 호텔이 인도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뭐랄까... 좀 납득되는 면도 있지요. 아무튼, 영국인인 이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를 찾아 이 곳을 선택했고, 일행이 되었습니다.

  인도라는 장소를 이들의 치유(?)의 장소로 선택한 것은 꽤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영국과 역사적으로 접점이 있었기 때문에 인물들이 이런 곳을 선택한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고, 오리엔탈리즘적인 요소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는 장소로써의 강점도 있으며, 말 그대로 치유[각주:2]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장소라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호텔의 주인(?)인 '꼬마 소니'의 격언과 같은 이야기는 소니 캐릭터의 촐싹거림과 그 생각이 얕아서 연륜이 쌓인 이들에게 와닿지 않습니다만, 이야기 자체는 되뇌어봄직 합니다.

(촐싹거림의 대명사, 소니)


  결과적으로 인도는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줍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랑을 부여하고 지난 과오를 바로잡아 줍니다. 인도는 이들에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정화해주는 곳입니다. 마치 인도의 갠지스강처럼 말이지요.

  이들의 치유의 과정을 거치며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치유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인물과 관객이 분명 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진 않지만, 어떻게 본다면 결국 모든 문제는 하나로 귀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에 대해서 누가 어떻게 존재감을 부여하는지, 그게 중요하다는 점이지요.

약간의 아쉬움
  영화는 매우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잔잔한 파문을 그리면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됩니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그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개인의 서사가 중첩되는 구성을 지니다보니 필연적으로 비중이 갈리는 문제점이 생깁니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에서는 그래도 비교적 균형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주/조연으로 나뉘어 비중이 쏠려버린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하기 위해 나래이션의 임무를 인물에게 부여하는데 초반에는 에블린, 후반에는 뮤리엘에게 그 임무를 부여합니다. 그런데 이 역할의 이동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조금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통일적으로 한 인물에게 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인물의 변화하는 몇몇 계기는 개연성이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조각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역시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번역과 자막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영어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만, 보다가 간간히 의아했던 자막이 조금 있었습니다. 더불어 자막을 입히면서 등장한 수많은 오타와 비문은 좋은 영화의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단순히 옥의 티라고 하기엔 꽤 상처가 깊어보일 정도였어요. 정식 개봉 전까지 손을 좀 봤으면 싶었습니다.

  마지막에 아쉬운 이야기를 하긴 했습니다만, 저는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혼자서 보기도 괜찮고 여럿이 보기도 괜찮은 영화입니다. 잔잔한 감동을 원하신다면 한번 관람하시길 바래요.:)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영화, <언터처블> -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
- 영화, <하트 브레이커> - 나를 공황상태로 이끈 코믹 로맨스영화
- 영화, <다방(Dabangg)> - 발리우드 영화의 정수?!
- 영화, <하늘이 내려준 선물> - 잔잔한 이야기.
- 영화, <어벤져스> - 고민할 필요가 없다.




  1. 물론, 실제로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문으로]
  2. 물론, 저 개인만의 발상일 수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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