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 - 사랑의 본질이란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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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녀(Her)
스파이크 존즈 감독,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아담스 외 출연, 2014.
스파이크 존즈 감독,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아담스 외 출연, 2014.
영화의 시즌입니다. 5월을 지나 6월까지 개인적으로 흥미가 많은 영화가 많이 개봉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그녀(her)>입니다. 처음엔 별 관심이 없던 영화였는데, 주변에서 보고 오신 분께서 극찬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바쁜 와중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오랫동안 블로그 관리를 하지 못해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인데요. 너무 조급하게 하지 않고 천천히 힘 빼고 다양한 경험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영화, <그녀>입니다.
빈칸 채우기
<그녀>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척 많습니다. SF인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사랑의 본질 등 다양한 화두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데요. 말 그대로 ‘의미를 부여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영화’라는 게 제가 <그녀>를 바라본 감상입니다.
그렇다고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않고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긴 아쉽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생각한 다양한 퍼즐 조각을 나열해볼까 합니다. 어떤 조각을 골라 맞추시거나 나름의 조각을 찾아서 맞추실 수 있겠지요. 이는 영화를 보고 이 글을 읽는 독자분께 넘기겠습니다.
영화와 배우
이를 풀어가면서 ‘청각’적인 부분에 집중했다는 점도 영화 <그녀>의 큰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일부분은 아무런 화면이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진행하기도 하죠. 그리고 이러한 흐름에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가 빛납니다. 개인적으론 목소리가 매력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OS ‘사만다’로서 목소리만으로 깊고 넓은 감정을 이끌어냈는데요. 목소리만으로 여우주연상을 탔다는 게 이해가 가는 연기였습니다.
(호아킨 피닉스)
호아킨 피닉스는 제게 무척 낯선 배우였지만,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포스터의 그 얼굴이기도 한 첫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타인의 감정을 섬세한 언어로 표현하는 테오도르에게 알맞은 배우라고 보았습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사이에서,
타인의 마음을 언어로 섬세하게 표현하는 ‘손글씨 대필 회사’의 작가인 테오도르. 테오도르가 사는 세계는 우리가 감정을 전달하는 진실한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손글씨마저 컴퓨터가 대신 작성해주고 있는 세계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이 감정마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요. 타인의 감정은 전달하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테오도르는 아이러니한 인물입니다.
(손글씨 대필 회사의 작가인 테오도르)
또한, OS인 사만다. 사만다는 프로그래밍 된 시스템입니다. 학습을 통해 프로그래밍된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사만다는 데이터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무한에 가까운 존재이나, 데이터의 삭제로 존재가 부정될 수 있는 한없이 유한한 존재입니다. 역시 모순이죠.
더불어, OS를 하나의 인격으로 볼 수 있는지도 궁금한 점입니다. 사만다는 자신이 하나의 인격체인지,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프로그래밍 된 것은 아닌가 ‘불안’해 합니다. OS 그룹은 어떤 철학가의 저서를 바탕으로 철학가의 ‘궁극 버전’을 생성합니다. 그렇다면 이 ‘궁극 버전’은 철학가와 동일한 존재일까요?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내가 너를 인정하니까 괜찮다고 합니다. 테오도르가 있으므로 사만다가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존재에 관한 이야기에서, 이는 참 전통적인(?) 이야기인데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다들 들어보셨을 이야기죠?
(그렇기 때문에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곁다리로 테오도르가 막 태어난 OS에게 이름을 물어보는 장면도 재미있습니다.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OS는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지 않고 스스로 ‘사만다’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정립하고요. 이를 테오도르가 부르면서 관계의 객체로서 사만다가 존재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사랑의 본질
과연 사랑은 무엇일까요. 세계 속에서 자아와 자아가 상보적 관계를 이루는 것일까요, 아니면 객체인 대상을 주체로 합일하는 과정일까요. 그도 아니면 육체와 육체가 맞닿는 관계?
(우리는 진정한 관계가 될 수 없는 걸까 고민하는 테오도르)
영화를 보고 난 이후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만, 결국 정답은 없는 문제입니다. OS와 연애한다는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정을 소모할 데가 없어서 그딴 곳에 쓰냐는 사람도 있고, OS와 연애하는 걸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OS와도 연애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죠.
이들의 사랑은 결국 끝날 수밖에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 허무함 속에서 테오도르는 대필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담은 편지를 작성하고 에이미와 함께 옥상에 올라가 멀리 풍경을 바라봅니다.
사랑은 끝났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또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사랑을 통해 얻은 감정과 경험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다는 게 영화가 우리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에이미가 어깨를 기대어 옴으로써 사람이 답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요.)
영화를 무척 감동적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할 말도 많았고, 여러 퍼즐을 장황하게 쏟아낸 느낌입니다. 영화에 대해 좀 더 곰곰이 생각하면 조금은 더 정련된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그녀>에 대한 감상은 우선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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