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어멈> - 브레히트 그리고 소외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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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멈
김민경 연출, 2010
김민경 연출, 2010
비오는 주말, 예전에 받아두었던 초대권을 이용하여 연극 <어멈>을 보고왔습니다.
덧붙여. 제게 귀한 초대권 주신 교수님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아무튼, 영혼의 동반자 쿠린님과 즐거웁게 식사도 하고 사진에 대한 짦막한 강의(?)도 하고 넉넉하게 시간을 잡았는데! 혜화에 도착하니 시작 5분전.. 공연시작 20분전까지 초대권을 바꾸라던데...
연극을 보러가면 꼭 언제나 시간에 쫓기는 징크스가 생기겠어요. 올해들어 본 모든 연극은 전부 시간에 쫓겨 입장했던...OTL
(키작은 소나무 극장)
무려 이번엔 5분을 지각하는 대 참사를(!!) 벌였습니다.
연극 같은 공연은 한번 상연이 전부인 일회성을 띄고 있는데다가 배우들이 관객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뒤늦게 들어가는게 원칙적으로 안되는 곳도 많고 설사 들어간다고 해도 배우의 연기를 방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약속을 어겼다는 것도 포함. 엄청난 비매너! 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관대하게 입장을 시켜주시더라구요..ㅠ_ㅠ 감사합니다.
키작은 소나무극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작은 소극장이었습니다. 관객도 한 40여명들어갔는데 꽉 찬 것 같더라구요. (극장 내부 사진은 정말 찍고 싶었으나, 늦었기도 늦었거니와 나갈 때는 우산대란(?)때문에 서둘러 나오느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럼 연극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께요.
브레히트와 서사극
브레히트는 그 당시 서양연극에서 관객이 최면상태에 빠져있는 이유를 연극이 시사나 실생활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극에 너무 몰입을 해버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연극에서 시사나 실생활의 문제를 배제하고 더불어 현재의 상황이 아닌 상황. 즉, 다른시대나 다른장소의 이야기를 빌어서 연극을 만들려고 하였다.
여기서 등장하는 요소가 '역사화'와 '소외효과'인데. 역사화는 다른 시대, 장소를 가져오는 개념을 뜻하며, 소외효과는 역사화로 인하여 자신이 이 연극속의 이야기와 관련이 없다라고 인식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관객들이 연극을 본 이후에 결국 자신과 관계 없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결국 자신들의 이야기고 현실과 관계 없다고 생각했던게 현실과 다를게 없다고 느끼고 이를 다시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것이 서사연극이 노리는 바고,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연극이나 희곡을 실제로 보지못하고 단순히 이론으로만 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 '한국적으로 재해석'한다는 이야기에 그렇게 되면 너무나 현실감이 증가하기 때문에 브레히트의 의도와는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한국적으로 재해석 한다는게 썩 좋은 시도는 아니지 않았는가 싶었다.
그러나 직접 보았을 때 이러한 시도로 인해 더 나아진 점도, 아쉬운 점도 있어서 좋다 나쁘다를 명확하기 내리기가 조금 애매했다. 그래도 비교적 역사화의 기능이 훼손되지 않을정도로 거리를 잘 잡아서 연출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띄는 부분으로는 동양풍의 의복이나 상여의 모습, 네가지 색의 띠, 부처님 그리고 탈 정도가 있었다.
탈과 마차
창이가 이제 몸을 파는 것은 싫다고 모자(탈)를 벗고 지나가자 모자가 신기한 말하지 못하는 막내딸 병이는 자신의 모자위에 덮어써보고 춤을 추고 교태를 부린다. 그럴때도 관객에게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머리위의 탈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이는 다른 사람의 페르소나를 빌어서 자신의 욕망을 어느정도 표현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억척어멈이 이를 보고 모자를 벗겨서 내팽겨쳐 버리지만.
그리고 병이 시장에서 돌을 맞고 들어올때 탈부분을 감싸고 들어온다. 말 못하고 박색해서 맞은 상처. 처음에는 겉으로 드러난 외모에 상처를 입고 오지만, 그 흉터는 나중에 맨 얼굴에 덧대인 천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대인기피증의 증상을 보이는데, 이것은 이제 그 상처가 마음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에 병이 죽을 때도 모자를 옆에 벗어두고 죽는데, 이것은 자신의 페르소나가 더이상 필요 없기 때문에 여기서 자유로워 지는 것을 의미한다. 나중에 사람들이 시체를 가져갈 때도 가면을 둘둘 말아서 가고 가면을 쓰지 않은 병(영혼)은 그들을 따라간다.
너무 정직했던 둘째 아들 을도 죽은 후 머리만 남아서 잠시 어멈네에게 돌아오는데, 그 때도 탈을 보여준다. 연극 내에서 억척어멈이 유일하게 탈을 쓰지 않은 인물인데, 이유는 승려와의 대화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승려가 억척어멈에게 수작을 부리는 부분에서 당신은 전쟁으로 인하여 마음속의 불이 모두 꺼져버렸다. 내가 그 불을 켜주겠다는 말을 한다.
이 부분에서 본다면 억척어멈은 전쟁으로 인하여 자신의 속 마음은 더 깊숙한 곳으로 숨기고 억척스러움의 가면을 전신에 두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탈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몸 자체가 가면이고 그 안의 속 마음은 더 깊숙한 곳에 있을수도, 혹은 이미 사라져버릴 수도 있겠다.
마차도 상당히 충격적인 소재였다. 마차가 뭔가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극 마지막에 마차를 뉘여 들자 상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상여를 죽음이라고 놓고 본다면 어멈을 비롯한 이들은 언제나 죽음을 끌고 다니면서 삶을 연명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극 말미에 그 모습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현실에서..
이를 현실로 대입하면 지금 현실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리 없는 전쟁속에 이 전쟁을 따르고 이 상황을 이용하는 사람은 살아남고 따라오지 못하면 결국 죽음을 맞고 마는. 너무 정직해도 죽고, 일관된 행동을 해도 죽고, 말 못하고 소외받는 사람은 죽을 수 밖에 없는, 결국 현실과 하나도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에 브레히트가 의도한 대로 조금 입맛이 썼다.
(연극이 끝났습니다.)
연극을 보고 나서는 오는 비를 맞으며 대학로를 활보하고 맛있는 것도 좀 사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포스트는 나중에 따로 적어볼께요!
레이니아였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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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어떤 연극을 봐야 실패하지 않을까?
- 책, <호텔아이리스> - 나의 결핍은 무엇으로 채우나?
- 연극, <더 라인> - 힘이 부족한 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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