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 누구의 죄인가?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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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이레, 2004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이레, 2004
책의 영화화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어느정도 나의 관점이 남아있는 한나를 구축할 수 있었지만, 내가 과연 영화를 봤었다면 내가 알고 있는 한나는 오롯이 내가 구축한 한나라고 볼 수 있었을까? 아니다. 그것은 케이트 윈슬렛이 연기한, 케이트 윈슬렛이 받아들인 그리고 감독의 생각이 녹아있는 한나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활자를 이미지화 하는 것은 친숙한 이미지와 현실성을 부여받음과 동시에 상상력의 일부를 잘라내어야 하는 부분이다. 책의 마케팅역시 고려해야 하겠지만, 독서에 대한 고려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영화로 먼저 알았지만,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다.)
무엇이 자극적인가?
굳이 뽑아보자면 가장 첫번째가 자극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관계는 더이상 자극적이지도 않을 뿐더러(이 책이 과거에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관계는 이미 다른 소설에서도 쉬이 찾아볼 수 있는 관계다.
이를테면 <해변의 카프카>에서 '메타포를 통하여 더 가까운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카프카와 도서관 관장이나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세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 끝 롤.리.타.'로 시작하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37세의 주인공과 12세의 만남. 이게 더 훨씬 자극적이지 않을까?
(더 자극적인 관계는 다른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토론을 할 만한 것은 자신의 비밀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 관해서일 것이다.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행위는 바람직한 행위였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결과적으로는 악행을 했지만 자신의 비밀에 대한 태도가 나쁘다고만은 할 수가 없다. 그녀의 비밀은 그녀가 안고 있는 짐이였고 그 짐을 우리가 왈가왈부할 권리는 없다. 단지 그녀는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아니 숨기기 위해 근시안적인 발상으로 감시원을 선택한 것이고 그 이후는 그 선택으로 인한 레일을 단계별로 밟아나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가 현명하다 우둔하다를 떠나서 그녀는 그 비밀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했던 행동들이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되돌아온 것 뿐인 것이다. 그녀를 비판하려면 결과론을 들고 그녀가 벌이게 된 악행을 비판하던가 그녀의 인생을 멀리서 내려다보며 그녀의 현명하지 못했던 근시안적인 행동을 비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근시안적인 생각을 비판하는 우리의 행동은 너무 비열하다. 우리는 그녀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지리라는 결말은 알면서, 그녀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비밀에의 고통이나 그 당시 처한 환경에 대해선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회피의 죄악
회피 자체는 삶의 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부적절한 방어기제다. 회피는 억압과 유사하나 그 문제를 벗어나고 싶은 소극적 동기를 따르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한나의 삶은 '회피의 삶'이다. 이러한 회피의 악순환이 하나 둘 엮이면서 끝내 그녀는 자유를 제한당하고 감옥살이까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낸다.
미하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나의 만남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고 법을 공부하다가 바로 판사가 되지 않고 법제학을 다루는 연구원에서 또 다른 연구원.. 그의 인생도 회피의 연속이다. 자신의 행동을 바꾸어 보려고도 하지만 결과가 좋지않자 체념해 버리고 만다. 미하일이 하는 회피의 절정은 한나를 만나면서부터다.
(악순환은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한나를 만나려고 하는 것도 의식적으로 피해왔지만, 어린시절부터 그의 말을 빌리면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녀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싶어하진 않는다. 그래서 서신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닌, 그녀와 예전에 교류했던 방식인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그녀와 비뚤어진 교류를 한다.
회피는 사회학적으로는 매우 이기적인 행위다. 자신이 회피해야할 것을 다른 공동체의 구성원이 분담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굳이 학문적으로 넘어가지 않아도 이들이 행한 회피는 남아있는 사람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 한나의 회피가 미하일에게 큰 고통을 주고 인생을 뒤틀어놓았고 미하일의 회피는 한나에게 큰 상처를 입혀 비극적인 결말을 이끈다.
한나에게서 시작된 회피의 죄악은 미하일에게로 넘어가 다시 한나에게 되돌아온다. 결국, 한나의 회피는 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아마 둘다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수 밖엔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작가는 한나를 전쟁세대, 미하일을 전후세대로 두고 이들의 관계를 통하여 융합을 시도하려고 했다는데 그 의도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 같진 않았다. 결국 사람은 관심있는 분야로 읽히게 되나보다. 각 세대간의 대화라기 보다는 난 한 인물의 성격형성과정에 더 눈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책, <다른 남자> - 빛과 그림자의 소설
- 책, <소리 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부족한 인생들이 만드는 삶의 하모니
- 책, <라라피포> - 사람으로 이루어진 정글 속에서
- 책, <카르멘> - 잡을 수 없는, 바람 같은
- 책, <용의자 X의 헌신> - 특이한 플롯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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