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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책, <용의자 X의 헌신> - 특이한 플롯의 즐거움

  • 2010.03.19 00:22
  • Culture/책(Book)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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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2006

특이한 플롯
  <용의자 X의 헌신>(이하 용의자 X)의 구성은 상당히 신선하다. 사건의 발생 후 이를 추적하는 탐정(혹은 그에 준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탐정에 의해 사건의 트릭은 파훼되고 해결하는 기존의 추리소설의 플롯과 다르게 '범인이 전면에 등장'하는 플롯을 가지고 있다.

  물론 기존의 플롯이 진부하다는 것도 아니다.(아무리 기발한 플롯이 나와도 교과서적인 플롯은 교과서로 선정될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용의자 X>에서 범인이 전면에 등장하고 범인의 시점이 훨씬 자주, 비중있게 등장하면서도 관찰자적 시선을 고수함으로써 범인이 '누군지'는 알지만 '어떠한' 트릭을 사용하였는지에 대해 추리를 하는 즐거움 역시 놓치지 않았다는 점은 장점이다.

플롯의 효과
  범인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구성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신선함 뿐만이 아니다. 범인의 비중이 커지고 작가가 행동의 '당위성'을 부여하면서 독자는 자연스레 범인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그렇게되며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려는 경찰은 자연스레 적이 되고, 이들에게 적대감을 느끼게 된다.

(적개심은 경찰에게 향한다)


  독자를 이를 통해 스릴과 카타르시스를 얻는다. 범인의 입장이 되어 트릭이 깨질까 깨지지않을까 견주어보며(비록, 독자역시 트릭에 대한 것은 전혀 알지 못함에도) 공권력인 경찰이 여지없이 범인의 덫에 빠지고 트릭에 속아넘어가는 것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또한 범인은 독자마음속에서 점차 우상화되어 일종의 영웅이 된다. 그것도 사전에 부여된 성격대로 지고지순하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채로. 여기서 우리는 우리가 믿어와야했던, 믿을 수 밖에 없었던 공권력인 경찰이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속아넘어가며, 시스템상의 오류를 해결하지 못한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며 마치 자신이 공권력을 보기좋게 속아넘긴양 희열을 느끼게 된다.

  결과적으로 소설의 파격적인 구성이 신선함과 동시에 그 플롯만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 점에서 이 소설은 재미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로 제작된 용의자 X의 헌신)


아쉬운 점
  그러나 한편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추리소설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여지가 너무 적다. 추리소설에서는 생명과도 같은게 '트릭'이다. 이 트릭을 좇으며 파훼하는 것이 기본적 추리소설의 카타르시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용의자X>에서는 트릭을 좇기 어렵다. 이것은 경찰, 추적하는 사람의 입지가 소설에서 줄어듦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이다.

  단지 내용만 읽고 추리를 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별 문제되지 않을 부분일 수 있으나  독자를 위한 힌트가 거의 주어지지 않고 독자할 추리할 여지가 적은점은 분명히 추리 소설에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말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추리소설은 필연적으로 트릭이 부분적이든 전체적이든 파훼되고 사건이 해결되어야한다.(물론 예외는 있다.) 그러나 <용의자X>는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기엔 조금 찝찝한 구석이 있다. 범인의 트릭자체는 신선했으나 해결되는 과정이 마치 고전 신파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 이성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억지로 마무리 지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추리의 마지막이 조금 아쉬웠다.)


완성도 높은 소설
  그러나 <용의자X>는 충분히 잘 지어진 소설이다. 플롯의 변경이 소설에게는 양날의 검이 되었지만 작가는 장점을 단점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정도로 부각시켰다. 사건이 점점 진행되는 과정은 몰입감을 잘 살렸고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순간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책읽는 그 잠시동안 만족할만한 즐거움과 포만감을 주었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한가지. 이 구성이 작가의 전형적 구성(게이고식 구성)이라고 불리는 걸 들었는데, 이 같은 구성을 또 읽게된다면 쉬이 질릴 것 같다. 신선함은 이제 더이상 어필할 수 없고, 구성특유의 희열도 줄어들테니까.


※ 위 사진들의 출처는 네이버 영화이며, 각 사진의 저작권은 출처에 따릅니다. 사진은 리뷰를 위해 게시되었으며, 문제 시 삭제하겠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책, <편지>
- 책, <동급생>
- 책, <호텔아이리스> - 나의 결핍은 무엇으로 채우나?
- 책, <소리 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부족한 인생들이 만드는 삶의 하모니
- 책, <모든 것은 바다가 된다> - 정말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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