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렌지로 재활용한다는 로켓북 웨이브, 그리 대단한 건 아니네!
킥스타터, 인디고고를 보면 참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많이 올라옵니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소개해드릴 텐데요. 이게 참 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많단 말이죠. 오늘 소개할 제품은 이미 모금은 성공적으로 끝나 사이트에서 그냥 주문할 수 있는 상품인데요. 가볍게 소개해드립니다만,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전 굳이 추천하고 싶은 제품은 아닙니다. 전자레인지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로켓북 웨이브입니다.
로켓북 웨이브는 아날로그 데이터와 디지털 데이터 사이의 간극을 지우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른바 ‘디지털 필기’를 지원하는 도구입니다. 디지털 필기를 지원하는 도구는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펜에 적외선 장치를 달고 추적하는 방식이나, 내부 패널을 통해 위치를 인식하는 장치, 혹은 카메라나 스캐너로 찍어서 변환하는 방식 등이 있었습니다. 혹은 태블릿 PC에 전용 펜을 이용해 바로 입력하는 방식의 도구도 있지요.
로켓북 웨이브는 이 중에서 카메라나 스캐너로 찍어서 데이터를 변환하는 장치입니다. 비슷한 방식으로는 에버노트와 몰스킨의 콜라보레이션 노트나, 테이크아웃노트가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과 연계해 내놓은 테이크아웃노트 시리즈가 있습니다. 제게는 모닝글로리에서 나온 제품이 있는데요. 리뷰를 할까 생각했습니다만,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아서 그냥 넘어간 비운의 제품입니다.
↑ 모닝글로리에서 판매한 테이크아웃노트(TakeOut Note)
로켓북 웨이브(Pocketbook Wave) 제품도 이와 비슷한 제품인데요. 특수한 노트에 필기하고 전용 촬영 기능을 통해 사진을 찍으면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작년에 ‘로켓북’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바 있는 노트입니다. 작년보다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가 중요하겠지요.
↑ 로켓북 웨이브. (출처 : 인디고고 로켓북 웨이브)
로켓북 웨이브는 로켓북과 달리 내부 디자인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크게 바뀐 건 장마다 검은색 페이지 안에 흰색 종이가 붙어있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는 점인데요. 이를 통해 전용 스캔 앱이 각 장의 범위를 더 빠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종이에는 일정 간격으로 점이 찍혀 있어 이를 통해 기울기 등을 쉽게 바로잡을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내부 QR코드는 로켓북 전용 앱이 각 스캔의 페이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네요. 아래 있는 아이콘은 앱이 인식해 앱 설정에 맞춰 페이지를 자동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이미 다른 곳에서도 구현한 기능입니다. 원리가 특별하진 않아요.
↑ 로켓북 웨이브. (출처 : 인디고고 로켓북 웨이브)
전용 촬영 앱도 ‘로켓북’이라고 있습니다만, 기능적으로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이미 상용화된 앱으로 에버노트 스캐너블(Evernote Scannable),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렌즈(Microsoft Office Lens)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테이크아웃노트(TakeOutNote)라는 앱도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로켓북 시리즈를 잇는 특이점은 노트 위에 음료를 담은 머그잔과 함께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음료도 데우면서 종이를 깨끗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 로켓북 웨이브. (출처 : 인디고고 로켓북 웨이브)
그런데 이건 딱히 특이할 것도 없습니다. 함께 쓰는 펜이 파이로트 프릭션(Pilot Frixion)이기 때문입니다. 프릭션 볼펜은 흔히 ‘지워지는 볼펜’으로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인데요. 뒤에 있는 실리콘 팁으로 글씨를 문지르면 글씨가 사라지는데, 이는 프릭션에 들어간 잉크가 특수한 잉크이기 때문입니다.
프릭션 볼펜의 잉크는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열변색성(thermochromism)’ 이 있습니다. 그래서 섭씨 60도 이상의 온도에서 잉크가 하얗게 바뀌는데, 이를 이용해 실리콘 팁과 종이의 마찰력으로 잉크를 하얗게 바꿔 ‘지워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얗게 날아간 글씨는 다시 일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원래 색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다시 냉장고나 냉동실에 넣으면 글씨 색이 돌아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 파이로트 프릭션(Pilot Frixion)
원리를 알면 로켓북 시리즈의 특이한 점은 없습니다. 프릭션으로 쓴 로켓북 웨이브는 전자레인지뿐만 아니라 복사기에 넣고 복사해도, 인디고고 페이지에서 볼 수 있듯 드라이기로 따뜻한 바람을 쪼여도 새하얗게 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게 완전히 지워진 게 아니므로 흔적은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로켓북에서도 10회 정도 재사용한 후에는 다른 로켓북을 쓰라고 권합니다.
전자레인지에 넣은 로켓북 표지의 색이 변하면 안에 잉크가 모두 지워졌다고 하는 것도 열변색성을 갖춘 소재로 표지를 만든 것이므로 특별할 건 없습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로켓북 웨이브 한 권과 프릭션 볼펜 한 자루에 27달러라는 가격은 꽤 비싸다는 느낌입니다.
↑ 로켓북 웨이브 가격. (출처 : 인디고고 로켓북 웨이브)
대형 문구점에서 프릭션 볼펜 한 자루가 1500원선에서 팔리는 걸 생각하면 로켓북 웨이브 노트 한 권의 가격이 거의 2~3만원에 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자동 분류 기능만 포기하면 일반 노트와 프릭션 펜, 그리고 에버노트 스캐너블이나 오피스 렌즈 앱으로 비슷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심지어 테이크아웃 노트도 4~5천원이면 삽니다. 게다가 기능이 완벽히 같고요.
하지만 해외의 네티즌들은 참신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필기의 ‘손맛’을 살리면서 디지털로 변환이 편리하다는 장점을 인정받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 구매하면 2016년 8월쯤 받아볼 수 있다고 하네요.
저라면 굳이 로켓북을 구매하느니 프릭션 펜을 잔뜩 구매해서 써보리라 생각합니다. 조만간 이 주제를 실험해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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