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폭스바겐은 왜 로고를 바꿨을까?
*개인 브런치에 작성한 글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로고가 바뀌고 있다. BMW가 로고를 변경한 데 이어, 최근 폭스바겐코리아가 '뉴 폭스바겐(New Volkswagen)'의 비전을 담은 새로운 디자인의 로고를 공개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번에 공개된 폭스바겐의 로고는 기존의 V, W의 형태는 그대로 채택하면서 입체감을 덜어낸 2차원 평면 디자인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2일부터 새로운 로고를 34개 전시장 및 35개 서비스센터에 적용하고 새롭게 출시될 차량에도 빠르게 적용할 것임을 밝혔다.
BMW, 그리고 폭스바겐뿐만이 아니다. 로터스와 제네시스, 아우디 등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에서 새로운 로고를 선보이거나 운용하고 있다. 이들 디자인의 공통점을 꼽자면 기존 로고의 입체감을 지워낸, 이른바 '플랫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스큐어모피즘의 종말
자동차의 이러한 로고 변화가 사실 크게 낯설진 않다. 이미 모바일 환경에서는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 디자인이 저물고 플랫 디자인(Flat Design)이 대세로 떠오른 지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스큐어모피즘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그리스어로 Skeuos는 도구(Tool)를, Morphe는 형태(Shape)를 나타낸다. 그러니까 스큐어모피즘은 원래 도구의 형태를 그대로 구현한 양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가상으로 구현한 공간에서 실제 물질의 모습을 재현했기에 이를 '현실의 직접적인 비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 사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옮겼기에 이용자가 새로운 내용을 학습할 필요도 없고, 그렇기에 직관적이고 보기에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자동차 회사의 로고는 이 스큐어모피즘에 가까운 형태다. 이미지로 보는 로고는 마치 차량 전면에 달린 로고를 보는 듯하다. 변경 전 폭스바겐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판매 중인 폭스바겐 차량의 로고 틀을 웹으로 그대로 옮긴 듯하다. 재질감과 입체감이 살아있다.
하지만 이 스큐어모피즘은 낡은 디자인으로 취급받는데, 직접적인 계기는 2013년 애플이 iOS 7을 선보이면서 공개한 플랫 디자인이다.
디지털 시대의 대세, 플랫 디자인
플랫 디자인은 디지털 시대에 알맞게 구성한 디자인이다. 스큐어모피즘은 실제 사물을 디지털 환경에 그대로 옮길 수 없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어차피 모든 걸 구현할 수 없다면? 플랫 디자인은 이에 대한 답으로 아예 모든 걸 덜어내 버렸다.
플랫 디자인은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단순한 색상과 구성을 통해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플랫 디자인에서 모든 색상과 형태는 단순화되고, 2차원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디자인의 기본적인 요소인 레이아웃, 색상, 폰트를 통해 디자인한다. 현실의 모든 것을 디지털로 옮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핵심적인 내용만 추려서 옮겼다.
추상적인 은유에 사용자는 이를 학습해야 하는 부담이 늘었다. 그런데도 플랫 디자인이 대세로 자리 잡은 건 디지털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인지구조가 변화한 덕분이다.
과거 '저장'을 뜻하던 아이콘이 디스켓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과거에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인터페이스로 디스켓이 쓰였지만, 젊은 사람들이 이를 이해하긴 어렵다. 이처럼 과거 실제 사물의 정보와 디지털의 기능의 정보가 더이상 매치되지 않으며, 스큐어모피즘은 그 당위성과 자리를 잃어버렸다.
자동차 회사의 로고도 플랫 디자인의 요소를 갖췄다. 불필요한 '실제'의 모사를 멈추고, 핵심적인 요소만 남기고 모든 요소를 덜었다. 폭스바겐 로고를 보자. 재질감과 입체감은 덜면서 이를 단순한 색상으로 표현했다. VolksWagen의 머리글자, V와 W도 사이를 띄워놓는 것으로 단순하지만, 분명하게 구현했다.
폭스바겐의 이러한 디자인은 디지털 환경에서 깔끔하고 직관적인 인상을 준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이러한 변화를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2차원 평면 디자인으로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확 바뀐 로고, 앞으로 변화는 없을까?
자동차 회사의 로고 변경은 그간 산업의 '정통'이었던 자동차 업계가 디지털을 내세우며 변화를 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예다. 폭스바겐은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에서 벗어나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한다는 전략 아래 전동화나 자율주행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로고를 바꾼 자동차 브랜드 중, 상당수는 기존의 로고와 새로운 로고를 혼용하고 있다. 새로운 로고는 디지털 환경에서 쓰고, 기존의 로고는 여전히 차량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플랫 디자인으로 단순해진 로고가 디지털 환경에선 보기 좋지만, 현실에선 다소 밋밋하게 보인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단순화된 로고를 차량에 직접 적용하기로 한 브랜드도 있다. 대표적으로 폭스바겐이 그렇다. 폭스바겐은 '폭스바겐 골프 8세대' 모델부터 새로운 로고를 적용해 판매하기로 했다.
이토록 단순해진 로고, 더이상의 변화는 없을까? 회사 로고의 변화는 브랜드의 큰 변화인 만큼 더는 바뀌지 않겠지만, 아직 변주의 여지는 남아있다.
모바일 환경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 보자면, 스큐어모피즘과 플랫 디자인을 지나, 요새는 머티리얼 디자인이 주류로 꼽힌다. 플랫 디자인은 표현해야 할 정보량이 늘어나면서 그 정보량을 다 담을 수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머티리얼 디자인은 평면화된 디자인에 그림자 등을 활용해 입체감과 원근감을 일부 부여하는 디자인으로 플랫 디자인을 일부 개량해 더 많은 정보량을 담으면서도 여전히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깔끔함을 유지했다.
차량에 채택된 새로운 로고도 이처럼 깊이감과 원근감을 일부 부여하는 형태로 변주될 수 있다. 이는 로고 자체를 일부 손볼 수도 있고, 로고 부분에 백라이트를 설치해 깊이감을 표현할 수도 있겠다. 마치 과거 애플의 맥북 제품들의 사과 로고가 빛나듯 말이다.
모바일 환경에서의 디자인은 행동유도성(Affordance)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지만, 자동차 로고에서는 이러한 요소가 필요하진 않으므로 모바일 양상과 조금은 다른 형태의 변화로 전개될 수도 있다.
기존까지 자동차 업계는 무척이나 '전통적인' 산업으로 여겨졌다. 이들이 디지털화를 외친 것은 오래된 일이나, 그 움직임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이번 폭스바겐의 새로운 로고처럼 자칫 브랜드 가치를 뒤흔들 수 있는 '디지털에 최적화된' 로고 변경 소식을 보면서 비로소 업계의 갈망을 엿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새로운 로고와 함께 보여줄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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