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늑대를 말하다> - 그러니까 말하고 싶은게 뭔데?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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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23일, 역시 여성중앙(http://woman.joins.com/)에서 당첨된 이벤트의 일환으로 청담동 유씨어터에서 상연중인 <여우, 늑대를 말하다>를 보러 갔습니다.
예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청담역에서 내려서 좀 익숙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강남구청역에서 더 가깝더라구요. 다시 길은 오리무중. 이 날은 바쁘고 피곤함을 호소하고 있는 문화생활의 동반자 쿠린양을 맛있는 거 사준다고 꼬셔서 데려갔더랩니다.
알고보니 강남구청역에서 언덕하나를 타고 내려가야 도착하는 곳이더라구요. 그렇게 접근성이 좋은 위치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표를 받고 한시간이 조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밥을 먹으러 돌아다녔더니 그 근처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는 동네인가요? 가는 곳마다 예약했는지를 먼저 물어보네요.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호주식 월남쌈..(기억도 제대로 안나네요..) 무슨 가게가 있었는데, 과연 그게 무슨 음식일지 매우 궁금했습니다만.. 역시 자리가 없어서 튕겼네요. 과연 호주식 월남 음식은 무엇일까요? 미스테리입니다.
(안 속습니다?)
겨우 오는 길을 되짚어 도시락집에 가서 가츠동을 먹고 공연시간 2분전에 겨우겨우 들어갔습니다. 매 공연마다 징크스가 있는걸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8시 공연이라고 해도 직장인들에겐 엄청 빡신 시간이지요...OTL 그렇다고 더 늦으면 저 같은 BMW족은 어쩔 수가 없고.. 참 이래저래 총체적 난국입니다.
(무대입니다.)
아무튼 시작예상시간보다 조금 늦게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리는 적당히 중간자리긴 했습니다만, 자리자체가 그리 보기 힘든 자리가 아니라서 잘 보았네요. 근데 앞의 남자분 머리가 좀 너무 크셔서...(...) OTL... 아무튼 바로 후기를 남겨볼께요.
당연한 이야기겠지지만 여우가 의미하는 바는 여자, 늑대가 의미하는 바는 남자일 것이다. 결국 동물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로 치환해 보자면 <여우, 늑대를 말하다>는 이야기는 곧, <여자, 남자를 말하다>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도대체 남자의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여자들이 이야기하는 조금 더 솔직한 남자이야기.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메인과 작은 사건을 나누긴 했지만, 비중을 보자면 단연 작은 사건들의 비중이 높다. 메인사건은 단순히 작은 사건들의 얼개를 하나로 꿰는 실에 불과하고 정말 여우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작은 사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작은 사건들도 단순히 그녀들의 순수한 이야기로만 구성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의 상상이나 발상들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이야기들의 진행방식 역시 제각각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사자이야기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하였으며, 남녀간의 관계는 스포츠 중계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서술해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극이 의도한 바일지는 모르겠지만, 긴 시간을 두지않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다른 구성으로 전개가 되다보니 보는 내내 어딘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야기 틈새를 떠도는 느낌을 받은 점은 많이 아쉬웠다.
다음으로, 여자 4명으로 이루어진 이들의 구성을 보면 딱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섹스 앤 더 시티>다. 사실 나는 <섹스 앤 더 시티>를 본 적 없다. 주변에서의 이야기나 곁다리로 볼 수 있는 부분을 조금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성을 보자마자 딱 떠오르는 것을 보면 <섹스 앤 더 시티>가 그만큼 성공을 한 것이고, 또한 <여우, 늑대를 말하다가> 틀에 박힌 구성일 수도 있겠다.
결론만 놓고 본다면, 여우가 아니라서 공감하기 힘들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뻔한 구성에 색다른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미 다른 칙릿에서 수차례 봐온 이야기가 재구성되고 다른 버전으로 나온 것일 뿐, 그 이상의 어떠한 것도 발견하지 못한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미안 여우야, 무슨 말 할건지 알 것 같아.)
다행히 배우들의 대사들이 안들리거나 하진 않았다. 잘 설계가 되어있거나 배우들이 성량이 좋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우려하던 부분이 기우에 불과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우, 늑대를 말하다>는 독특한 구성을 채용하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레 많은 장소이동을 겪게 되는데, 그에 비해 무대의 변화는 전무했다. 단순히 조명으로 처리하거나 가상으로 설정하는데에서 그친 부분은 역시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오히려 무대가 커서 이런 부분이 더욱 힘들었을지는 모르나, 조금 밋밋한 인상을 많이 받았다.
밋밋한 인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사진에 보이는 우측 쇼파의 경우 인트로 부분에서 한번, 호스트바에 대해 나올 때 한번.. 외엔 사용된 것을 보지 못한 것 같다. 무대는 넓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기물이 적다보니 자연스레 시선이 몰리는 곳은 일정한 범위로 좁혀지고 이는 무대가 너무 커서 거추장스러운 느낌이 들게 하는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괜시리 무대가 커졌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우며, 점차 앞으로 갈 수록 시야각으로 커버가 안되어보일 것 같은 느낌도 강하게 받았다. 이래저래 무대와 궁합이 맞는 연극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여자가 보는 남자는 이렇더라. 라는 모습을 던지고 말고 싶었다면 조금 냉정하게 말해서 표값하지 못하는 연극이고 다른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면 이는 주제의식이 부족한 연극이다.
전자의 경우엔 굳이 내가 비싼 돈 들여가며 외적인 요소까지 투자해가며(잊지말자, 연극은 매우 소비적인 문화활동이라는 사실을) 이 연극을 보아야 할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 차라리 좀 더 적은 돈을 투자해 칙릿소설을 읽거나 맘 편하게 칙릿 드라마나 영화의 DVD를 빌려서 집에 편히 누워서 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내가 그걸 미처 발견하지 못했음으로, 연극이 담고 있는 주제 의식이 너무 어려웠거나 혹은 연극의 주제전달력이 부족한 것이리라.
아무튼 주제의식이 부족했던 <여우, 늑대를 말하다>는 다 보고 나서도 '도대체 이걸 내가 뭐하러 보았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보고 나와서도 별로 마음속에 잔상이 남지 않았다.
이 연극에서 주 타겟층으로 삼고 있는 대상에 내가 속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크게 공감하지도 못했고 너무 뻔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아서 아쉽고 또 아쉬운 연극이었다.
<여우, 늑대를 말하다>에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30세 이상의 여성이나(이 역시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이야기한다.) 칙릿이라면 환장을 하는 사람. 그냥 가볍게 웃다 즐길거리를 찾는 사람. 공짜로 표 받은 사람정도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연극일 것 같다.
연극이 끝나고 허탈한 마음에 둥근 달만 쳐다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 망원렌즈 사고 싶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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