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훈남들의 수다> - 남자들의 수다는 뭐 다른게 있나요..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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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훈남들의 수다
홍주영 연출, 2011
홍주영 연출, 2011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친한 친구의 추천(겸 부탁^^;)으로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하는 연극인 <훈남들의 수다>를 보러 갔었습니다.
(생각보다 연극이 비싸서 깜짝 놀랐습니다.)
<훈남들의 수다>라.. 과연 훈남들은 무슨 수다를 하려는 것일까요? 궁금함을 갖고 대학로 나온씨어터를 향하여 갔습니다. 나온씨어터 가는길이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저는 물론 그 근처 다른 극장에서 다른 연극을 보아 길이 비교적 익숙했지만, 초행길이신 분들은 꽤나 헤매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훈남들의 수다.. 믿지 못하시겠다구요? 믿으세요.)
대문짝만한 피켓이 걸려있는 나온씨어터에 도착하였습니다. 비교적 여유롭게 도착하여, 지하에 있는 극장에 착석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소극장이더라구요.
(손이 무지하게 떨렸지만, 그 중에 괜찮으 사진으로 추려봅니다.)
그러면 각설하고, 바로 부실한 연극평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다 [명사]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
우리가 알고 있는 수다라는 것은 여자의 전유물(?)과 같이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라는 말이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훈남들의 수다>는 철저히 남자들이 하는 수다가 중심이 되는 연극이다. 남자들이 과연 무슨 수다를 한다는 것일까? 결국 우리가 연극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남자들이 하는 ‘말’에 있을 것이다.
조금 독특한 것이 있다면 연극에 등장하는 장소가 실재하는 장소라는 점이다. 이는 바의 이름과 연극 내의 소재로 쓰이는 조명을 통해 알 수 있다. ‘The Office’라는 바는 나온씨어터 건물 1층에 실제로 존재하는 카페이다. 이 조명은 모두 수작업한 나름 작품(?)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실존하는 장소 역시 또한 그러하다.
(실제로 있는 카페 겸 바다)
연극에서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 연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크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나온씨어터에서 상연을 하게 되면서 일부분 수정이 가해진 것이 아닐까 싶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재하는 장소를 소재로 쓰면서 연극이 얻은 효과는 분명하다. 바로 현실감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독특한 것 중 하나가 무대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의 메뉴를 나타내는 화면이다. 실제 컴퓨터와 연결되어있는 저 모니터는 극중 카페주인이 이들의 대화를 듣고 화면을 전환하여 워드프로세서를 띄워 주제나 기타 생각등을 타이핑한다.(실제 오타를 내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러나 이 효과가 완벽하게 상쇄되는 것이 있었으니 저 천장에 달린 조명이다. 더욱이 내가 앉은 오른편 자리에서는 화면의 대부분을 가려서 저 화면에 드러난 글씨가 무엇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화면으로써 주제를 전달하고 싶었으면 소재 위치에 신경을 써야하겠다는 생각이다.
어느 특정한 한 부류를 제외한 대화, 완전히 동질감을 느끼는 집단에서의 대화라는 것은 어떠한 집단에서나 그럴 일이지만 은밀하고 폐쇄적일 것이다. 이를 엿듣는 즐거움은 무시할 수 없겠지만, 제외된 집단에서라면 이 대화가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방지하고자 연극은 현실감을 가지려고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이 연극 내내 따라오는 음주인데, 이들은 실제로 음주도 하고 흡연도 한다. 실제로 배우들 얼굴이 빨개지거나 혀가 꼬이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 연극이 보여 주는 것이 실제 상황, 현실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주지시키려고 한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너무 식상하다. 여성지나 맥심, GQ 같은 잡지를 조금만 뒤적거리면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전부라는 것이다.
아무리 자극적으로 포장하려고 해도 심의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룰 수 있는 범위엔 한계가 있고 결국 다양한 캐릭터로 이를 잘 꾸며내야 한다. 그러나 그 바리에이션도 한계가 있으며, 이들의 대화가 일종의 권위를 얻기 위해선 남들보다 뛰어난 무언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부 선남선녀 그리고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식상하다.
그래도 <여우, 늑대를 말하다>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는데, 남자들이 수다를 떤다는 소재적 신선함[각주:1]과 그리고 현실성을 가지려는 노력이 보여 적어도 이야기에 어느정도 진실성이 엿보였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비교적 추천할 수만은 없는 연극이다.
(참신하지 않더구나..)
(최종 글 수정 : 2011. 08. 06)
-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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