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 오감이 즐거운 연극.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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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레뷰(Revu.co.kr)의 프론티어로 선정되어 보게 된 연극입니다.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읽어주는 죠반니의 카르멘
프로스페르 메리메 작, 이용주 연출, 2011
프로스페르 메리메 작, 이용주 연출, 2011
오랜만에 레뷰에서 연극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덧붙여 레뷰 사이트는 언제쯤 정상화가 되는걸까요. 아니면 저만 안들어지는걸까요? 뭔가 열심히 공사중이시긴 하던데 안그래도 느린 서버에 허구언날 터지는 에러 때문에 글을 송고를 못하겠더랩니다.
네, 아무튼 이번에 레뷰에서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이라는 연극의 표를 제게 선사해 주었습니다. 대학로 원더 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진행된 공연이었는데요. 이 날은 문화생활의 동반자 쿠린양도 바쁘고 해서 혼자 연극을 보러갔답니다.
(원더 스페이스의 네모□ 극장이었습니다.)
길이 무척 가까워 보였는데 골목길 깊숙히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곳이라서 조금 헤맸습니다. 으레 매표소가 열리는 1시간 30분 전에 극장에 도착했는데 매표소는 공연시간 1시간 전부터 열리더라구요... 하는 수 없이 되돌아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갔더랩니다. (이것은 다른 포스팅에서 소개해 드릴께요.)
(원더 스페이스엔 3개의 극장이 있더군요.)
저녁을 먹고 다시 티켓을 받으러 왔습니다. 마땅히 할일도 없었기 때문에 일찍 와서 매표소에서 시간죽이고 있었습니다. 매표소가 실내다 보니 그냥 그 안에서 시간 죽이기는 참 좋더라구요.
(표도 받았더랩니다.)
새삼 포스터, 초대권을 보면서 느끼는 생각이지만 아주 첫인상부터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연극이었다고 생각합니..(으응?)
(무대 입니다.)
자리도 제일 앞자리 정 가운데로 주셔서(한자리 비워야 하는데..ㅜ_ㅜ) 시야각이 좁아서 무대를 나눠 찍게 되었습니다. 무대가 상당히 크더라구요. 좌측 편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공연 시작 10여분 전부터 배우분들이 바쁘게 무대를 정리하셨습니다. 사실 일부러 정리 하시는 것 같았어요. 일종의 팬서비스이기도 하고 연극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효과랄까요?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연극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편의상 아래부터는 존칭 생략입니다.)
일전 연극을 고르는 기준(연극, 어떤 연극을 봐야 실패하지 않을까?)에 대해서 포스팅으로 소개한 적도 있지만, 연극을 고를 때 추천하는 첫번째 기준은 연극의 바탕이 된 '작품'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실패할 확률을 줄인다. 이는 작품 자체의 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 구성을 그대로만 옮긴다면 연극의 구성이 무너질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하듯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이하 카르멘)은 기대이상의 즐거움을 내게 안겨주었다.
<카르멘>은 본디 프로스페르 메리메가 쓴 단편소설로써 일반 대중에게는 이 원작소설보다는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로써 잘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원작에 대해서는 조만간 서평을 쓰도록 하고 오늘은 연극 카르멘에 집중하도록 하자.
원작과 비교했을 때, 원작을 훌륭히 재현하면서 그 사이사이 연극만의 톡톡 튀는 유머와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연극적 구성과 재미를 동시에 잘 잡아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읽어준다는 구성을 사용하였는데(이는 실제 원작에서도 그렇다.), 이는 관객을 극에서 떨어진 제 3자로 만들기도 하면서 다시 자연스럽게 연극이 진행되면 연극내부의 한 인물로 감정이입을, 그리고 다시 관객에게 직접 대화를 하는 장면을 삽입하여 관객을 연극 내부에서 실제로 그 현실을 체험하는 인물로 끊임없이 전환을 시킨다.
자칫 관객이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는 이러한 체험의 다양성을 <카르멘>에서는 매끄럽게 이어나간다. 이 효과를 사용함으로써 관객은 연극에 가깝게 다가갔다가 다시 멀리 떨어지는 경험을 함으로써 다방면의 체험을 할 수 있게 한 점도 무척 관객입장으로써 흥미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각 배우들이 피아노,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의 서양악기부터, 봉고라는 조금 생소한 중남미의 리듬악기(배경에 놓여있는 드럼 같은 것이다.)를 연주하여 기본 MR 외에도 직접 들을 수 있는 풍부한 음악을 많이 들려주었다.
여기에 효과음 마저 아프리카나 남미 등지에서 쓰일법한 악기로 연주하여 훨씬 볼거리를 풍성케 하고 MR로 들을 수 없는 감성을 잡아내는데 큰 효과를 한 것 같다.
<카르멘>에서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OST CD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삽입된 노래인 '바라본다'를 따로 음반 작업을 하여 프로그램북과 함께 판매하고 있었고, 디지털로도 음원을 판매하고 있다.(디지털 음원은 모르겠으나, 프로그램북과 함께 구매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퍼포먼스도 무척 훌륭한 편이었다. 여공의 싸움을 탭댄스나 플라멩고로써 표현하였고, 그 외에도 카르멘은 꾸준히 플라멩고를 보여준다. 또한 스페인에서나 볼 수 있는 투우사의 복장과 퍼포먼스는 무척 인상 깊었다.
카르멘과 돈 호세가 침대에 같이 동침하는 것도 퍼포먼스 적으로 잘 처리하였는데, 침대를 벽에 세워 보여줌으로써 포스터에서 볼 수 있던 이미지를 실제로 볼 수 있게끔 하였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주인공의 심정까지 표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한가지 퍼포먼스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투우사와 돈 호세 사이의 갈등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투우사의 퍼포먼스를 보는 것은 물론 좋았고, 이 부분이 돈 호세의 내적 갈등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퍼포먼스를 보는 순간만큼은 조금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퍼포먼스로 인하여 자칫 난삽해질 수 있는 극의 구성을 잘 조율했다고 보여진다.
몽환적인 분위기 연출을 위한 안개효과라든지, 조명의 사용도 비교적 평이하였다. 평이하다기 보다는 딱히 인상 깊은 점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다. 이는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미 충분한 가용무대가 있었고 주어진 무대를 사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 북 역시 상당히 괜찮은 구성이었는데, 애초에 프로그램북도 잘 구성되어 있었고 CD를 넣어준다는 것도, 그리고 원작 책까지 함께 끼워서 판매를 하고 있어서 구매자 입장으로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인 연극에서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조금 무의미한 배역이 들어가있다는 점과 몇 가지가 있지만, 이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어버릴 공산이 커서 그만두도록 하겠다.
무척 오랜만에 주변에도 아낌없이 추천할 수 있는 연극을 찾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뻤다. 해당 리뷰가 지원을 받아서 포스팅된 것이라 간접 광고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추천이 100% 받아들여지진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한다.
덧#1. 근데 전 왜이리 뒷태 사진만 찍어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덧#2. 사실 카르멘 역을 맡으신 배우분 목소리가 생각외로 허스키해서 깜놀했습니다....ㅠ_ㅠ
(최종 글 수정 : 11. 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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