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미소춘향> - 기대해봄직한
글 작성자: 레이니아
반응형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소춘향
최정임 연출, 김지영, 최석열, 이규운 外 출연, 2012
최정임 연출, 김지영, 최석열, 이규운 外 출연, 2012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많이 늦은 포스트인 <미소춘향>을 관람한 포스트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기한이 상당히 지나서 무척 민망하긴 합니다만, 아직 리뉴얼이 다시 되지 않았으므로 공연 내용은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조금 많이 늦은 감상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트는 조금 다른 형태로 이야기해보고자 해요. 경어를 그대로 가져갑니다.:)
연극의 변화
이는 말 그대로 리뉴얼(Renewal)입니다. 리뉴얼이라는 단어는 참 좋죠. 분명 긍정적인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잘 생각해봐야할 게 있습니다. 우선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 무조건 긍정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점이 있겠구요. 다음으로는 연속성에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들을 한가지씩 뽑아서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리뉴얼의 양면성 - 부정적인 측면에서
그런데 모든 것이 전부 개선된 것은 아닙니다. 단적인 예로 변학도의 비중을 좀 살펴볼께요. 지난번의 리뷰를 펼쳐놓고 보시면 조금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저번에 변학도의 존재감은 이몽룡 그 이상이라는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배우들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각주:1]이었는데요. 이 변화가 과연 개선(개선 한자)이냐고 물으면 전 선뜻 그렇다고 동의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몽룡과 춘향의 사랑이야기라는 점에서 지난번보다 이몽룡의 비중이 강화되어야할 필요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는 애절하고 나름의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 반동인물인 학도가 이번에는 그냥 첫 눈에 반해서 집착만 하는 캐릭터로 나와요.
시쳇말로 '매력적인 악역'에서 '그냥 찌질이'가 되어버린 것이죠. 반동인물이 매력을 잃어버리니 극 구성이 무척 재미없게 흘러갑니다. 이전엔 저 악역이 어떻게 움직일까 흥미진진하다면, 이젠 '찌질이'가 뭘 하든지 관심이 없습니다. 어차피 죽일 꺼 빨리 죽이지[각주:2] 뭘 그리 질질 끌어? 싶어요.
(그냥 찌질이가 되어버린 불운의 변학도)
게다가, 이몽룡이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냐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물론 주동인물이기 때문에 멋지게 등장하긴 합니다만, 기존과 크게 다르진 않아요.
이몽룡이라는 캐릭터가 좀 더 멋지게 부각되기 위해선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더해진 긍정적(+)인 강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이번에 바뀐 미소춘향에서는 오히려 악역인 변학도를 내리 누름으로써 이몽룡을 부각시키는 부정적(-)인 강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요.
리뉴얼의 양면성 - 긍정적인 측면에서
미소춘향은 태생적으로 퍼포먼스극일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요인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연출가를 비롯한 제작 측에서도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구요. 그 목적에 훨씬 더 부합하는 Output이 이번 미소춘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목적이라는 것은 물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상품'[각주:3]이라는 것이겠구요.
제가 목적자체를 인지하고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비해서 그 목적을 훨씬 더 잘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 목적이 너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서 좋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무척 예뻐졌습니다.)
혹시 이해가 안가실까봐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만 보충을 할께요. '미소춘향'은 관광상품의 형태로 개발된 연극입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철저하게 어필해야하는 목적성을 지닐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게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버리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바로 연극의 구성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인데요. 어떻게든 많고 다양한 것들을 넣으려고 하다보니 그냥 퍼포먼스 종합선물세트처럼 되어버리고 실제로 연극이 가지고 있어야할 최소한의 서사성을 잃기가 쉬웠다는 점입니다. 지난 번에 미소춘향이 꼭 그꼴이었구요.
그러나 이번에 리뉴얼을 통해서 이러한 부분이 많이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장면에 맞게 다양한 요소를 잘 뽑아내었지요. 하지만 완벽하진 않습니다. 일부일부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대표적인 부분이 기악이 전면으로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연속성의 측면에서
미소춘향은 스스로가 80% 가까이를 들어내고 바꾸었다고 했지만, 남은 20%는 거의 앙상하게 남겨진 틀과 배우들에 할애된 부분입니다. 결과적으로 이전의 미소춘향과 이후의 미소춘향의 공통점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겠는데요.
과연 이게 잘하고 있는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팜플렛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등 공연 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내적인 부분에서 사실 연속성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냥 우리가 뭉뚱그려 '전통 음악'이 나온다...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주제가를 빼고는 거의 다른 음악이었지요.
요는, 우리가 연속성이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지 실제 연속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겁니다. 이게 올바르게 변하고 있는 방향인지는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게 단순히 관광상품으로 그치고 말 것이라면 이 것은 충분히 편한 선택지가 됩니다.
하지만 연극이라는 작품의 성격을 갖으려 한다면, 이러한 변화는 개작이라고 보기 좀 과한 측면이 있지요. 마치 동일한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습작처럼 느껴져버립니다. 이 것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연출가 스스로 고민을 해봐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같아보이지만, 실제로 다른 연극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쨌든 기다려봄직하다.
사람들의 인식과 취향이라는 것은 무척 급격하게 바뀌는터라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고민되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개선의 의지가 있고 분명히 일부 개선이 된 점들은 이전과 달리 앞으로 변모할 '가능성'에 초점을 두게 했습니다.
지난번에는 외국인에게만 추천할만하다고 했습니다만, 이번엔 '연극에 매우 관심이 있는 내국인'까지도 포함해봄직 합니다. 앞으로의 변화를 더 기대할만한 연극으로 변한것 같습니다. 올 연말에 다시 초대할 계획이 있다고 했는데, 그 때는 조금 더 '가능성'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너무 과하게 딱딱한 듯 하여, 조금 문체를 바꾸어보았는데, 잘 먹힐지(?!)는 모르겠습니다. 반응을 살펴보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여나 인사 남겨주실 때, 문체가 바뀐게 더 괜찮은지 아니면 더 나빠졌는지 말씀해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 위 사진들의 출처는 정동극장이며, 각 사진의 저작권은 출처에 따릅니다. 사진은 리뷰를 위해 게시되었으며, 문제 시 삭제하겠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미소-춘향연가> - 외국인을 위한 퍼포먼스 극
- <미소춘향>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 비빔 인 서울(beVIM in SEOUL) (2) - 이들은 제대로 섞였는가?
- 창극, <춘향 2010> - 신선한 경험
- 창극, <춘향 2010>을 보고왔습니다.
- <미소춘향>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 비빔 인 서울(beVIM in SEOUL) (2) - 이들은 제대로 섞였는가?
- 창극, <춘향 2010> - 신선한 경험
- 창극, <춘향 2010>을 보고왔습니다.
반응형
'Culture > 연극(Dra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극, <헤어스튜디오 궁> - 그다지 참신하지 못했던 실험극 (20) | 2012.06.11 |
---|---|
연극, <로맨틱 코미디> - 제목이 함정. (14) | 2012.05.24 |
<미소춘향>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16) | 2012.04.25 |
연극, <두근두근> - 즐거운 논버벌! (20) | 2012.03.19 |
연극, <저는 여섯살입니다.> - 눈물을 강요한 연극. (18) | 2012.03.13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연극, <헤어스튜디오 궁> - 그다지 참신하지 못했던 실험극
연극, <헤어스튜디오 궁> - 그다지 참신하지 못했던 실험극
2012.06.11 -
연극, <로맨틱 코미디> - 제목이 함정.
연극, <로맨틱 코미디> - 제목이 함정.
2012.05.24 -
<미소춘향>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미소춘향>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2012.04.25 -
연극, <두근두근> - 즐거운 논버벌!
연극, <두근두근> - 즐거운 논버벌!
2012.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