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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연극, <로맨틱 코미디> - 제목이 함정.

  • 2012.05.24 06:30
  • Culture/연극(Drama)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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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
박정인 작/연출, 송광원, 강연정, 권오경 출연, 2012

  레이니아입니다. 지금 바뀐 문체(?!)로 꾸준히 리뷰 글을 이어가고 있는데, 지금 이게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읽기 편해졌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계신 반면에, 좀 장황해진 느낌이 들어서 이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난감하네요.

  처음에 전문성있게 글을 쓰려고 했다가 이것을 못해서 쉽게 타협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습니다. 일단은 이 방향으로 계속 진행해보려고 해요. 너무 딱딱하게만 글을 쓰니까 저 스스로도 나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딱딱한 글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쓸 수가 있으니까요...(...)

  아무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남길 연극은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요새 올라오는 연극이 좀 일정하죠? 요새 제가 너무 외부활동이 많고 바쁜지라 연극을 잘 찾아보질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연극을 볼 기회를 얻더라도 제가 고사하는 경우도 많구요... 그런데 이렇게 꼭 이벤트에 당첨되는게 생겨서 보다보니 일정한 곳의 연극만 보게 되네요.

노을 소극장

(자꾸 다시 찾게 되는 노을 소극장)


  일단 보던 배우를 다시 보게 되어서 반갑긴 한데 글이 조금 궁색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앞으론 조금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연극도 열심히 찾아보고 해야겠어요. ㅜㅜ



<로맨틱 코미디>
  처음에 <로맨틱 코미디>라는 제목과 포스터를 보고나서 '오, 이거 좀 웃기겠는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코미디'라고 제목을 달아놨으니 더욱 그랬지요.

  그런데 들어가서 핸드폰 끄기 및 기타 관람예절을 환기시키는 멘트를 애잔한 노래와 함께 나래이션으로 읊어주는 것을 들으며 뭔가 '싸~' 했습니다. 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로맨틱 코미디>는 웃긴 연극이 아닙니다... 자기 나름대로 슬픈 연극이었습니다.

연극 로맨틱 코미디

(이런 포스터를 만들어놓고 말이죠!!)


  이 '싸~' 함을 놓친 사람이 있을까봐 친절하게 연극은 첫 장면부터 다시한번 관객의 분위기를 환기시킵니다. 병원 침대에 환자가 누워있고 어떤 여자가 환자를 내려다보구요, 그리고 나래이션이 나옵니다. '나는 오늘 그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어때요, 감이 오시나요?

  이 장면 이후로는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코미디라는 제목에 부합하는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알고 있죠. 아까 처음과 같은 장면이 언젠가는 연극에 등장할 것이라는 걸요. 그러다보니 그 때가 언제인지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연극을 보게 되고, 이것이 연극에 묘한 긴장감을 불러옵니다.

기억의 파편을 찾다.
  이 연극에서 핵심 소재 중 하나는 '기억상실'입니다. 기억상실이야 로맨스를 다룬 곳에서 워낙 많이 다뤘으니 그 진부함에 대해서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진부한 소재를 썼으면 이를 진부하지 않게끔 처리가 필요하나 <로맨틱 코미디>는 이를 성공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로 갈음할께요.

  어쭙잖은 감상 글이지만, 안톤 체홉의 말을 잠시 인용해보죠. 안톤 체홉은 "이야기 속에 권총이 등장한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한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각주:1] 이것을 이 연극에 대입하면 '기억상실이 나왔다는 것은 반드시 해소가 되어야한다.'로 바꿀 수 있습니다.

  결국 기억상실은 해소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그리고 기억상실이 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연극 속에는 여러가지 파편이 나오게 되지요.

복선에 대하여
  그런데 이 파편, 복선이 참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우선 첫째로, 배우들만 모를(는 척 할)뿐 연극을 보는 모든 관객이 이 복선을 전부 캐치해서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뻔합니다. 근데, 이렇게 재구성하면 뭔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점이 발생하게 됩니다.[각주:2]

  그래서 관객은 모든 정보를 알고 있지만 사건을 완벽하게 재구성할 수 없는 상황을 맞습니다. 그러니 관객입장에선 어떻겠어요. 아까의 그 불편한 감정과 더불어 연극의 긴장을 멈출 수 없는 겁니다. '무척 뻔한'연극인데도 말이에요. 무척 묘하죠? 이 상태로 연극은 모두가 아는 것을 숨긴채로 답답하고 뻔하게 진행됩니다. 미묘한 간극에서 나오는 긴장감을 안고 있는 채로요.

  그럼 이제 '권총이 발사될'장면이 남는데요. 이 장면이 나와야 비로소 관객이 스스로 엇맞춰 있던 간극을 하나로 합칠 수가 있고 모든 긴장이 해소가 되어야합니다. 연극은 이 장면을 정말 '말도 안되는' 설명으로 타개해버립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데, 말이 됩니다. 이 간극이 떨어져있다고 믿었던게 사실은 맞춰져있던 겁니다. 다만 관객들이 지나치게 똑똑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죠. 연극의 핵심 내용이기 때문에 차마 언급할 순 없지만 무척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이 효과를 극작가가 의도했다면 정말 어떤 의미로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만... 이러한 효과까지 의도한 것 같진 않구요. 뭐라고 말하기가 참 어렵네요. 아무튼 연극이 끝나고 벙찐 상태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연극 로맨틱 코미디

(벙찌고 나온 다음에 표를 물끄러미 쳐다봤습니다...)


그 밖에...
  극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실컷했으니 이제 연기 이야기는 가볍게 하겠습니다. 우선 지난 연극 <저는 여섯살입니다>에 나왔던 권오경 씨는 이번에도 다채로운 멀티 역을 선보이면서 사람들을 빵빵터지게 했습니다. '깔창'이란 노래를 불렀는데, 지난번에도 같은 제목으로 다른 버전을 들었던 것 같아서 여쭤봤더니 연작이래요... 아...

  다른 분들은... 죄송하지만 큰 특징을 못 느꼈습니다. 기억상실의 남자 주인공이 워낙 올곧은 청년 역이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몇몇 부분에선 조금 어색하게 들렸다는 것, 그리고 여자 주인공이 감정 잡는 부분에서 잠깐 말이 버벅했던 것 정도는 그냥 애교로 넘어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제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극이 조금 아마추어의 냄새(?!)가 납니다. 저 역시 아마추어..(사실 삼류 딜레탕트라고 하는 게 더 올바른 표현이겠습니다만..)지만 극 구성이 전체적으로 허술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들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평일 오후 4시 공연이라는 점도 그런 생각을 보태준 요소였구요. 저 같이 잉여 한량이 아니고서야 누가 평일 오후 4시에 공연을 보러 가겠습니까...(...) 방학도 아니고 말이에요. 그쵸?

  이러한 요소때문에 제가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연극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연습시키기 위한 용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래저래 만족하진 못했던 연극인 것 같아요...^^;

배우들

(하지만 배우분들은 훈훈합니다.)




  아... 연극 다 보고나서 스텝을 쭉 살펴봤는데 <저는 여섯살입니다> 때의 작/연출가와 같은 분이시더군요...OTL 앞으로 잘, 잘 기억해두렵니다... 그럼, 지금까지 연극 <로맨틱 코미디> 감상평의 레이니아였습니다. :D

+
 여담이지만 자꾸 다른 연극 배우들과 마주쳐요(!) 이번에는 연극 <두근두근>의 배우들을 보았습니다. 뭐, 관객 입장으로 오셨겠지만 괜시리 반갑더라구요...^^;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저는 여섯살입니다.> - 눈물을 강요한 연극.
- 연극, <두근두근> - 즐거운 논버벌!
- 연극, <4차원로맨스음주연애> - 작위성이 아쉬운 싱글즈류의 연극
- 연극, <미소춘향> - 기대해봄직한
- 연극, <룸넘버 13> - 전형적인 레이쿠니의 연극




  1. 뭐 버전에 따라서 1막에 권총이 등장하면 3막에 발사되어야한다는 등의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오리지널은 이것 같아요^^; [본문으로]
  2.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까봐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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