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와 함께하는 블로거 R모씨의 일일.
이번 포스트는 다소 쓸데없는(?!) 패러디가 포함되어 있으니 아무쪼록 가벼이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생각하면 조금 더 재미있을지도 몰라요...^^;
어머니는
"어디 가니."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현관 앞까지 나간 아들은, 혹은 자기의 한 말을 듣지 못하였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이번에는 중문 밖에까지 들릴 목소리를 내었다.
"일즉어니 들어오너라." 역시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다시 비누질을 하며, 대체 그대는 매일 어딜 그렇게 가는겐가, 하고 그런 것을 생각하여 본다. 사귀는 여자도 없고 마땅한 직업도 없이 블로거라는 해괴한 명찰을 달고 다니며 매일같이 기계다, 모다 쏘다니는 아들은 늙은 어머니에게는 온갖 종류의 근심 걱정거리였다.
R은
잠에 취해 나가는 뒤를 어머니의 목소리가 쫓았고, 하기야 '네' 소리를 목구멍까지 내어 보았던 것이나, 목이 잠겨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자뭇 헛기침을 두어번 콜록이고 R은 스마트폰을 열어 습관처럼 데이터 용량을 확인한다. 횡단보도 앞에 서자 햇빛이 R의 눈을 때린다. R은 떠름한 얼굴을 하여 본다.
(아직 4기가가 남았다)
R은 이번 달부터 LTE 62 요금제를 신청하여 음성 350분, 문자 350건(7,000원 상당), 데이터 5GB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데이터 잔여량을 보자 떠름한 얼굴이 짙어진다. 자기 전에 동영상을 보다가 깜빡 잠들어 버린 탓에 월 초부터 많은 양을 쓴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애초에 전화나 문자를 사용할 요량은 아니었다. 다만 LTE 62 요금제 이상을 쓰면 T Freemium인가 해서 영화를 볼 수 있단 요량에 덥썩 신청한 것이었다. R은 전화나 문자를 사용할 곳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쓰게 웃었다.
R은, 자기의 준비성에 스스로 의혹을 갖는다. 오늘 비가 온다고 했었나 되뇌어보기도 한다. 부랴부랴 날씨위젯을 켜서 날씨를 확인한다. 다행히 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다. 문득 고개를 들자 파란 불을 보고 R은 서둘러 달려간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렇게 쓸데없는 데 정신이 팔려 길도 제대로 못건너는 자신의 덜렁임을 저주한다.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 사이의 갈림길에 섰다. R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어떤 것이 더 빨리 갈 수 있을지 가늠해 본다. 버스는 10분을 기다려야하고 전철은 5분만 기다리면 탈 수가 있다. R은 약간 자신이 있는 듯 싶은 걸음거리로 지하철 역으로 간다.
버스 정류장에 늘어진 줄을 본다. 이제 그들은 10분을 기다려 버스를 탈 것이다. 흘낏 R을 본 그들의 눈에는 자신이 앞서서 서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R은 그들을 업신여겨 볼까 하다가, 문득 생각을 고쳐 그들은 불쌍하게 보려 하였다. 사실 이런 시대에 아직도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게 R에게는 좀 다른 의미로서의 신선함을 느끼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R은 전철을 타며 가야할 곳을 다시 확인한다. 서울역으로 향해 회현역을 가야한다. 아까 어플리케이션을 구동시켜 R은 자신이 빠르게 환승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전철이 왔다. 사람들은 내리고 또 탔다. R은 잠깐 머엉하니 서 있었다. 다른 사람이 모두 저 차에 오르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저 혼자 남아 있는 것에 외로움을 맛본다. R은 닫히려는 전철에 뛰어올랐다.
전철 안에서
(T Freemium을 통해 만화를 다운 받았다)
영화를 보기 전 뉴스도 좀 골라 읽다가, 이내 지루해진 R은 영화 대신에 만화를 다운 받아본다. 설치파일까지 해서 이것저것 요량 15MB정도 사용되는 것이 내심 신경이 쓰인다. 5GB중에 15MB 때문에 신경을 쓰는 R은 스스로가 신경쇠약인 게 틀림없었다고 단정한다. 이제 이 차는 서울역을 지나 회현으로 향한다.
회현에서 내린 R은 지인을 만난다. 미리 약조한 시간보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R은 미안함을 느끼고 사과한다. 그리고 점심은 자기 사겠노라 마음 속으로 약조한다. R과 지인은 전철역을 나온다. R은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서 이전에 자신이 써놓은 블로그 포스트를 본다. 버스번호를 마음 속으로 다시한번 되뇌이보곤, 매우 익숙한 길인듯, 발걸음을 옮긴다.
다시 버스를 타고 사전에 미리 예약을 해둔 남산 누나네(링크)로 이동한다. R은 자신의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본디 그의 길 감각은 엉망이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R의 마음은 불안하였다. 다행히 길은 잘 맞았다. 속으로 안도하며 R은 지인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음식집의
거창한 이야기를 쓸 것처럼 하지만, 결국엔 요량없는 이야기만 맥없이 늘어놓고 만다.
R과 지인은 말 없이 음식을 먹는다. R은 먹으면서도, 이 다음에 다시 어떤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표를 바꿔야 할지 고민한다. 그가 대화 중에 스마트폰을 꺼내면, 지인은 무례하다 생각할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대화가 잠시 중단되고 그 틈에 그는 얼른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들여다 본다. 다행히 타고 온 버스를 다시 타면 된다. 그제서야 R은 비로소 음식의 맛이란 것을 느낄 수 있다.
식사가 끝나고 지인이 계산한다. '제가 계산 할께요.'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왠지 모를 어색함에 말을 멈춘다. 식당에서 나와 버스를 탄다.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을 계산하여 본다. 넉넉하다. 넉넉하다, 라는 발음이 혀에서 맴돈다. R은 공연히 근교로 소풍이라도 나온양 입 안에서 혀를 굴리어도 본다.
버스를 타고 내려 다시 지도 어플리케이션의 힘을 빌린다. 지도를 보면서, 발걸음을 옮기면서, R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여 본다. 그러나 어느 틈엔가 길을 찾아보면, 정작 전혀 엉뚱한 길로 가고 있다.
R은 부랴부랴 길을 되짚어 간다. 혼자라면야, 헤매이는 것도 그러려니, 하겠으나 지인과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초조와, 또 일종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맛보게 한다. 서둘러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다.
요행히 이번엔 제대로 맞아, 도착하려는 국립극단의 빠알-간 담벼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 시의
"제가 편의점에서 커피라도 사올께요."
식사를 대접하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인지 R의 목소리가 올라간다. 지인에게는 R이 흡사 옆에서 재잘대는 새 처럼 보인다. 지인의 그러마 하는 수락을 들으며 R은 방금 지나친 편의점으로, 빠른 발걸음을 옮긴다.
(국립극단)
편의점에서 음료수와 커피를 사 든 R의 발걸음은 가볍다. 국립극단으로 돌아와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뒤이은 담소를 조금, 나눈다. 극장에 입장가능한 시간이 왔고, 들어갔다. 안내에 따라 부랴부랴 스마트폰을 끈다. 그제서야, 잠시 스마트폰과 유리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국립극단의
(사용량 확인)
습관처럼 쳐다본 사용량을 보고 R은 안도한다. 42MB정도밖에 쓰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와이파이는 켜놓지도 않은 채 보낸 하루였다. 애초에 사용할 일도 많이 없었지만, 새삼 아직 풍족하게 남았다는 사실에 R은 안도한다. 이럴 요량이면 매일 조금 더 신경을 덜 쓰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고민해보기도 한다.
이제 R은 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사람 사이를 지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한다. 어쩌면 하루 더 동영상을 틀어놓고 잠이 들더라도, R은 쉬이 짜증을 내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산만한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
2. LTE 62 요금제부터는 T Freemiu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3. 날씨 검색, 약간의 인터넷, SNS, 동영상 한 두어편, 15MB가량의 어플리케이션 다운을 합쳐도 42MB정도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4. 의외로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아서 이대로 사용하다간 남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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