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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연극, <괜찮냐> - 괜찮아요, 괜찮아.

  • 2012.06.21 06:30
  • Culture/연극(Drama)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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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괜찮냐
임창빈 연출, 김동현, 최지은, 박상용, 유미란, 신문성 출연, 2012

  며칠 전 이벤트를 통해서 연극 <괜찮냐?>를 보러 갈 기회가 생겼었습니다. 며칠 전이라고는 해도 저는 원래 늦은 소식의 아이콘(?!)이고, 이렇게 저렇게 늑장을 피우다 보니 실제로는 시간이 좀 지나긴 지났지요.

  사실 이벤트 당첨되어 놓고 이런 이야기 하는 것도 우습지만, 휴먼컴퍼니에서 당첨받아서 간 연극의 상당수를 좀 혹평(?!)해 놓은 것이 많습니다. 솔직할 땐 솔직해야죠… 재미는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를 하지 않고 갔습니다만, 한 극단의 정기 공연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또 내심 기대를 하게 되었는데요.

  과연 이 기대는 외면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럼 또 짦막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쁜남자
  포스터 사진을 보면서 '이거 꽤 강한데...?'라는 생각을 연극을 보러 갔습니다만, 기다리고 있던 것은 평범한 시골 집의 풍경이었습니다.

연극 괜찮냐

(시골 집의 풍경)


  하지만 또 둘러쳐져있는 경찰의 출입금지 선이 또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무척 묘한 분위기 가운데서 연극은 시작되었습니다.

  이 묘한 분위기의 정체감은 끈적한 불쾌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평화로운 마을에 눈이먼 여자와 일반 남자가 살고 있습니다. 남자는 이 여자를 잘 보살피고 또 사랑하는 것 같지만... 마을 사람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합니다.

  음.. 마치 주인공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남자>에 나오는 주인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덕적인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 스스로는 무능하고 폭력적인 그런 남자말이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남자 역시 과거에 버려진 기억을 안고 있는 부족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결핍 그리고 왜곡
  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결핍되어있는 것이 많습니다. 남자는 과거에 버림(=소외)받은 기억을 통해 사랑이 결핍되어있고[각주:1], 능력이 결핍되어있고, 도덕성이 결핍[각주:2]되어있습니다.

  반면에 여자는 사고로 남편을 잃었고, 아이를 잃었으며, 눈을 잃었고, 말도 잃었습니다. 한편으로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이며, 남들로부터 소외받은 존재입니다. 이 결핍된 두 존재가 동거하는 점은 무척 기괴하게 느껴집니다. 여자는 이렇게 가혹한 일을 당하지만, 남자에게서 도망가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가혹한 일을 시키지만, 여자를 사랑합니다.

  이 기괴한 관계는 이해할 순 없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되는, 모순적인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이상하고 복잡한 느낌을 가져옵니다. 분명히 이해는 안되지만, 한편으로 있을 것 같다는 실재감이 부여되는. 제 스스로도 적당한 느낌을 끄집어낼 말이 떠오르지 않는 복잡미묘한 느낌이 듭니다.

불쾌감의 정체
  '끈적한' 불쾌감은 연극 전반을 떠다닙니다. 무척 고약한 냄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연극이 끝나고 이 끈적한 불쾌감의 원인을 찬찬히 고민하다보니 결국은 '우리 주변에 실재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바로 그 원인이었습니다.

  외국인 여성의 소외, 그리고 이중적인 사람들, 일그러진 관계, 왜곡된 사랑, 모성에서 빚어진 극단적인 행동... 이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결과적으로 우리 주변에 분명히 실재하는 일이죠. 이 사실 때문에 관객은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실재하기 때문에 복잡미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구요.

  그러나 일련의 요소들이 우리 주변에 실재한다고 인정하기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세계와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결국 부조화가 일어나게 되죠. 이러한 부조화를 우리가 쉽게 인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는 끈적함으로 남아 관객이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끈적한 불쾌감이 되버리고 맙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괜찮아.
  연극의 암전 사이사이에 '괜찮냐?'라고 묻는 소리가 들립니다. 말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이는 주인공 남자에게 혹은 여자에게 묻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관객에게 묻는 질문이 되지요.

  하지만 우리는 괜찮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구요? 선택의 여지는 괜찮다는 대답 외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괜찮아,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아니, 괜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전 한동안 이 불쾌감을 떼어 놓기 위해 고생 좀 할 것 같아요...

작가와 연출 그리고 시놉시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여자 주인공 '숙' 역을 맡은 최지은 분은 여자 주연이면서 동시에 작가이기도 하다는 것을 정리를 하다 알았습니다. 정말이지 무척 놀랐습니다. 작가로서도, 연기자로서도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일방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보이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하지만, 연출도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리뷰를 쓰기 위해 이것저것 찾다가 시놉시스를 발견했는데 이 시놉시스를 읽었다면 조금 더 연극을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시놉시스를 찾아보기가 힘든 게 사실이죠. 그렇다면 연극이 조금은 더 친절해질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척 오랜만에 글을 쓰는 느낌입니다. 이번주까지는 일정이 많아서 감상이나 물건 등 가급적 분량 짧고 쉬운(?!) 포스트를 써내려갈 것 같아요. 아무튼, 돌아왔습니다. 이웃분들은 제가 천천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D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헤어스튜디오 궁> - 그다지 참신하지 못했던 실험극
- 연극, <저는 여섯살입니다.> - 눈물을 강요한 연극.
- 연극, <염쟁이 유씨> - 잘 사시게...
- 연극, <더 라인> - 힘이 부족한 직구
- 연극 <수업>의 표를 받았습니다.




  1. 이는 왜곡된 사랑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본문으로]
  2. 여기선 '결여'라는 표현이 더 올바른 표현이겠습니다만, 통일성을 위해 결핍을 사용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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