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교> - 나의 영원한 처녀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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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은교
정지우 감독,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출연, 2012
정지우 감독,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출연, 2012
오랜시간을 끌어왔던 은교의 감상평입니다. 개봉 후 느즈막히 조조로 혼자 다녀왔는데요. 조금 뒤늦게 글로 옮겨보려고 하니 마음처럼 옮겨지지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그리고 생각을 많이 하면서 본 영화일 수록 그 느낌을 글로 옮기는데 많은 애로를 겪곤 합니다.
제 글이 느낌을 그대로 옮겨낸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다소 글이 장황한 면이 있지만 어여삐 봐주시길... 이런 부족한 글이 한 두편이 아니었잖아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책과 영화의 우선순위
그런데 <은교>를 저는 영화를 본 후에 책을 읽었습니다만, 그리고 책을 읽고 나면 위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영화의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고 영화의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화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만, 저는 책을 읽은 후에 영화를 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은교를 이루고 있는 인물들
책을 읽은 후 영화를 보는 것을 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은교>에 등장하는 '은교' 때문입니다. 책에 대해 글을 쓰면서 다시한번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만, 영화에 등장하는 은교의 캐릭터가 너무 강렬하여 자칫 책의 은교를 증발시키게 만들 소지가 다분합니다.[각주:3]
(강렬한 은교 캐릭터)
영화 <은교>의 은교는 발랄하고 예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배우는 이 은교의 모습을 잘 그려냈고, 또 감독은 영리하게 장면을 잘 연출하였습니다. 이 두가지가 잘 맞물려 은교는 적요의 영원한 처녀가 될 수 있었고, 한편으론 외로움에 남자와 잔다는 여고생이 될 수 있었으며, 은근한 팜므파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2. 서지우
서지우는 영화에서 적대시되는 인물입니다만, 이 연출을 통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인물이기도 합니다 별과 별이 다름을 아는 데 10년을 보낸 둔재. 문학의 아름다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그는 한편으로 가련하고 불쌍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영화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서지우)
영화에서 그는 조금 더 영리해보이고 조금 더 야심이 있어보이지만, 그것은 배우의 연기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영화의 구성을 탓해야 할 것입니다.
3. 이적요
개인적으로 박해일의 이적요는 파격적이긴 했습니다만, 묵직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박해일이 연기를 못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배역이 어울린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아쉬웠던 이적요)
젊은 배우를 기용(?!)한 이유는 은교를 만나 함께 뛰는 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요. 그러나 단순히 이 장면하나를 위해서 젊은 배우가 필요했을지는 의문입니다. 박해일이 연기한 이적요. 소설 속 이적요보다 조금 덜 유연하고 조금 덜 야심적인 그에게 한결 호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게 옳은 방향인지는 의문입니다.
메타포를 통해 본 선정성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이 영화에 쓰인 은유 때문이었습니다. 전부 노출하는 것이 아닌, 연출을 통해 은근히 드러내는 메시지가 무척 강렬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다만 이런 은유자체는 훌륭했지만, 이 은유들이 '선정성'보다 더 깊은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안야하다는거에요!?)
늙음과 존재감
적요가 은교를 탐하는 마음은 단순히 노인이 늘그막에 어린 소녀를 보고 느끼는 춘심이 아닙니다. 적요 스스로에겐 '시를 쓰지 않아도 되는, 자기 존재의 목적'이 은교였던 것이고 따라서 그에겐 존재의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우는 이를(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오해했고 그에게 세속의 굴레를 씌워버린 것이죠.
잘가라 은교야
감독 스스로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이라 밝혔듯, 저 역시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라 느꼈고, 동시에 모종의 혼란을 느꼈습니다.
우선 은교가 적요에게 작별을 고하고 발을 딛는 세계는 여태 그녀가 살던 세계와는 분명히 다른 세계일 것입니다. 이전 세계에서 그녀가 '영원한 처녀'였다면, 새로운 세계에서 그녀는 더 이상 적요의 '처녀'가 아닌, 성숙한 하나의 존재로 거듭날 것입니다. 그리고 적요 역시 이를 알고있고 새로운 세계로 은교를 배웅하는 모습이 될텐데요.
그럼 동시에 드는 혼란은, 이 장면이 중요한 장면이라면 영화의 주제를 어떻게 정리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존재가 갖는 근원적 욕망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인지, 과거 세계와의 결별을 통한 존재의 성장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인지 선뜻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마치며
책 보다 주제 전달 부분에서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은교'라는 인물의 존재는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 인상깊은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저 역시 은교에게 깊이 매료된 것 같구요.
조금 찬찬히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인상깊었습니다. 감독의 연출에도 조금 놀라기도 했구요.
+
캐릭터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배우가 이 캐릭터를 씻어내고 다른 캐릭터로 돌아올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걱정이 되었습니다만, 제 쓸데없는 오지랖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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