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라클' - 기적의 의미에 대하여...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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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뮤지컬 <미라클>
김중, 장혜민, 김학규, 송종현, 김상미 출연, 2012
김중, 장혜민, 김학규, 송종현, 김상미 출연, 2012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막은 내렸지만 내리지 않은 공연(?!)인 뮤지컬 <미라클>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근데, 막은 내렸지만 내리지 않은 공연이 무엇이냐구요?
제가 이번에 보고 온 뮤지컬 <미라클>은 크리스마스 특별공연으로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제이드홀에서 12월 22일부터 29일까지 상연한 작품입니다. 그러니 이 공연은 막을 내렸다는 것이구요. 하지만 뮤지컬 <미라클> 공연 자체는 2013년에도 계속 상연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이라는 게 어떤 시스템에 의해서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준 공연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자세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대효과의 빈약함
우선 첫 번째로, 무대가 양 쪽이 너무 넓었습니다. 이를 그대로 두면 배우들의 동선이 너무 넓어지고 또 관객의 시선이 분산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를 막기 위함이었는지 무대 좌 우에 천을 덮어서 무대의 일부분을 가려두었습니다.
(가려둔 천의 일부)
고육지책이겠지만 제 경우엔 공연 중에 슬쩍 흐느적거리는 그 천이 영 마음에 들진 않더군요. 게다가 정면이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좌 우측 사이드로 가면 그 뒤가 적나라하게 보였습니다. 한 켠에 쌓아둔 마이크 받침대 같은게 눈에 들어오는 건 그다지 바람직한 경험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배우들의 동선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이것은 제가 소극장 뮤지컬 <미라클>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배우들이 등장하고 퇴장하는 곳이 제이드 홀에서는 한 곳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소극장에서 상연할 때도 그런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등장하고 퇴장하는 곳이 한 곳밖에 없어서 동선이 좀 어그러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건 제가 무대 조건만 보고 예단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명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건 제가 무대를 들어가서 찍은 사진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진을 보시죠.
(본격 미라클 정신병원…)
조명을 보고 처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전 이게 공포물인줄 알았어요… 콘서트에서나 쓰일 법한 푸른색 조명이 있어서 흰색 물체의 경우 형광색으로 보이게 하는 무시무시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자주 보인 조명이 초록색과 붉은색 조명이었어요…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보이는(?!) 조명은 핀 조명 몇 개밖에 없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 푸른빛 조명이 나오질 않나… 무척 분위기와 따로 노는 조명을 만나고 왔습니다. 이건 제이드 홀에 기본적으로 있는 조명이 연극용으로는 적절치 못한 조명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배우들의 격차
우선 여자 주인공의 경우에는 노래를 참 잘했습니다. 비교우위에 따른 장점일 수도 있지만 노래가 어색하다는 생각은 전혀 못해봤구요. 그 외의 파트 분들은 무난하게 부른 것 같습니다. 애초에 노래 부르는 파트가 그리 많다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잘한다 못한다를 평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문제는 남자 주인공입니다. 비교를 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살아생전 이토록 불안에 떨면서 뮤지컬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남자 주인공이 노래를 시작하기만 하면 뮤지컬을 보는 제가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아니 왜
노래 중에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커플로 노래를 부르는 곡이 있었는데, 이 노래에 가서 실력 불균형은 절정을 맞습니다. 그러니 정말 혼자 부르니만 못한 노래가 나오더군요.
이렇게 노래에 대한 기대가 점점 줄어들다보니 제게 있어서 ‘노래’가 갖는 비중이 점차 적어지게 되더군요. 그래서 나중에는 이 극이 과연 ‘뮤지컬’이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기적'의 의미
식물인간 상태의 ‘희동’이 살아나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하늬’를 만날 수 있게 된 사실이 기적이라고 이야기하며 연극에서는 기적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본다면 사람이 살면서 만나는 ‘인연’이 결국은 모두 ‘기적’이므로 만남을 소중히 하자… 정도로 주제를 귀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의문이 들어요. ‘기적’이라는 게 주제가 된다면 그 기적에 대해서 조금 더 극적으로, 많은 힘을 보태서 강조를 해야할 것 같은데, 정작 이 후에 말씀드릴 존엄사에 대한 비중이 더 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연극을 보면서 ‘존엄사’가 진짜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기적은 사랑일까요?)
만약 기적이 주제가 맞다면 조금 더 강하게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이 둘이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거든요...
존엄사
뇌사 판정을 받고 호흡기를 떼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거치며 과연 ‘환자의 죽음은 누가 결정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연극 후반부에 등장합니다. 크리스챤인 의사는 모든 생명은 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이 고통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놔주길 바라고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구요.
그런 점에서 의사의 고민이 참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의사의 결정은 타당합니다만, 관객은 ‘희동’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살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의 ‘희동’이 자신이 살고 싶다는 의지를 발산하는 것을 보면서 기존에 우리가 ‘존엄사’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는 이 점이 연극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했구요.
하지만, 이 ‘존엄사’는 단지 슬픔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말고 ‘희동’은 그 사실을 납득하는 것이 아니라 체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 아쉬웠습니다. 결국 이 부분이 중요한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겠지만 이 부분을 조금 더 집중했었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척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연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생각하여 너무 엉성하게 처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연극
배우의 실력이 떨어져 뮤지컬의 느낌이 제대로 살지 않거나, 무대환경이 좋지 않아서 연극의 완성도가 떨어진 점은 연극을 보면서 참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구성적인 면에서는 주제에 대한 방점이 없어서 저 같은 오해를 하거나, 혹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결국, ‘그냥 괜찮은 뮤지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으로 끝나버려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느낌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날 혼자 연애중에 보러 간 연극이라 제 가슴은 무척 추웠습니다만, 그래도 다른 훈훈한 커플 분들을 보면서 더 추웠던 크리스마스였습니다. 뭐 인생이 다 그런거죠 뭐…(…)
아무튼 조금 뒤늦은 뮤지컬 <미라클>에 대한 포스트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서툰 사람들' - 서툴다는 것.
- 연극, '쥐덫' - 정극의 신선함
- 연극, <카르마> - 전통의 흥미있는 재해석.
- 연극, <골 때리는 그녀> - 원판 불변의 법칙.
- 연극, <천체망원경> - 지나간 시간을 움켜잡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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