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쉬어 매드니스' - 오픈 결말의 매력.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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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쉬어 매드니스
변정주 연출, 서성종, 김철진, 고혜미, 김도형, 김나미, 배현일 외 출연, 2013
변정주 연출, 서성종, 김철진, 고혜미, 김도형, 김나미, 배현일 외 출연, 2013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초대를 통해서 다녀온 연극 <쉬어 매드니스>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어제 말씀 드렸던 <미라클>에 비하면 상당히 최근에 보고 온 연극인데요.
이 공연은 무려 오픈한지 이틀만인 1월 9일날 보러 다녀왔습니다. 몇몇 배우는 첫 공연이었던 공연이라 이번에도 참 여러가지 독특한 경험을 하고 온 것 같아요. 이번에도 감상을 짧게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날은 오후에 영화를 한 편 보고 난 다음에 곧바로 이동한지라 정신이 없어서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네요… 다소 재미없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P
그러니, 짧고 간단하게 써볼게요.
연극 외적인 측면에서...
더군다나 곧바로 말씀드리겠지만 ‘관객 참여형 연극’인데요. 그러다보니 무대와 객석사이의 경계가 희미합니다. 이 장점을 살리기 위해(?) 공연 시작 15분 전부터 약간의 몸풀기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요. 물론 저는 제 시간에 맞춰 오느라 보진 못했지만 흥미로워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이 공연은 인터미션이 있습니다. 인터미션 중에 배우 한 명은 나가서 질문이나 추리를 들어주고요. 나머지 배우들은 관객들과 조금씩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서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깔끔하게 잘 만들어놓아서 더 이상 말씀드리는 것은 사족일 것 같으니 이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픈 결말
이 용의자 중에 분명히 범인은 있고 이 범인을 찾기 위해서 관객들이 추리를 하고 질문을 해서 알리바이를 탐색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거수 투표를 통해서 범인을 지목하고 지목된 배우가 범인으로 등장하는 결말이 나오는데요. 그러다보니 <쉬어 매드니스>의 결말은 총 4가지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에서도 오픈결말이 있는 게 있는데요. 옛날 영화중 하나인 <CLUE(한국판 살인 무도회)>가 그것입니다. 약간 코메디가 섞여 있긴 하지만, 어렸을 때 보고 나서 무척 신선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오픈 결말의 장점
다른 관객들이 예리하게 짚어내는 것을 보고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볼 수도 있구요, 용의자로 지목된 배우들이 과거 행적을 복기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까 멍하니 보고 있던 게 아쉬워지더라구요. 그 결과 자연스럽게 다시 한 번 관람해서 꼼꼼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모든 엔딩을 전부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4회를 봐야 합니다. 이렇게 오픈 결말은 관객들로 하여금 재관람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관객을 추리 과정에 참여시킴으로써 예리한 추리와 여기에 대한 배우들의 반응은 무척 재미있는 포인트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추리 과정이 연극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간혹) 기억을 잘못해서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말이죠.
오픈 결말의 단점
그 다음으로 제가 짚고 싶은 게, 배우들이 관객의 추리에 대한 답변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추리에 대해서 능수능란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추리에 대해서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대처할 수록 연극의 완성도는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 어정쩡하게 덮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는 합니다. 추리가 적중해서 답이 좁혀져버리면 오픈 결말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거수 투표를 하기 전까지는 모든 용의자가 의심이 가도록 만들어야 하므로 관객의 추리를 경찰이 주도적으로 심문하지만, 한편으로는 배우들의 알리바이를 입증해주어야 합니다.
그 상황을 경찰이 잘 답변을 해야 하는데, 제가 본 공연에서는 초반이라서 그런지 원활하게 답변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뭔가 좀 우왕좌왕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구요. 그러다보니 결말이 나기 전까지의 모든 추리가 허무하게 끝나는 느낌이 끝까지 남았고, ‘도대체 추리 시간은 왜 준거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연극의 결말도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거수 투표로 지목받은 사람이 범인이 되다보니 그냥 알아서 자폭하는 류의 결말이 나오더라구요. 알리바이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본격 ‘추리’의 느낌은 상대적으로 약해져서 아쉬웠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요.
끝으로...
다만, 연극이 닫힌 구조가 아니다보니 연극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변수가 상당히 많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과 같은 경우엔 배우들의 임기응변이 좋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다른 부분을 다 덜어내고 연극의 구성만 본다면 상당히 영리한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들에게 재관람을 유횩하는 연극이라니, 연극을 보면서 미처 생각치 못했습니다.
배우들이 조금 더 능수능란해진다면, 그 때는 재관람을 고려해볼지도 모르겠어요…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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