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술꾼' - 모노드라마와 원맨쇼 사이에서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술꾼
유승희 연출, 김필, 이정길 출연, 2012

  오늘도 역시 막 내린 후 올리는 연극 후기입니다. 다른 포스트를 올리느라 치인(?!) 연극 후기가 많아요. 그리고 조만간 2012년의 문화생활 결산을 해보려고 하는데, 우선 밀린 글을 좀 올려야 할 것 같아서 서둘러 올리게 되었습니다. 요새 다소 재미없는 연극 후기(?!)입니다만, 그냥 이런 연극이 있었다... 하는 마음으로 가벼이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게다가 오늘은 글도 짧아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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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드라마

  포스터에도 적혀있다시피 <술꾼>은 (폭발적인 재미와 감동의) '모노드라마'입니다. 앞의 수식어는 일단 포스터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보니 붙여두도록 하겠습니다. 모노드라마는 아시다시피 혼자 나오는 1인극을 의미합니다. 이번에는 세보지 않았지만 꽤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1인극은 예전에 <염쟁이 유氏>를 통해서 또 잠깐 말씀드렸던 적이 있는데요.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염쟁이 유씨> - 잘 사시게...

  그리 길지 않은 내용, 간단히 설명드리면 1인극은 연극의 3요소인 무대, 배우, 관객 중에서 '배우'라는 파트를 단 한 명이 맡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가 연극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배우의 감정선이나 연기에 따라서 그 날 연극이 좌우된다...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술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날 등장하는 배우가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느냐에 따라서 연극의 재미가 좌우되는데요. 다행인 점은 연극이 재미 위주로 흘러가다보니 배우에게 엄청난 연기를 강요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점이에요.

단순한 구성

  <술꾼>의 구성은 상당히 단순합니다. '술'과 엮인 주인공의 삶을 주욱 살펴보는 구성인데요. 시나리오 구성 단계인 발단-전개-절정-하강-대단원의 구성을 정말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술로 인한 에피소드와 밑바닥부터 시작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의 문턱에 닿았던 주인공은 다시 밑바닥으로 강등되게 되고, 그 속에서 다시 희망의 빛을 찾게 된다...는 일반적인 내용이 <술꾼>의 내용입니다.

  그러다보니 구성 부분에 대해서 뭐라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정말 단순하고 일반적인 이야기다보니 흠잡을 데도 없고,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도 없습니다. 굳이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 밋밋하고 결말이 빤히 보이는 스토리라는 점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그냥 심심한 스토리입니다.

배우의 오버액션

  이 맥아리 없는(?!) 연극을 살리는 것은 오로지 배우의 연기입니다. 제가 봤던 공연에서는 김필 씨가 나왔었는데요. 등장부터 화려하게 등장하여 공연시간 내내 현란한 몸짓과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연기가 너무 오버액션으로 치닫는 느낌이 전 개인적으로 별로였습니다. 재미를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너무 망가지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같아서 나중엔 오히려 보기 불쾌하더라구요. 춤이면 춤, 취한 척이면 취한 척(?), 여자 연기면 여자 연기까지 모든 연기를 정말 열심히 하셨지만, 이게 좀 과하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워낙 시나리오 자체가 강한 인상을 주지 않다보니 결국 연극의 인상을 가름하는 것은 전적으로 배우의 몫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배우가 조금 과한 연기를 할 수밖에 없지요.

재미를 위한 연극

  <술꾼>을 보다보면 사실 모노드라마라기 보다는 원맨쇼라는 느낌이 조금 더 강합니다. 다시말해서 연극에서 '드라마'가 아니라 '쇼'의 느낌이 든다는 것이죠. 이는 어찌보면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고민은 기우일 수도 있습니다. 연극을 보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고민해본다면, 딱히 이런 연극도 나쁘진 않으리라 싶어요.

  분명히, 제 연극적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는 연극이었습니다. 구성이 빈약하고, 빈약한 부분을 '배우를 쥐어짜서' 충당하는 방식을 저는 좋아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재미는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본 공연날에는 단체로 오신 아주머니 분들이 많았었는데요. 적당히 수위 높은 농담도 나오고 '쇼'의 느낌이 강하다보니 아주머니 분들은 무척 재미있게 관람하시고 연극에도 적극 참여하시더라구요. 이처럼 연극에서 재미를 노리고 찾아오신 분들에게는 <술꾼>이 상당히 재미있는 연극이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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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중간에 술을 마시는 부분도 있고,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원하는 관객에게 막걸리 한 잔을 따르고 건배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론, 미성년자는 관람할 수 없는 연극이지요. 적당히 수위 높은 농담이 통할 수 있는 연령대 분들에게 무척 재미있는 연극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분들보다는 조금 나이 있으신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구성이나 연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럼 지금까지 연극 <술꾼> 감상의 레이니아였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염쟁이 유씨> - 잘 사시게...
- 연극, <괜찮냐> - 괜찮아요, 괜찮아.
- 연극, <콜렉터 - 그놈의 초대> - 2인극의 묘미
- 연극, <달빛 속의 프랭키와 쟈니> - 운명을 믿어요.
- 연극, <골 때리는 그녀> - 원판 불변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