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쥐덫' - 정극의 신선함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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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쥐덫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 송수영 연출, 장두이, 서현우, 서지유 외 출연, 2012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 송수영 연출, 장두이, 서현우, 서지유 외 출연, 2012
제 주특기 중에 하나죠. 막내리고 글 올리기 포스트입니다. 다른 글을 통해서 말씀드렸었지만, 제가 연극을 통해 글을 쓰는 매체가 제 블로그 외에도 몇 곳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제 블로그엔 연극 포스트를 자주 올리지 못했네요. 이 후에 연극 결산을 통해서 한 번쯤 이야기할 소재지만, 제가 2012년에는 연극을 정말 많이 봤어요.
그리고 글을 많이 쓰다 보니 올리지 못한 포스트들이 조금씩 남아있는데요. 그러한 글들을 재빨리(!) 올리는 포스트 중의 하나가 오늘 올라갈 '쥐덫'이 되겠습니다.
쥐덫은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상연하고 있었습니다. 이 날은 사실 연극을 두 탕(?!) 뛰었던 날입니다. 오후 일찍엔 장진 연출의 <서툰 사람들>을 보고 왔구요. 저녁 나절에 <쥐덫>을 보고 왔는데요. 즉, 조만간 <서툰 사람들>에 대한 리뷰도 올라갈 예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SH 아트홀)
다들 잘 아시는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연극인데요. 연극으로 상연된 지 작년이 60주년이 되었던 해라서 런던과 서울에서 동시 상연하였다고 합니다. 아무튼, 또 가볍게 적어보겠습니다.
정극
관객 참여 하나쯤은 넣어주어야 하는 트렌드(!)와 달리 장난치지 않고 힘을 단단히 준 연극이라 간만에 무척 신선하고 반가웠습니다. 이런 연극도 있어줘야 하지 않나... 싶었거든요. 후에 알고보니 런던과 서울에서 동시 상연을 하면서 같은 극본을 번역만 하여 똑같이 상연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어찌되었든 이러한 정극은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 날의 캐스팅 표)
아가사 크리스티
예전에 효과적으로 연극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여기서 제시했던 방법 중 하나가 '원작을 보고 가라'였습니다. 훌륭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연극은 극의 구성이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에 추천 드리는 방법이었는데요. 그 방법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쥐덫>은 훌륭한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다만, '추리소설'이라는 게 그 효과를 반감시킬 수는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 이 원작을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연극은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결말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혹, 이 원작을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워낙에 유명한 원작이고 미스테리에서 등장하는 전형적인 트릭의 원조격이 나오기 때문에 조금만 눈썰미가 있으신 분이라면 그 결말을 쉬이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물론 괜찮은 연극이 되겠지요.
제 경우는 소싯적 추리 소설을 꽤 즐겨 읽었기 때문에 <쥐덫> 역시 원작으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연극을 볼 당시에는 시간이 좀 지난 상태라 기억이 어렴풋했기에 일부러 원작을 다시 찾아 읽지 않고 연극을 관람했는데요. 정확히 15분만에 모든 흐름과 반전, 결말이 떠올랐습니다. 확실히 추리극의 반전을 기대하고 가기엔 원작이 너무 유명한 작품이지요.
우선,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이 '아쉬운 점'은 모두 '옥의 티'라는 점입니다. 즉, 연극 자체의 완성도는 '옥'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높다는 것을 전제하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우선 가장 아쉬웠던 점은 번역의 문제였습니다. 번역이 매끄럽지 않았는데요. 그러다보니 배우들이 번역투의 대사를 툭툭 던지게 되더라구요. 이를테면, '난 그 때의 일이 기억되지 않아...' 따위 같은 게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는 번역투가 상대적으로 쉬이 넘길 수 있지만,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 이러한 번역투는 상당히 거슬리게 들립니다.
다음으로 관람한 날 배우들의 상태가 별로 안 좋았습니다. 특히 여주인공의 몰리 랄스톤 역의 서지유 씨와 트로터 역의 장두이 씨가 그랬습니다. 우선 서지유 씨는 아주 오래전에 뮤지컬 <싱글즈>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무게 있는 연극
정극이라는 것 때문에 무척 신선하게 봤지만, <쥐덫>은 분명 잘 만든 연극입니다. 애초에 원작에 충실하게 계획되었기 때문에 무모하게 바꾸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는데요. 혹자는 이것이 시시하고 재미없다는 평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런 무게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뻔한 결말까지도 재미있게 보고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막을 내려버려 다시 볼 수가 없지만, 이런 정극이 조금 자주 상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여기서 추리극에 대해서 강렬한 인상을 받고 며칠 전에 추리극을 하나 보고 왔더랩니다... 하아... 그 리뷰는 역시 조만간 정리해서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연극 <쥐덫>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힘찬 월요일 되시길 바래요! 레이니아였습니다.:)
여기서 제시했던 방법 중 하나가 '원작을 보고 가라'였습니다. 훌륭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연극은 극의 구성이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에 추천 드리는 방법이었는데요. 그 방법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쥐덫>은 훌륭한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원작이 갖는 힘은 강력합니다.)
다만, '추리소설'이라는 게 그 효과를 반감시킬 수는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 이 원작을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연극은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결말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혹, 이 원작을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워낙에 유명한 원작이고 미스테리에서 등장하는 전형적인 트릭의 원조격이 나오기 때문에 조금만 눈썰미가 있으신 분이라면 그 결말을 쉬이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물론 괜찮은 연극이 되겠지요.
제 경우는 소싯적 추리 소설을 꽤 즐겨 읽었기 때문에 <쥐덫> 역시 원작으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연극을 볼 당시에는 시간이 좀 지난 상태라 기억이 어렴풋했기에 일부러 원작을 다시 찾아 읽지 않고 연극을 관람했는데요. 정확히 15분만에 모든 흐름과 반전, 결말이 떠올랐습니다. 확실히 추리극의 반전을 기대하고 가기엔 원작이 너무 유명한 작품이지요.
(공연장 로비에는 아가사 크리스티에 대한 설명도 있습니다.)
아쉬웠던 옥의 티
우선 가장 아쉬웠던 점은 번역의 문제였습니다. 번역이 매끄럽지 않았는데요. 그러다보니 배우들이 번역투의 대사를 툭툭 던지게 되더라구요. 이를테면, '난 그 때의 일이 기억되지 않아...' 따위 같은 게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는 번역투가 상대적으로 쉬이 넘길 수 있지만,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 이러한 번역투는 상당히 거슬리게 들립니다.
다음으로 관람한 날 배우들의 상태가 별로 안 좋았습니다. 특히 여주인공의 몰리 랄스톤 역의 서지유 씨와 트로터 역의 장두이 씨가 그랬습니다. 우선 서지유 씨는 아주 오래전에 뮤지컬 <싱글즈>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그 때는 무척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이 날은 무척 목소리가 안에서 울려 듣기가 어려웠습니다. 감기 등으로 배우의 컨디션이 아마 좋지 않았으리라 짐작만 하고 있는데요. 아무튼 코맹맹이 소리 때문에 대사 전달이 잘 되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다음으로 장두이 씨는 연기를 하면서 실수를 너무 많이 하셔서 보는 내내 무척 조마조마했습니다. 사람 이름을 부를 때 잘못 불러서 다른 배우가 백업을 해준다거나, 말을 더듬거나 하는 작지만 티나는 실수를 반복해서 '정말 이러다가 무슨 일 내는 거 아냐!?'하는 생각에 관객이 불안해지더라구요...
특히, 단서처럼 제공되는 트로터 형사의 습관이 있는데, 이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설사 이게 의도된 연출이라 하더라도 관객이 볼 수 없는 방향으로 보여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때는 무척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이 날은 무척 목소리가 안에서 울려 듣기가 어려웠습니다. 감기 등으로 배우의 컨디션이 아마 좋지 않았으리라 짐작만 하고 있는데요. 아무튼 코맹맹이 소리 때문에 대사 전달이 잘 되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다음으로 장두이 씨는 연기를 하면서 실수를 너무 많이 하셔서 보는 내내 무척 조마조마했습니다. 사람 이름을 부를 때 잘못 불러서 다른 배우가 백업을 해준다거나, 말을 더듬거나 하는 작지만 티나는 실수를 반복해서 '정말 이러다가 무슨 일 내는 거 아냐!?'하는 생각에 관객이 불안해지더라구요...
특히, 단서처럼 제공되는 트로터 형사의 습관이 있는데, 이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설사 이게 의도된 연출이라 하더라도 관객이 볼 수 없는 방향으로 보여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무게 있는 연극
이제는 막을 내려버려 다시 볼 수가 없지만, 이런 정극이 조금 자주 상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여기서 추리극에 대해서 강렬한 인상을 받고 며칠 전에 추리극을 하나 보고 왔더랩니다... 하아... 그 리뷰는 역시 조만간 정리해서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연극 <쥐덫>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힘찬 월요일 되시길 바래요! 레이니아였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어떤 연극을 봐야 실패하지 않을까?
- 뮤지컬, <싱글즈> - 명랑한 뮤지컬
- 뮤지컬, <언더니스 메모리> -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작품.
- 책, <용의자 X의 헌신> - 특이한 플롯의 즐거움
- 영화, <의뢰인> - 꽤 신선해 보이도록 포장한 평범한 영화
- 뮤지컬, <싱글즈> - 명랑한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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