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넌센스' - 서사와 재미가 균형을 갖추다.
글 작성자: 레이니아
반응형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넌센스
김수경 연출, 이하린, 김송이, 한유란, 고수연, 박진하 외 출연, 2013
김수경 연출, 이하린, 김송이, 한유란, 고수연, 박진하 외 출연, 2013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수녀들의 재기 발랄한 코믹 극 <넌센스>에 대한 후기입니다. 3월에 <넌센스2> 후기를 남겼었는데요. 7월에 <넌센스> 후기를 남기려고 하니 좀 순서가 뒤죽박죽인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넌센스2>야 다른 기회를 통해서 빠르게 정보를 접했었는데, <넌센스>는 상대적으로 정보를 늦게 접하여 오히려 후속작보다 늦게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넌센스2> 후기를 통해 ‘넌센스’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드렸던 적이 있는데요. 짧게 다시 설명해드리자면 198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된 이후 현재까지 공연 중인 유명한 뮤지컬입니다. 수녀님들이 자선기금 마련을 위한 공연을 하는 과정(그리고 그 원인)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요. 이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점이 특징이지요.
(한양레퍼토리)
<넌센스>는 대학로에 있는 한양레퍼토리에서 상연 중입니다. 처음에 ‘한양레퍼토리가 어딘가…’ 싶어서 지도를 찾아봤는데, 혜화역 4번 출구 맞은편에 있는 공연장이더라고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 가기 편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입구가 애매한 바람에 무척 힘들게 찾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공연장은 미스터피자 건물 지하 1층에 있는데요. 정문으로 들어와서 지하로 내려오면 마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마트를 가로질러서 후문으로 나오면 공연장이 나옵니다. 혹은 후문에서 바로 공연장으로 가는 길도 있으니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캐스팅 표)
관객대기실에 캐스팅 표가 붙어있었습니다. <넌센스>는 배우들의 개성이 다른 공연보다 훨씬 더 드러나는 공연이다 보니 아무래도 캐스팅에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표를 받고 잠시 앉아 기다린 후 시간에 맞춰 입장했습니다.
<넌센스>와 <넌센스2>
<넌센스>의 작가인 단 고긴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출연하며 가수로서 경력을 처음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인조 포크그룹의 멤버로서 포크싱어로도 활동했었는데요. 이후 혼자서 대본, 노래, 작곡, 연출까지 맡으며 <넌센스>라는 하나의 뮤지컬을 완성하게 됩니다. 이후에 <넌센스2>, <넌센스3:잼보리> 등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죠.
(다양한 넌센스)
그러면서 제가 지난 글에 쓴 오류도 발견되었는데요. 다양한 아류작이 등장한 것이 아니라, 단 고긴이 이후 작품에 계속 관여를 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해당 부분은 글이 수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넌센스는 총 9편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있는데요. 오늘 살펴볼 <넌센스>는 가장 처음을 다루고 있는 부분입니다.
<넌센스>의 홈페이지에 가면 자료를 일부 찾아볼 수 있지만, <넌센스> 1편에 대한 설명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자료를 조합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현재 상연 중인 <넌센스2>는 <넌센스2>의 대본을 바탕으로 상연 중인 것 같고요. <넌센스1>은 <넌센스>에서 정식으로 라이센스를 취득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정말 극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극의 흐름과 서사
이는 속편의 설정이나 스토리가 전편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속편에 등장하는 요소를 일일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데요. 이렇게 넘어가 버리면 관객의 이해도가 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하지만 또 속편에서 전편에 대한 설명을 집어넣기 시작하면 그것 역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잘 짜인 극에 사족이 달리기 시작하기 때문이지요.
결국, 전편 없이 이해하기 위한 속편은 완성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넌센스>의 완성도는 조금 더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넌센스>의 구성은 오리지널 그것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상당히 검증받은 구성이라는 점에서도 장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극의 흐름은 <넌센스> 특유의 흐름으로 이어지는데요. 자선공연 중이라는 흐름 하나와 남은 수녀의 장례비용을 모아 빠르게 냉동실을 비워야 하는(?!) 흐름 두 가지가 병렬로 진행됩니다. 지난 <넌센스2> 후기에서는 이 부분이 많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만, <넌센스>에서는 흐름이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넌센스2>에서 이 부분을 뮤지컬의 심각한 아킬레스건으로 지적했었는데요. 이 부분이 잘 보완된 <넌센스>는 자연스레 좋은 평가를 하게 됩니다. 흐름이 상당히 매끄러워요.
극의 외적인 측면
(신경 쓴 무대)
각 수녀의 장기자랑은 결국 배우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이 부분에서도 <넌센스>는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래 실력은 다들 수준급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뮤지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노래’인데요. 당연한 부분이지만, 이 부분이 아쉬운 뮤지컬이 몇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끼며 보게 되더라고요.
극의 외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아쉬운 측면을 보자면 비디오입니다. 비디오를 틀어주는 장면이 2장면(처음 <넌센스>의 도입 부분과 로버트 앤 수녀의 영화)이 나오는데요. 이 비디오의 화질이 도저히 요새 화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악합니다.
<넌센스>가 나올 때를 배경으로 하면 VTR을 산 것 대신에 3D 스마트 TV로 샀다고 대체를 해서는 안될 테고요. 현대를 배경으로 했다면 VTR을 튼 것 같은 조악한 화질은 시쳇말로 ‘깹니다’. 굳이 바꿀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활용된 것 같지만, 보는 입장에선 이게 웬 건가… 싶었어요.
그리고 뮤지컬에 인물로 등장하지 않는 ‘세실리아’ 수녀가 등장합니다. 아마 음향실에서 대사에 맞추어 대본을 읽어주는 것 같은데요. 정말 대사를 ‘읽어줍니다’. 잘 만든 뮤지컬의 몰입을 방해하는 또 하나의 요소였어요. 나름 코미디 요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부분을 조금만 더 살려줬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무대 뒤로 퇴장하는 수녀가 대신 처리해줘도 되는 부분이라 생각했거든요.
결과적으로 상당히 잘 만든 뮤지컬입니다. <넌센스2>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말씀드렸는데, <넌센스>는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리지널의 느낌 그대로 다양한 퀴즈도 하나의 요소로 잘 접목시켰고요. 관객을 끊임없이 무대에 참여시키려는 시도도 자연스럽게 녹아납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공연을 보는 도중에 ‘오빠’ 역에 당첨되었었네요^^;;)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이 부분이 뮤지컬의 완성도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라 무리 없이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넌센스2>와 차별하려는 모습이 약간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점은 의외였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공연장의 위치나 홍보 같은 게 아무래도 <넌센스2>에 비해 밀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공연장의 위치 자체는 좋지만 접근하기가 어렵고 광고를 하기 어려운 위치라 그런 부분이 현실적으로 아쉽지 않나… 싶었습니다.
<넌센스2>와 관련이 없다고 했는데 자꾸 <넌센스2>와 연관 지어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네요. 그만큼 <넌센스2>의 단점을 잘 극복해놓았기 때문에 언급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소재에 같은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넘버링도 겹치니까요…
서사의 균형도 잘 잡고 관객참여도 잘 녹여낸 수작입니다. 롱런하게 된 이유가 있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뮤지컬, '넌센스 2' - 무너진 서사
- 뮤지컬, '김종욱 찾기' - 웰메이드란 이런 것이다.
- 뮤지컬, '삼총사' - 매력있는 뮤지컬
-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 잘 만든 창작극.
- 뮤지컬, '스팸어랏' - 코미디 뮤지컬의 진수
- 뮤지컬, '김종욱 찾기' - 웰메이드란 이런 것이다.
- 뮤지컬, '삼총사' - 매력있는 뮤지컬
-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 잘 만든 창작극.
- 뮤지컬, '스팸어랏' - 코미디 뮤지컬의 진수
반응형
'Culture > 연극(Dra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 블랙코미디라 부르기엔 좀 아쉬운... (6) | 2013.07.22 |
---|---|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 복면 영웅의 원조, 별봄맞이꽃. (4) | 2013.07.15 |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 잘 만든 창작극. (6) | 2013.06.25 |
뮤지컬, '스팸어랏' - 코미디 뮤지컬의 진수 (0) | 2013.05.22 |
연극, '5월엔 결혼할꺼야' - 세련과 통속의 사이에서 (2) | 2013.05.16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 블랙코미디라 부르기엔 좀 아쉬운...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 블랙코미디라 부르기엔 좀 아쉬운...
2013.07.22 -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 복면 영웅의 원조, 별봄맞이꽃.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 복면 영웅의 원조, 별봄맞이꽃.
2013.07.15 -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 잘 만든 창작극.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 잘 만든 창작극.
2013.06.25 -
뮤지컬, '스팸어랏' - 코미디 뮤지컬의 진수
뮤지컬, '스팸어랏' - 코미디 뮤지컬의 진수
201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