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 잘 만든 창작극.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막돼먹은 영애씨
이재준 연출, 김현숙, 강성, 김유영, 임기홍, 손지윤, 서성종 외 출연, 2013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지난 현충일에 다녀온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후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CJ Social Board의 활동을 다녀오게 되었는데요. 남들 쉬는 현충일, 뮤지컬을 한다는 것도 잊고 있다가 급하게 나가서 좀 정신없었던 게 기억에 많이 남네요.

  각설하고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가 상연되었던 영등포 신한 아트홀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등포 신한카드 아트홀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영등포 신한카드 아트홀에서 상연 중입니다. 영등포 신한카드 아트홀이 어딘가 한참을 헤맸는데 타임스퀘어 7층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타임스퀘어를 갔더니 5층밖에 없는 거에요…(…)

(찾느라 애먹었습니다.)

  확인해보니 신한카드 아트홀로 가기 위해서는 CGV를 통해서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CGV로 들어오세요)

   CGV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로 올라오면 신한카드 아트홀이 보이더라고요. 여기에 오니 <막돼먹은 영애씨>와 관련된 장식이 잘 되어있어서 ‘제대로 찾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를 수령 받고 잠시 기다렸다가 시간에 맞춰 들어갔습니다.

(신한카드 아트홀)

  그럼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막돼먹은 영애씨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이미 동명의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은 바가 있습니다. 프로그램 스스로는 ‘케이블계의 전원일기’라고 부르곤 하는데요. 대한민국 최초의 ‘리얼리티 다큐멘터리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정의도 있더라고요.

  제가 동명의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영애(김현숙 분)가 광고기획사를 다니며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는 내용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는데요.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이러한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막돼먹은 영애씨>의 내용은 드라마와 비슷합니다. 직장에서 느끼는 애환(?!)과 로맨스 등을 잘 버무려 놓았는데요. 이번 공연에는 이영애 역에 김현숙 씨 본인이 캐스팅되어 드라마를 보고 오신 분들에게 좀 더 재미있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원 캐릭터 캐스팅이라고 하길래 굳이 이날을 선택하여 보고 왔어요.

(캐스팅 표)

창작극, 그리고 CJ

  <막돼먹은 영애씨>는 아시다시피 창작극입니다. 창작극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검증받았다 하더라도 가슴 한 켠에서는 걱정이 되곤 하는데요. 다행히 그 걱정이 <막돼먹은 영애씨>에서는 기우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투자사인 CJ의 취향이 확실하게 살아있는 뮤지컬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그 이야기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막돼먹은 영애씨>가 재미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는 재미있는 연극이나 뮤지컬도 조금 과도할 정도로 진지하게 보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면서 웃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데요. <막돼먹은 영애씨>를 보면서는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저와 코드가 맞는 직장인 이야기라서 그렇습니다. 다른 직장인 혹은 사회인분들도 이해하시겠지만, 과도하게 희화화된 측면을 덜어내면 상당히 공감 가는 코드가 구석구석 숨어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가 성공을 거두게 된 원인이라고도 하는데요. 직장에서 겪는 애환(?!) 등을 코믹하게 그려내어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캐릭터 상품도 직장인 공감을 얻기 좋은 상품이었어요.)

  다음으로 사소한 개그가 좀 많다는 점이었는데요. 암전을 하면서 극 중간중간 ‘잘나가는 사람들’의 사장이 나와서 가벼운 꽁트를 합니다. 이 부분은 캐릭터의 성격도 드러내면서 동시에 약간 허무한 개그로 이어지는데요. 처음엔 ‘저게 뭐야…’ 하다가도 자꾸 보다보니 중독되었는지 묘하게 재미있더라고요. 암막이 무턱대고 길어지는 것도 막아주고 적당히 긴장을 떨어뜨리지 않는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패러디가 좀 인상깊었는데요. 패러디라면 지난 번 <스팸어랏>으로 징글징글하게 보고 온 줄 알았는데, 또 봐도 패러디는 재미있더라고요. 그 패러디가 이제는 뻔하고 뻔한 <지킬 앤 하이드> 패러디라 할지라도요. 뻔한 오마쥬(?!)입니다만, 이 부분이 제게는 기억나는 명 장면 중 하나입니다.

(영애씨 상품들)

  이제 투자사인 CJ의 취향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투자사의 취향을 이전에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만, 작년 말 ‘예술극장’에서 상연하는 연극을 보면서 점점 그 생각이 표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극을 선택할 때, CJ의 취향도 반영되지만, 극을 제작하면서도 CJ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단적으로 <막돼먹은 영애씨>의 요소를 꼽아보자면, 짜임새 있는 동선과 무대장치의 백업… 정도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막돼먹은 영애씨>를 보다 보면 왠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뮤지컬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김종욱 찾기>입니다. <김종욱 찾기>에 대한 글을 쓰면서 느꼈던 뮤지컬의 중요한 요소가 <막돼먹은 영애씨>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어요.

  하나의 상자를 모티브로 한 <막돼먹은 영애씨>의 무대는 펼쳐지고 움직이며, 또 의외의 요소가 작동하여 여러 가지 효과를 연출합니다. 책상이 뒤집어지며 족발집이 된다거나, 선반이 뒤집히며 점집이 된다든지요. 여기에 조명까지 효과적으로 연출하여 매 장면이 무척 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무대)

  배우들이 나오고 들어가는 부분은 제가 보고 온 날이 초연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잘 짜였다고 생각합니다. 일차적으로 극 구성을 잘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차적으로 배우들이 연습을 열심히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작극이라는 생각에 조금 방심하면서 본 측면도 있지만, 등장하는 배우들의 실력이 출중해서 꽤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예전에 다른 연극이나 뮤지컬을 통해서 본 배우도 많았고요…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실력도 수준급이라는 점도 <막돼먹은 영애씨>를 호감 있게 보는 데 많은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뻔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그다지 매끄럽게 마무리되는 느낌도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가 뻔하다는 것은 <막돼먹은 영애씨>가 ‘창작극’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층 더 아쉽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드라마에서 크게 벗어난 이야기가 될 수 없으므로 고려는 해야겠지만요.

  위에서 상술한 CJ의 느낌(?!)이 나는 점은 호불호가 조금 갈릴 것 같습니다만, 저는 이제 좀 피하고 싶어요. 나쁘다는 건 아닌데, 보다 보면 그냥 두루뭉술하게 흘러가버리고 남는 게 없다는 느낌이 드네요. 뮤지컬이나 연극을 교훈을 위해 보는 것은 아니지만, ‘유쾌함’을 넘어서지 못하는 천편일률적인 부분은 CJ의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면서 늘 아쉬운 부분입니다. 안전하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막돼먹은 영애씨)

  다음으로 김현숙 씨가 조금 아쉬웠습니다. 드라마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뮤지컬에서 비중은 그리 크지 못했던 것 같아요. 다름 아닌 노래 때문에요. 다른 배우들의 실력이 뛰어나서 그런지 몰라도 제가 봤을 때 김현숙 씨의 노래 실력은 다른 배우에 비해 조금 못 미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부분이 계속 눈에 밟히니 뮤지컬 내내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특히 커플이 부르는 노래는 좀…(…)

  개인의 컨디션 난조일 수도 있고, 제가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래저래 뮤지컬을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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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부터는 다시 tvN에서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2가 재개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7월 14일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데요. 글을 올리는 지금이 6월 말이므로… 무대를 종횡무진 달리는 영애씨를 보기 위해서는 조금 서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창작극이라는 타이틀에 비해 참신함은 떨어지긴 합니다만, 여타 CJ 뮤지컬과 마찬가지로 실패할 일이 적은, 비교적 안정적인 뮤지컬이니만큼 더운 여름 시원한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께는 영화 외에도 괜찮은 선택지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럼 지금까지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후기의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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