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팸어랏' - 코미디 뮤지컬의 진수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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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팸어랏
데이비드 스완 연출, 정준하, 이영미, 정상훈, 조형균, 윤영석, 이훈진, 서영주, 신의정, 고은성 출연, 2013
데이비드 스완 연출, 정준하, 이영미, 정상훈, 조형균, 윤영석, 이훈진, 서영주, 신의정, 고은성 출연, 2013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지난번 연습실 공개로도 소개해드렸던 뮤지컬, <스팸어랏>의 본 공연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연습실 공개를 통해 어떤 뮤지컬인지 감도 잡았었고, 또 일부분을 직접 보면서 이 부분이 실제 상연되면 어떤 느낌일지 무척 궁금하기도 해서 본 공연을 빨리 보고 싶었는데요.
그래서 5월 16일에 상연을 시작한 공연을 17일 석가탄신일에 보러 다녀왔습니다. <스팸어랏>은 종로에 있는 두산 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상연 중이었는데요. 지난 포스트에서 다른 대극장을 선택지 않고 연강홀을 선택한 이유는 관객과 좀 더 소통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서라는 것. 말씀 드린 적 있죠?
(두산 아트센터)
시설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 하고요. 그럼 본격적으로 뮤지컬 <스팸어랏>에 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팸어랏>
뮤지컬 <스팸어랏>은 영국의 유명한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톤(Monty Python)이 제작한 코미디인 ‘몬티 파이톤과 성배’를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입니다. 몬티 파이톤과 성배는 1974년 제작된 코미디 영화라고 합니다. 아서왕 전설을 풍자, 희화화하였고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오마주 되었다는 설명[각주:1]이 있고요.
(뮤지컬, '스팸어랏')
스팸어랏(Spamalot)이라는 말도 Spam a lot. 스팸이 많다는 뜻이며, 한편으로 ‘스팸’과 성배를 찾으러 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인 <카멜롯>의 합성어라고도 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스팸은 우리나라에서 스팸메일(Spam Mail) 같은 단어에 쓰여 ‘값어치가 낮은’ 대상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쓰이고 있지요. 이 값어치가 낮은(Junk) 의미의 ‘스팸’이 몬티 파이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스팸어랏>은 몬티 파이톤의 멤버인 에릭 아이들(Eric Idle)이 직접 극본과 가사를 쓰고 에릭 아이들과 존 뒤 프레(John Du Prez)가 함께 작곡했다고 하는데요. 살짝 멍청(?!)하지만 의지 있는 아더왕이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원탁의 기사와 함께 성배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비틀어서 담아냈다고 합니다.
풍자, 양날의 검
<스팸어랏>에 등장하는 풍자는 크게 1.다른 뮤지컬 패러디(풍자), 2.정치상황 풍자 3.스스로 풍자의 형태로 등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다른 뮤지컬 패러디(풍자)
<스팸어랏>에서 가장 많이 두드러지는 풍자입니다. 대표적으로 기사를 소개하면서 돈키호테가 나온다든지(다들 산초를 찾는데 반응하는 모습[각주:2]에서 산초역으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border="0">에서 빵 터지시더군요.),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연예인이 필요해(원제 You won't succeed on broadway)’에서 볼 수 있는데요.
캣츠, 조로, 맨 오브 라만차, 시카고, 헤어스프레이,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 무수히 많은 뮤지컬의 인물들이 나와서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은 <스팸어랏>에서만 볼 수 있는 무척 즐거운 무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만 이런 부분이 재미있기 위해선 이 뮤지컬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앞에서 나왔던 돈키호테와 산초 개그, 지킬 앤 하이드의 명장면 패러디는 해당 뮤지컬을 보고 온 사람에게는 빵빵 터질만한 소재인데요. 그러나 이 뮤지컬을 전혀 모르고 있다면 이 부분에서 사람들이 왜 웃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 연습실 방문 때, 2010년 공연을 개선하면서 뮤지컬에 대한 이해가 적은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패러디의 수위를 낮춘다고 했었는데요.
그래도 역시 뮤지컬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서 체감하는 재미는 차이를 보일 것 같습니다. 배우들이 이전에 어떤 역을 맡았는지 연상해본다면 더욱 재미있는 뮤지컬을 볼 수 있겠죠.
2. 정치상황 풍자
프랑스 군과 싸우는 1막 마지막 장면이 정치상황 풍자로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자칫 살짝 위험할 수도 있는 소재였는데요. 더불어 이 정치상황이 현재 우리나라와 주변국의 정치 상황을 나타내는 부분이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민감한 주제를 재미있게 표현함으로써 그 우려를 상당 부분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정상훈 씨가 나와서 하는 프랑스, 중국, 미국 사람 발음은 저절로 웃음 짓게 하는 효과가 있었는데요. 정상훈 씨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가장 빛을 발하는 부분이 여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능청스러운 연기가 빛났어요.)
정치상황이야 오고 가며 보는 뉴스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일반 성인은 충분히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3. 스스로를 풍자
마지막으로 풍자하고 있는 대상은 자기 스스로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이는 넘버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데니스(갈라하드 경)가 꽃미남의 기사로 탈바꿈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나 엔딩에서 쓰이는 노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뻔한 노래’라고 하며 매번 하는 패턴을 비난하면서도 그 패턴대로 움직이는 장면은 꽤 재미있는 장면인데요.
그뿐만 아니라 2막에 등장하는 호수의 여인의 ‘내 배역 왜 이래’는 스스로를 풍자하는 장면의 백미입니다. 1막 때는 등장이 있었는데 2막 때는 등장 빈도가 급격히 줄어서 대기실만 지키고 있다고 나와서 부르는 절규(?!)는 저절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게다가 조명마저도 도와주지 않는 이 무대는 꽤 재미있습니다.
또한, 이 노래가 흥미로운 점은 처음으로 이 공간에서 진행되는 사건이 뮤지컬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는 점인데요. 점점 산으로 가는 이야기를 어떻게 끝낼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모습은 극 중 인물이 극 외부로 이동하여 자신이 속한 세계를 비판하는 것으로, 완벽한 3자인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뮤지컬의 목적
<스팸어랏>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관객들을 웃기는 것. 여기에 <스팸어랏>이 가지고 있는 모든 목적이 담겨있습니다. <스팸어랏>은 끊임없이 관객을 웃기려고 합니다. 그 목적은 꽤 잘 이뤄져서 뮤지컬을 보는 내내 꽤 즐겁게 웃을 수 있었는데요. 다만 이 목적이 소기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패러디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되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많이 일반인도 웃을 수 있도록 했지만, 어쨌든 뮤지컬에 관심 있고 많이 본 사람이 훨씬 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상당히 매력적이고 일반 뮤지컬답지 않은 뮤지컬이지만, 라이센스 뮤지컬이라 다소 가격대가 비싼 건 안타까운 점입니다. 많은 라이센스 뮤지컬의 현실이기도 하지만,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은 참 아쉽습니다. 더군다나 <스팸어랏>은 관객과 소통을 강조하기 위해 무대의 규모도 중극장 정도로 축소했고, 무대와 객석의 사이를 많이 좁혔는데 말이죠.
평소 뮤지컬에 관해서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한번은 꼭 볼만한 뮤지컬이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뮤지컬이나 연극에 전혀 관심 없으신 분에겐… 글쎄요. 섣불리 권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같은 돈 주고 최대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 무척 아쉬울 테니까요.
그럼 지금까지 뮤지컬, <스팸어랏> 후기의 레이니아였습니다!
PS : 정준하 씨, 연습실 공개 때 말씀하셨던 것처럼 보러 온다는 약속 지켰어요…(…)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뮤지컬, <스팸어랏> 연습실에 다녀왔어요.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몸을 관통하는 카타르시스
- 뮤지컬, <위키드> - 환상적인 뮤지컬
- 뮤지컬, <마리아마리아> - 용두사미의 구성
-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사랑, 사랑,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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