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그리스' - 셀룰리언 블루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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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스
정민, 강민수, 이지윤, 오승아, 문희라, 김보선, 윤준호, 최미소 외 출연, 2013.
정민, 강민수, 이지윤, 오승아, 문희라, 김보선, 윤준호, 최미소 외 출연, 2013.
연초가 되니 여태껏 미뤄왔던 문화생활에 대한 포스트를 슬슬 꺼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동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작성하지 못하고 넘어간 글들이 부채감으로 남아있기 때문일까요? 오늘은 뮤지컬 <그리스>입니다.
그리스라는 뮤지컬은 조금 희한하게 본 케이스에요. 정식 공연으로 본 게 아니라, 지인을 좇아 본 공연인데요. 이 공연이 서울시 동생행복프로젝트라는 교육봉사자를 초청하여 본 공연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를테면 전 덤으로 들어가서 보고 온 공연이 되는 거죠.
이유야 어찌 되었든 배우들이 나와서 실제 회차로 공연을 한 것이니까요.(다만, 돈을 내고 온 관객이 없던 공연이었죠.) 사소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뮤지컬 그리스에 대한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유명 배우를 배출해 낸 걸출한 뮤지컬
그만큼 오래 상연을 해왔고 정제되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뮤지컬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상이 들었습니다.
(이 그림은 그리스의 상징과도 같다죠.)
대형 뮤지컬처럼 현란한 무대디자인이 아니고 배우들이 화려한 의상을 갈아입진 않지만, 화려하지도, 소박하지도 않은 선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넘버 중 하나인 'Tell me more' 같은 경우는 워낙 다른 매체에서 삽입된 적이 많아서 익숙한 넘버인 점 등, 역사가 길어서 그만큼 익숙하고 완성도가 높은 점은 뮤지컬 <그리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창력과 연기
(주연을 제외한 캐스팅보드. 주연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이야기의 큰 흐름은 주인공인 대니와 샌디가 이끌어가지만, 그에 못지않게 비중 있는 게 케니키와 리조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사실 케니키와 리조의 연기와 노래가 인상 깊어서 개인적으로 평가하기에 이야기의 비중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배역을 꼽아보자면 샌디 역의 문희라님입니다. 이전에는 핑크레이디 중의 다른 역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보았는데요. 노래 실력도 발군이고 예쁘기도 하고 그래서 눈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리조역의 최미소님도 많이 들어왔지요.
(커튼콜 중. 샌디 역의 문희라님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외의 배우들은 아무래도 주연급이 아니기에 인상이 깊게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니 역의 강민수님은 이상할 정도로 제 기억에 크게 남아있지 않네요. 눈에 들어오는 임팩트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극 구성, 그리고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현실적으로 그건 어려운 이야기겠지요. 결국, 아슬아슬한 구성은 각 배우의 역량으로 메꾸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그리스>의 완성도를 판가름하는 것은 배우들의 역량에 달린 일이라는 소리죠. 그런 관점에서 이번에 본 <그리스>는 그럭저럭 평균에 수렴했다고 봅니다.
1960년대 미국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여 그 당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를 들으면 낯설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딱 거기까지인 점도 아쉬운 것 같아요. 이 배경이 남자 등장인물의 외형을 고정하는 역할을 하지만요.
(커튼콜)
그리고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일전에 다른 글을 통해서 세련과 통속 사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이야기가 반복 복제되면서 점차 그 지향점이 낮아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이 이야기를 하면 으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등장하는 어떤 지점을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 넌 네 옷장으로 가서 뭐니 그 보풀 잔뜩 일어난 블루 스웨터 쪼가릴 골랐겠지. 세상 사람들에게 너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그 가방 속에 든 것들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말이야.
하지만 네가 입은 그 블루는 단순한 블루가 아니란다. 그건 터쿼즈 블루가 아니라 정확히는 셀룰리언 블루야.
2002년에 오스카 드 랜타가 셀룰리언 블루 가운을 발표했지. 그 후에 입센 로랑이, 그 사람 맞지? 밀리터리룩의 셀룰리언 블루 자켓을 선보였고, 연달아 8명의 다른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 셀룰리언 블루가 등장하며 전성기를 열었지. 그 유행이 끝나자 셀룰리언 블루는 백화점에서 할인매장으로 다시 끔찍한 캐주얼 코너로 넘어가서 결국 너에게까지 도달한 거야.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중...
여기서 '셀룰리언 블루'는 패션 아이콘으로 주목을 받다가 점차 그 지향점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여러 공연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 게 참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리스> 역시 그 과정을 겪는다고 생각합니다. 2003년 초연 당시 전 공연 예매율이 90%를 넘는다는 광고를 보았고, 아마 지금도 많은 관객이 보리라 생각하지만, 극 자체의 완성도는 점차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세련에서 통속으로 넘어가는 경계 근처에 뮤지컬 <그리스>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커튼콜 동영상을 남깁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보이지만, 무난하다는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는 뮤지컬이었습니다. 우선 배우들의 춤과 노래에 즐거웠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요. 즐겁게 보고 왔지만, 시간을 들여 고민하면서 생각난 점을 덧붙여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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