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 - 다시 한 번 초록 마녀의 세계로.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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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키드
옥주현, 박혜나, 정선아, 김보경, 이지훈, 조상웅 외 출연, 2013.
옥주현, 박혜나, 정선아, 김보경, 이지훈, 조상웅 외 출연, 2013.
위키드와는 생각보다 긴 연이 있는 모양입니다. 오늘은 국내 배우로 초연한 뮤지컬 <위키드>를 보고 온 후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지난번에 <위키드>에 대해서 글을 남겼었는데요. 그때는 2012년으로 글이 올라오는 지금을 두고 보면 2년 전이 되겠네요.
글을 쓰기 위해서 지난번에 올린 글을 주욱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못 써서 놀랐고, 그리고 지금 쓰는 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에 서글퍼지는 새해 첫 주말이 되겠네요. 우울한 마음은 살짝 제쳐놓고 시작해보겠습니다. 초록 마녀의 마법 세계로 함께 가시죠.
위키드, 그 인연
그래서 호주팀 내한이었던 2012년 공연, 영국 오리지널 2013년 공연에 이어서 2013년 말에 한국팀 초연까지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 정도면 나름 꽤 질긴 인연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래 봬도 같은 연극 ・ 뮤지컬은 웬만하면 다시 안 보는 주의라 이렇게 3번이나 보게 된 공연은 이례적인 일이거든요.
<위키드>는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상연 중이었습니다. 살짝 일찍 도착하여 표를 찾고 인테리어를 둘러보았습니다. 초록색의 느낌을 살린 공연장 분위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초록빛 엘리베이터)
제가 본 날은 방송으로 알려진 옥주현-정선아 팀이 아니라 박혜나-김보경 팀이었는데요. 정선아님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럼 극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언어의 중요성
지난 내한 공연 <위키드>와 한국팀 초연의 <위키드>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모국어의 사용일 것입니다. 내한 공연은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자막을 동시 제공했다면, 한국팀 공연은 모국어를 사용하므로 자막의 존재가 필요없이 곧바로 극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키드, 타임드래곤)
이는 매우 큰 차이입니다. 더군다나 영화처럼 화면 아래에 자막이 표시되는 것이 아니므로 자막을 보기 위해선 별도로 설치된 모니터를 봐야 합니다. 이는 시선의 분산을 가져오고 뮤지컬을 몰입하는 데 장애로 돌아옵니다. 한국팀 공연은 이런 문제가 없으므로 극에 좀 더 쉽게,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그럼 이제 이어지는 문제는 ‘번역’의 문제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시피 번역은 상당히 중요한데요. 한국팀의 대본은 지난 내한공연의 그 자막과 유사하게 구성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옮겼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그대로 옮겨져 있더라고요. ‘정확한 번역보다 농담이나 운율을 같은 위치에 맞추는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여, 지난번에 아쉬웠던 부분이 사라져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번역에 만족합니다. 배우들의 대사를 들으면서 귀에 걸리는 것 없이 쉬이 들을 수 있었어요.
(많은 상을 휩쓸었습니다.)
반면에 단점도 존재합니다. 번역하면서 문제가 생긴 부분을 꼽으면 ‘노래’입니다. 내한 공연은 노래는 원어 그대로 부르고 가사를 해석했다면, 한국팀은 이제 한국어로 번역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요. 이 부분에서 번역의 단점이 생깁니다. 바로 운율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이죠. 더군다나 영어로 말장난 치는 게 많은 <위키드>의 특성상 이는 더 큰 문제로 다가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위키드>의 넘버 중 하나인 'Popular'의 가사 일부분을 들어볼게요.
They were popular! Please -
It's all about popular!
It's not about aptitude
It's the way you're viewed
So it's very shrewd to be
Very very popular
Like me!(Ahh!)
- Wicked, <Popular> 가사 중 일부
노래를 들어보셨다면 느끼시겠지만, 운율과 가사가 맞아서 어색함 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운율과 가사가 일치하지 않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부분을 바탕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말이죠.
그저 파퓰러(Popular), 플리스(Please)
이 모든 것은 파퓰러(Popular).
중요한 건 예쁜척 잘 나가는 척
겉모습이 중요해
그게 바로 파퓰러(Popular), 날 봐(오!)
- 한국어판 위키드 <Popular> 가사 중 일부
하지만 아무래도 원래 영어로 조직된 가사다 보니 어색해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영어로 된 것을 먼저 들었다면 그 정도가 더 심하고요. 전 세 번째 관람이었고, 일행은 첫 번째 관람이었는데도 가사가 뭔가 어색하다고 하더라고요. 번역의 한계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번역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가창력 그리고 배우
저는 TV나 기타 매체에서 광고[각주:1]를 하는 팀(옥주현, 정선아)이 아닌 박혜나, 김보경 팀의 공연을 보았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쉬웠지만, 지나고 이 글을 쓰면서 프레스콜 동영상 클립을 보았는데요. 두 팀을 비교하면서 보니 제 취향은 박혜나-김보경 팀이 낫더라고요.
특히 엘파바보다는 글린다 쪽이 훨씬 매력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저더러 한 팀을 추천하라면 박혜나-김보경 팀을 추천하고 싶어졌어요.
(추천하고 싶었던 캐스팅)
그리고...
<위키드> 마니아가 추천하는 자리는 '2층 첫 번째 줄'이라고 합니다. 저도 공감하는데요. 다양한 무대가 펼쳐지므로 특정한 배우의 팬이 아니라면 조금 무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S석에 앉아서 봤는데요. 2층 사이드 앞줄이라서 무척 괜찮게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을 관람하실 계획이라면 이쪽 자리를 추천하겠습니다.
뮤지컬 <위키드> 자체에 대한 평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이전에 말씀드린 바 있듯이, 제게는 정말 재미있는 뮤지컬이었거든요. 원작을 잘 살려서 옮겨두었으며, 이야기의 발상부터 기승전결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담고 있는 주제의식 역시 적당히 유익하고요. 제가 봐왔던 뮤지컬 중 단연 1, 2위를 다툴만한 뮤지컬이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미있었어요.)
한국어로 바뀌면서 번역의 호불호가 생겼지만, 그래도 볼만한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같은 뮤지컬을 두 번이상 본 역사가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뮤지컬인데요. 지금도 기회만 된다면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2013년 즐거이 마무리하면서 본 뮤지컬로 추천합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뮤지컬, <위키드> - 환상적인 뮤지컬
- 뮤지컬, '스팸어랏' - 코미디 뮤지컬의 진수
- 뮤지컬, '아이다' - 잘 만든 뮤지컬.
- 멸망! 2012년 문화 생활 총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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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왜 광고를 내한 공연장면으로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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