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스킨(Moleskine) 롤러 펜 구매 후기 - 제가 이걸 왜...
글 작성자: 레이니아
반응형
오랜만에 필기구에 관한 글입니다. 그새를 못 참고 덜컥 질러버린 몰스킨 롤러 펜에 관한 글입니다. 제가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는 펜이기도 하고요.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도대체 제가 왜 이 펜을 그렇게 비판했었고, 또 왜 구매를 했는지 그리고 이 펜은 어떤지 간단한 사용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몰스킨(Moleskine)이라는 브랜드
사실을 고백하자면 전 몰스킨이라는 브랜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즐겨 사용했으며, 세계의 문인과 예술가가 아끼던 노트라는 설명은 알고 있지만, 그러한 이야기로 빚어진 신화와 같은 브랜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급 브랜드가 브랜드 가격을 어느 정도 내야 하는 건 이해하더라도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고가라는 생각입니다.
종이질이 과장 좀 보태서 형편없습니다. 몰스킨을 구매할 돈이면 종이질이 뛰어난 다른 노트를 사고 돈이 남을 정도입니다. 특히 다이어리 노트는 예전에 만년필로 필기했을 때 번져버리는 모양을 보고 정나미가 뚝 떨어진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또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이용한 장사는 필기구를 즐겨 사용하는 제게는 좀 얄미운 느낌의 브랜드였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요.
개인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 설득력이 떨어집니다만, 여하튼 제 취향은 아닌 브랜드였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이벤트로 몰스킨 노트를 받으면 족족 다른 사람에게 양도해버렸는데요. 이번에 무척 오랜만에 몰스킨 제품을 다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스타벅스 다이어리' 때문이죠.
(몰스킨 다이어리, 스타벅스 다이어리)
몰스킨과 콜라보레이션(!?)한 스타벅스 다이어리. 그다지 선호하진 않았지만, 생긴 다이어리 두고 다른 다이어리를 구매할 정도로 다이어리에 열렬하진 않아서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할리스 다이어리나 몇몇 다이어리가 생길 줄 알았으면 얌전히 양도할 걸 그랬나봐요...
다이어리와 메모를 즐겨 사용하는 편이라 다이어리를 가방에 자주 들고 다닙니다. 그런데 별도의 펜을 하나 꼭 들고 다녀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평소에 필통은 거의 들고 다니거나 개인 펜을 들고 다녀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역시 따로 챙기다 보니 깜빡하게 되는 날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에 사용하던 보조 도구를 이용해서 펜을 들고 다녔습니다.
(시그노 펜과 펜 홀더)
바로 위 사진과 같은 클립인데요. 이 클립은 종이와 종이 사이에 자석으로 고정하여 이를 통해 펜을 끼울 수 있는 일종의 간이 펜홀더입니다. 책의 책갈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자석 펜홀더를 이용한 펜 고정)
위처럼 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충격이나 가방 내 다른 물건과 맞닿았을 때 손 쉽게 빠져버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가방에 다른 물건을 안 넣고 다니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라서 말이죠... 예전에 쇼핑몰에서 무료 배송을 위해 덤으로 산 제품인데, 집에선 무척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가방에 넣어 다니기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몰스킨 전용 펜이 있는 것도 알고 있었으나,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무자비하고 안에 어떤 펜이 들어가 있는지도 몰라서 구매가 꺼려졌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몰스킨 브랜드를 좋아하지도 않고요. 천상 필통에 펜을 넣어서 들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어느 날, 편지지와 약간의 지류를 사러 들어간 종로 영풍문고에서 뭔가에 홀린 듯 몰스킨 펜을 덜컥 구매하고 말았습니다.
(몰스킨 롤러펜과 다이어리)
충동구매 of the 충동구매입니다. 집에 들고 들어와서 한참을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이걸 그대로 환불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러다가 왜 '몰스킨 전용'이라고 부르는지 호기심도 생기고 해서 비싼 수업료 낸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포장을 뜯었습니다.
몰스킨 전용 롤러 펜
(몰스킨 롤러 펜)
그래서 영풍문고에서 23,100원 주고 사온 몰스킨 펜입니다. 롤러 펜(Roller Pen)이고요. 0.5mm 굵기입니다. 이외에도 노크식 볼펜, 샤프와 형광펜도 있었습니다. 제 취향은 수성펜(혹은 중성)이라 이 제품을 사 왔습니다. 색상도 몇 가지 있었지만, 한결같은 검은색. 사랑합니다.
(몰스킨 롤러 펜 클립)
소위 '몰스킨 전용'이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뚜껑의 클립이 독특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흔히 클립은 포켓에 넣기 좋도록 위에서 아래로 넣는 방향으로 붙어있는데요. 몰스킨 펜은 노트 표지에 끼워 넣을 수 있도록 옆으로 클립이 열려있습니다. 표지 두께에 알맞게 되어있으며 노트에 딱 붙을 수 있도록 네모난 형태로 되어있는 게 특징입니다.
(몰스킨 롤러 펜 구성)
거침없이 포장을 뜯으면 제품 본체와 웬 스티커가 한 장 들어있습니다. 설명을 보아하니 펜 뚜껑과 바닥에 붙여서 자신만의 정체성(identity)을 나타내라고 하네요. 하... 장난하나... 없는 것보단 낫겠죠.
옆으로 나와 있는 클립의 방향이 독특합니다. 이게 다 몰스킨 노트에 잘 끼울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합니다.
(몰스킨 롤러 펜 펜촉, 0.5mm입니다.)
노트 방식이 아닌 뚜껑이 있는 방식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입니다만, 노크식에 비해선 좀 불편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헐거운 느낌이라서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중간에 펜만 뽁 빠져버리면 어떡하나 싶어서요.
새 펜이라서 펜촉 끝에는 고무 캡이 달려있습니다. 고무캡을 벗겨내면 그때부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펜심은 교체가 가능합니다.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약 5,500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국제 규격이라 파카 볼펜심과도 교체가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교체하는 가격마저 비싸군요...(...)
(교체 가능한 펜심)
뒤뚜껑을 돌리면 스프링에 연결된 심이 나옵니다.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스프링으로 눌러주는 느낌이라서 그런지 필기할 때 심이 고정되지 않고 휘청휘청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래 필기하면서 다시 적겠지만, 이러한 점 때문에 필기가 매우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몰스킨 롤러 펜을 다이어리에 끼운 모습)
이런 식으로 몰스킨 노트에 끼울 수 있습니다. 크기에 맞췄기 때문일까요? 쏙 알맞게 들어가서 단단히 붙잡고 있습니다. 확실히 이전에 클립을 쓰던 때보다는 안정감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옆으로 매달리는 제품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볼록 튀어나오다 보니 가방에 서류나 다른 물건과 넣을 때 그다지 효율적이진 않네요.
몰스킨 롤러 펜 시필하기
그럼 직접 몰스킨 노트에 시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몰스킨 롤러 펜에 들어있는 잉크는 몰스킨 용지에 맞춰 특수 제작한 잉크라서 완벽한 필기감을 자랑한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떨지 살펴보겠습니다.
(몰스킨 롤러 펜 쥐기)
가장 먼저 익숙해져야 할 것은 손으로 쥐는 파지감입니다. 다른 펜과 다르게 직육면체 모양으로 생겨서 펜을 잡을 때 조금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한쪽 모서리를 지탱하게 되는데 제가 펜 잡는 버릇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힘을 온전히 주기 어려웠습니다. 막상 지인은 쥐어보고 손에 꼭 맞는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제 파지 습관과는 맞지 않는 모양입니다.
(몰스킨 롤러 펜으로 쓴 글씨)
간단하게 그림과 글씨를 써보았습니다. 글씨에서도 자괴감이 팍팍 느껴지죠? 확실히 생각했던 것보다 잉크도 진하고 고르게 나와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글씨로도 적어놨듯 펜 심이 휘청휘청하는 느낌이 조금 남아있어 이 부분은 아쉽습니다.
(잉크 빛 반사)
다른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글씨가 반사되는 게 보이시나요? 즉 완벽히 마르지 않았다는 소리인데요. 몰스킨 롤러 펜은 잉크가 마르는 속도가 좀 더딘 편입니다. 이는 몰스킨 펜 잉크라서 그렇다기보다는 몰스킨 노트와 몰스킨 잉크의 만남 때문인데요. 다른 종이에서는 금세 마르는데, 유독 몰스킨 노트에선 잉크가 빨리 마르지 않습니다.
(네 저 바보 멍충이...)
그래서 필기를 하고 그대로 노트를 접어버리면 위와 같이 데칼코마니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종이에 단단히 붙는 게 아닌지, 며칠이 지나고 손으로 글씨를 지그시 누르면 손에 잉크가 묻어져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이어리다 보니 일정을 여러 개 적어두는데, 꼭 일정을 다 적고 나면 손날에 잉크가 묻어있더라고요.
이쯤 하면 도대체 뭐가 몰스킨 전용 잉크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우선 몰스킨 종이질부터 욕먹어야 합니다. 여러모로 좋은 조합은 아니네요. 차라리 다른 노트와는 상성이 꽤 좋은 편입니다.
(스티커도 붙였습니다.)
제가 가성비 나쁘다고 신나게 까는 것처럼, 펜도 역시 가격 대비 성능은 형편없습니다. 단지 몰스킨 노트에 수납하기 좋다는 장점을 제외하면 마땅히 이 펜만의 특징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비싼 가격과 역시 비싼 교체심. 부족한 파지감과 휘청거리는 펜심. 그리고 몰스킨 노트 한정으로 묻어나오는 잉크까지 두루두루 아쉬운 점을 갖췄습니다.
잉크의 장점이라면 색이 진하게 묻어나와 글씨가 시원시원하다는 점과 종이를 긁는 느낌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는 느낌이라는 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23,100원씩이나 주고 구매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저야 거침없이 포장을 뜯었기에 사용합니다만, 굳이 구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개인 펜을 들고 다니시거나 필요할 때 빌려 쓰세요. 그게 좋습니다.
필기구 욕심을 요새는 참고 있습니다. 뭔가에 홀린 듯 산 제품이 꼭 이렇게 실패하는 바람에 앞으로 필기구를 살 때는 곰곰이 고민하고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사용하겠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몰스킨 롤러 펜 후기였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반응형
'Hobby > 기타 취미(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인양품 아로마 디퓨저 직구하기 - (1) 직구 준비하기 (0) | 2015.04.04 |
---|---|
무인양품 대용량 아로마 디퓨저 구매기 - 직구의 세계로 (0) | 2015.04.03 |
한화, 그린 인 박스(Green in box)를 만나다. (2) | 2015.03.17 |
심심해서 들여다보는 내 필통엔 무슨 펜이 있을까? (32) | 2015.02.21 |
모나미 플러스펜S - 캘리그라피용으로도, 일상용으로도. (0) | 2015.01.25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무인양품 아로마 디퓨저 직구하기 - (1) 직구 준비하기
무인양품 아로마 디퓨저 직구하기 - (1) 직구 준비하기
2015.04.04 -
무인양품 대용량 아로마 디퓨저 구매기 - 직구의 세계로
무인양품 대용량 아로마 디퓨저 구매기 - 직구의 세계로
2015.04.03 -
한화, 그린 인 박스(Green in box)를 만나다.
한화, 그린 인 박스(Green in box)를 만나다.
2015.03.17 -
심심해서 들여다보는 내 필통엔 무슨 펜이 있을까?
심심해서 들여다보는 내 필통엔 무슨 펜이 있을까?
201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