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2K’ - 쳇바퀴처럼 도는 흐름을 끊는 마임
연극, 2K
남긍호, 로랑 끌레레 공동창작/연출/출연, 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 때문에 꽤 다양한 공연을 접하고 있습니다. 들어오는 공연 소식도 많고요. 이번에 소개할 공연은 단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신체극, ‘2K’입니다. 단 사흘만 했던 공연이라 제가 글을 쓰는 시점은 이미 막을 내린 후입니다. 마임 공연이라 후기를 어떻게 남겨야 하나 참 고민이 많았는데요. 그래도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마임
마임(mime)은 무언극, 혹은 신체극이라고도 하며 몸짓으로 줄거리를 설명하는 극입니다. 여태까지 여러 형태의 공연을 봤고, 개중엔 무언극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2K는 더 본격적이면서, 제게는 신선한 공연이었습니다.
2K는 호모루덴스 마임컴퍼니 소속 남긍호 교수와 프랑스 극단 La Volga 연출가인 로랑 끄레레(Laurent Clairet)가 공동으로 창작하고, 연출과 출연까지 한 작품입니다. 이들이 보여주는 몸짓은 단순히 희극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데요. 흔히 마임하면 떠오르는 판토마임과는 조금 궤가 다릅니다.
몸짓만으로 감정과 줄거리를 설명하기 위해 과장되고 희극적인 형태의 몸짓을 보이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정도로만 드러낸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2K
‘2K’는 두 마임이스트가 등장해 몸짓으로 장면을 소개하고 서사를 이끕니다. 극 제목이 2K인 이유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 K와 디노 부자티 소설의 미스터리한 피조물 K를 빗대어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이 두 인물이 미니멀한 무대에서 특정 행동을 반복적으로 반복하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2K가 이뤄집니다. 총 14개의 독립된 혹은 연관된 장면의 나열인데요. 크게 4가지 장면이 반복되고 이를 닫는 장면이 두 개가 붙어 총 14개의 장면이 등장합니다.
등장하는 두 인물은 연극 내에서 서사를 이끌어가기보다는 장면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그려내고 있으나 두 K가 겪는 상황은 일종의 문제 상황입니다. 문제 상황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두 인물이 조금은 희극적으로 그려지는데요. 이 극에서 하고 싶었던 최초의 질문은 ‘어떤 문제나 어려움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2K’는 매 장면 인물에게 어려움을 부여합니다. 이 어려움은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데요. 두 인물은 처음엔 습관적이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다시 문제에 부딫히게 됩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면 습관적인 행동을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각 장면은 이들이 습관적인 행동을 취하다 이를 점차 바꾸는 과정을 그려봅니다. 2K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진정한 자아를 마주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는 옳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습관적인 행동으로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는다고 쉽게 말하지만, 당장 우리의 일상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의 반복이거든요.
악순환을 벗어나려면 고리를 끊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2K에서 이들이 고리를 어떻게 끊는지를 조금은 위트있는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두 K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경쟁적으로 달리는 과정은 어찌 보면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해 웃기면서도 슬픈, 시쳇말로 ‘웃프’더라고요. 마지막까지 보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되더라고요.
오랜만에 신선한 극을 보고 왔습니다. 60분의 짧은 공연이고, 입장할 수 있는 나이가 낮아서 그런지 가족 단위 관람도 많더라고요. 반복되는 과정이 조금은 지루한 느낌도 들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변화를 보는 과정도 즐거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막이 내려버려 추천을 권하기 어려운 게 아쉽네요. 제게도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위 공연을 소개하면서 컬쳐버스로부터 공연 티켓을 제공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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