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만 아니었어도... 매력 만점 에어팟을 만나다.
약 보름 전에, 꽤 흥미로운 액세서리를 만났습니다. 귀에서 흘러나온 마요네즈, 이어팟 선 잘린 버전, 귀에 꽂은 오랄비 전동 칫솔 등... 수많은 오명(!?)과 함께 튀어나온 이어폰 '에어팟(Airpods)'을요.
기습적으로 출시해, 이제는 주문하면 약 6주 후에 받아볼 수 있다는 희귀한 레어템. 에어팟을 짧은 시간이나마 만져보고 왔습니다. 그래서 느낀 간단한 첫인상을 정리해봤습니다.
너의 이름은.
마치 치실 스티커를 붙여놓으면 영락없는 치실로 보일 그것. 바로 에어팟입니다. 완전 무선형 이어폰은 유닛 자체가 작다는 한계로 충전 케이스가 있는데요. 에어팟 역시 마찬가지로 2~3회 충전할 수 있는 충전케이스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충전케이스에 있는 전력까지 함께하면 24시간 가까이 쓸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뒷면에는 작은 버튼이 있습니다. 이 버튼을 길게 눌러 기존 페어링을 초기화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애플 특유의 문구. 디자인은 캘리포니아의 애플이, 조립은 중국이 맡았다고 합니다.
뚜껑을 열면 조금 경쾌한 느낌으로 열립니다. 뚜껑이 자력으로 닫혀서 그런지 힘을 조금 줘야 열리네요. 닫힐 때는 자력 덕분에 역시 경쾌한 느낌이 듭니다. 착착!
그뿐만 아니라 에어팟이 케이스에 고정되는 것도 자력을 이용하는데요. 작은 케이스에 자석이 곳곳에 있는 것도 신기합니다.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자석 덕후 애플'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됩니다.
케이스를 열면 안에 상태 LED가 있습니다. 초록색은 연결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앞서 살펴봤던 버튼을 길게 누르면 하얀색 LED가 뜨더라고요.
케이스만 보면 또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재 자체의 아쉬움이 있다면, 먼지가 은근히 잘 달라붙네요. 이 포스팅에 삽입된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먼지가 좀 붙었습니다. 닦는 걸 떠나 유독 잘 붙는 느낌입니다.
에어팟을 꺼내봤습니다. 자력으로 붙었던 기기가 똑 떨어져 나옵니다. 다시 케이스에 넣을 때는 역시 자력으로 척 달라붙네요.
종전 아이폰에 번들 이어폰으로 제공된 이어팟(Earpods)과 거의 비슷한 모양입니다. 중간에 센서가 있는 점. 그리고 선이 없다는 게 다릅니다.
아래는 마이크가 있습니다. 따라서 에어팟을 끼고도 통화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죠. 설정을 마치면 두 마이크 중 어떤 쪽을 활성화할지 고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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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뚜껑을 착!
뚜껑을 착! 하고 열면 자동으로 아이폰에 메뉴가 뜨면서 연결됩니다. 연결된 기기가 없을 때는 아이폰에서 페어링 할 것이냐는 메뉴가 뜹니다.
인식하는 거리가 궁금했는데요. 페어링 된 다음 음악을 듣는 에어팟은 꽤 먼 거리에서도 문제 없이 쓸 수 있지만, 케이스로 연결할 때는 바로 근처에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아마 혼선을 방지하기 위함이겠죠.
만약 그 거리가 길었다면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아이폰이 이런 화면을 보게 되겠죠. 케이스를 인식하는 거리는 정말 바로 앞이 아니라면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고 합니다.
다른 기기에 연결하려면 케이스에 있는 버튼을 길게 누르고 LED가 흰색으로 바뀐 다음에 연결하면 됩니다. 한 번 연결한 다음엔 그냥 에어팟을 꺼내 귀에 꽂기만 해도 자동으로 연결된다고 하네요.
세심하게 이어폰을 하나 분리하면 어떤 이어폰이 충전 중인지, 또 배터리는 얼마 남았는지 보여준다고 합니다.
귀에 딱!
오랄비 칫솔, 콩나물과 같은 오명을 얻고 있는 에어팟. 이제 귀에 써볼 차례죠? 마음을 가다듬고 귀에 꽂아봤습니다.
확실히 착용한 후의 디자인은 할 말을 잃게 했습니다. 정말 이게 최선일 수밖에 없는가 곰곰이 되묻게 되는 디자인이네요. 다른 걸 다 떠나서 이렇게 디자인이 매력적이지 않은 이어폰은 오랜만입니다.
착용감은 이어팟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어팟이 잘 맞지 않으셨다면 에어팟 역시 마찬가지고, 잘 맞으셨다면 에어팟도 잘 맞습니다.
아주 미묘한 차이가 생겼다고는 하는데 저는 원래 이어팟 착용이 편했고, 마찬가지로 에어팟도 착용하기 좋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래 듣진 않았지만, 음질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저음이 조금 강한 편인데요. 완전 무선 이어폰의 끝판왕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소리는 좋은 편입니다.
음악은 크게 신경 쓰이진 않지만, 게임에서는 조금 지연이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근접 센서가 있어 이어폰을 벗으면 음악이 잠시 일시 정지하는 등 이런저런 편의 기능이 갖춰져 있습니다. 헤드 부분을 톡톡 두드리면 시리(Siri)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재생으로도 쓸 수 있다네요.
음량 조절이 없는 점은 불편했습니다. 시리를 불러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에어팟을 쓰면서 시리를 불러올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안 그래도 한국어 시리는 조금 답답한 느낌인데 더욱 답답하네요.
긴 시간 만져보지 않아 간단한 첫인상만 남겨봤습니다. 다른 많은 분께서 평가하시듯, 디자인 빼고 다 괜찮다는 이야기에 공감도 했고요.
다양한 완전 무선 이어폰이 등장하는 시점에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좋았지만, 다른 이어폰을 선도할 만큼 성격이 분명한 제품인지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수량이 달려서인지 수요가 폭발해서인진 모르겠지만, 품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지금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면 6주 후에야 받아볼 수 있다고 하네요.
에어팟은 분명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완전 무선 이어폰의 편리함과 아이폰과 연결하면서 느낄 수 있는 편의성은 다른 이어폰을 압도했습니다. 음질도 나쁘지 않았고요.
하지만, 돈값을 하는 이어폰인지는 아직 조금 뒷맛이 찝찝합니다. 음질이 뛰어나긴 합니다만, 다른 이어폰을 압도하는 정도는 아니니 그만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납니다.
더군다나 아이폰을 쓰고 있지 않다면 편의성 절반은 덜어낼 수 있고요. 애초에 아이폰 이용자가 아니라면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괜찮은 선택지가 많아 에어팟을 사야 하는 이유를 떠올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의미의 디자인까지 포함해 꽤 재미있는 이어폰이었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오래오래 써보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그런 이어폰이었어요
제가 산다면 6주 후에나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저는 얌전히 포기했습니다. 디자인은 별로지만 왠지 끌리는 에어팟을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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