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함께하는 2022 교향악축제 : 봄밤의 클래식
지난 14일 예술의전당 음악당(콘서트홀)에서 진행하는 '한화와 함께하는 2022 교향악축제'에 다녀왔습니다. 한화프렌즈 활동 이후 코로나가 심했던 작년을 제외하면 어찌저찌 매년 참석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 여파로 봄에 열리던 행사가 여름으로 밀렸음에도 참석했는데, 작년에는 어찌된 일인지 결국 참석하지 못했네요.(인스타에 작년 이야기를 적었는데, 알고 보니 재작년이었습니다.) 2022년은 일정도 잘 맞고 점차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시기이기에 큰 맘 먹고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한화와 함께하는 2022 교향악축제
한화와 함께하는 2022 교향악축제(이하 교향악축제)는 한화그룹이 협찬하는 클래식 행사로 예술의전당 음악당 개관과 함께 시작된 유서깊은 행사입니다.
어느덧 34번째 행사를 맞은 이번 교향악축제는 '하모니(Harmony)'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이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 위기로 교류와 공감의 시간을 잃은 음악인과 관객을 떠올리며, 어려움이 끝나면 풍성하고 풍요로운 음악 세계를 기대하며 달았다고 합니다.
교향악축제는 거의 20일 가량 진행되며, 그동안 각 오케스트라가 각기 다른 곡을 선택해 공연합니다. 또한 연주마다 다른 협연자가 참여해 올해는 어떤 협연자가 나올지 기대되기도 합니다. 기회만 된다면 모든 공연을 다 들었으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 관계로 어떤 공연을 보러 갈지 많이 고민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정도를 후보군으로 두고 일정을 저울질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교향악축제에서 창작곡을 공모해 선정된 곡이 초연되는데, 창작곡 중 하나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라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14일 있었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한수진 바이올리니스트의 공연을 들으러 갔습니다. 이날 협연자인 한수진 바이올리니스트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예매 전부터 합창석을 오픈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많겠거니.. 하고 짐작했었는데, 실제로 현장에 도착하니 정말 많은 사람이 있더라고요.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향은 베버의 오베론 서곡,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g단조 Op.26, 프로코피에프의 '모리오와 줄리엣' 모음곡 Op.64(일부 발췌) 를 선택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잘 모르는 곡이었기도 했지만, 제게는 좀 어려운 곡이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나중에 프로그램북을 다시 보고서야 깨달았는데, 이날 테마는 '셰익스피어'라고 불러도 되겠더군요. '오베론'은 영국 전승에서 등장하는 요정 왕의 이름이자,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에 나와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갈등을 해소하게 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또한, 세 번째 연주곡인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은 셰익스피어의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작곡한 발레곡이고요.
제가 곡해석을 운운할 정도로 곡을 잘 알지도 못하고, 식견도 뛰어나지 않지만, 참 괜찮은 공연이었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재작년의 공연이 좀 밸런스가 안 맞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면, 올해는 정말 내성과 저음이 탄탄하게 잘 채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수진 바이올리니스트는 워낙 유명하죠. 이 협연곡을 위해 이날 예술의 전당을 찾은 분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 연주 영상을 통해 힘있는 연주를 선보였기에 저 또한 무척 기대했었는데, 이를 잘 충족시켜준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표현이 적확한지 모르겠으나 우아함 속에 강렬한 열기가 담겨있었다는 느낌었습니다. 흔히 우아하다고 하면 그 안에 은은하다, 부드럽다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우아함 속에 분명한 힘이 깃든 느낌이라 할 수 있을까요? 콘서트홀을 꽉 채우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조금 컨디션이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걸 캐치할 정도로 제 식견이 뛰어난 편은 아니라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번 교향악축제는 4월 24일까지 열립니다. 벌써 이번주면 마무리가 되네요. 코로나19 이후 교향악축제는 비대면으로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생중계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술의전당 유튜브에서 시간에 맞춰 생중계를 감상할 수 있으니 바쁘시다면 이를 노려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인스타그램에도 짤막하게 남긴 바와 같이 저는 교향악축제를 소개할 때 '봄밤'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봄밤을 생각하면 클래식, 교향악축제가 떠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올해도 클래식과 함께 멋진 봄밤을 맞았네요.
2015년부터 교향악축제 후기를 열심히 써왔으니 제법 후기가 많이 쌓였네요. 그동안 그다지 늘지 않는 식견에 반성을 하면서 이날 후기도 이쯤에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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