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인상깊게 감상한 공연 : 한화클래식 2022
한화클래식을 소개하면서 스스로 꽤 오랜 시간 한화클래식을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후기를 찾아봤더니 군데군데 빠진 공연이 많아서 민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한화클래식 2020에 이어, 오프라인으로 돌아왔던 한화클래식 2021은 왜 당연히 봤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한화클래식 2022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올해는 3년 만에 해외 뮤지션이 방한하면서 어느 때보다 풍성한 연주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지난 소개에 이어 오늘은 직접 공연을 보고 온 후기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율리아 레즈네바와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
한화클래식은 최초의 공연부터 10년째인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바로크 음악으로 대표되는 고음악을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 설명에 따르면 바로크라는 어원은 바로코(Barroco)로, ‘찌그러진 진주’를 뜻한다고 합니다. 약간은 경멸의 의미를 담았다고 하는데, 이는 바로크 음악이 당시 로코코 풍과는 다른, 조금은 기괴한 느낌이지 않았나 한다고 하네요.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이 바로크 음악의 악기, 주법 등을 충실히 재현했다고 합니다. 흔히 시대음악이라고 하면 당시의 악기(거트 현 등)을 쉽게 떠올리는데요. 달라진 악기에 따른 소리도 있지만, 악보의 역할이 절대적인 규칙이 아니라 제안으로 인지하고 연주자의 알맞은 해석이 더해지는 것까지 구현해 매력적인 연주를 들려줬다고 합니다.
악보를 보면서 연주를 들은 것은 아니기에 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기존 현대 클래식과 비교하면 (규모를 떠나서) 울림의 진폭이 덜한 대신 산뜻한 느낌을 주는 연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만 다른 연주에 비해 자리마다 그 인상에 차이가 꽤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자리에 크게 아쉬움을 느껴보진 못했는데 오늘 연주에서는 자리에 따라 더 나은 음악을 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독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올해는 이런저런 기회로 성악, 합창과 같이 사람의 목소리를 이용한 공연도 많이 들었는데 올해의 백미는 이번 한화클래식 2022가 아니었나 싶네요. 1층 맨 뒷 열에 앉았지만, 율리아 레즈네바의 성량이 뛰어나 목소리의 울림이 아니라 그 목소리를 직접 듣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량 뿐만 아니라 노래 자체도 무척 뛰어났고요. 트릴이 엄청나다는 생각을 했는데, 과거 율리아 레즈네바를 소개하면서 ‘트릴의 여왕’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바도 있네요.
성악 공연을 듣고 다시 찾아듣는 일이 자주 없는데, 이번 공연이 끝나고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열심히 찾아듣는 중입니다.
오랜 시간 예술에 힘써온
한화그룹
이번 공연은 10주년을 맞았고, 정통 이탈리아 음악을 이탈리아에 뿌리를 둔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는 점과 함께 문화 예술 사업에 많은 기여를 한 한화그룹 고(한자) 서영민 여사의 추모의 의미 또한 담았다고 합니다. 한화그룹은 돌이켜 보면 무척 오랜 시간 동안 문화 예술 산업에 투자를 해왔습니다. 특히 교향악축제는 저 또한 열심히 공연을 보고 있지만 단순히 수익사업이라기보다는 문화 예술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많은 대중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클래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으며, 저 또한 어쩌면 이런 노력의 수혜를 입었다 할 수 있겠네요. 과거 클래식 공연은 좋은 음악을 벗삼아 눈을 붙이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음악을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게 됐으니까요.
흔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합니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 동안 변치않고 뚝심있게 문화 예술 사업을 이어온 한화그룹, 고인의 유지를 이어 앞으로 100년이 가는 공연으로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한화클래식 2023는 내년 이맘 때 다시 소식을 알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레퍼토리와 함께 돌아올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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