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베를린 리포트] 05. 안개 속의 마켓과 다양한 볼거리 (문화/관광 편)
12월의 베를린은 오후 4시면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해를 볼 수 없는 날에는 짙은 안개가 도시를 감쌉니다. 여행자에게 가혹한 이 '하드웨어' 환경을 상쇄하는 것은 도시 곳곳에 깔린 막강한 문화적 '소프트웨어'입니다.
좋은 공연을 듣고,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진을 보며, 계단을 올라 돔 꼭대기에 섰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베를린의 안개를 뚫고 마주한 시각적, 청각적 경험들을 소개합니다.
목차
1. 박물관 & 미술관: 시각의 공간

베를린 돔 (Berliner Dom): 267계단의 대가
박물관 섬의 랜드마크입니다. 웅장한 외관만큼이나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와 파이프 오르간 장식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곳의 진가는 돔 꼭대기에 있습니다. 211개에 달하는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감내해야 합니다.

굽이굽이 계단을 올라 도착한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베를린 시내는 아름다웠습니다. 날씨가 따라줘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네요. 시각적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예배도 진행했으나, 시간이 맞아서 가지 못했네요. 일정에 따라 예배도 함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방문한 날은 연주의 리허설을 볼 수 있었는데, 무척 좋았습니다.



사진 박물관 (Helmut Newton Foundation): 경계선 위에서
패션 사진의 거장, 헬무트 뉴튼의 작품을 전시하는 곳입니다. 그의 사진은 도발적입니다. 나신(裸身)과 패션,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합니다. 보는 이에 따라 불편할 수도, 매혹될 수도 있는 이미지들이 가득합니다. 낯이 익은 사진도 몇 장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베를린 주립미술관 (Berlinische Galerie): 다다이즘의 난해함
현대 미술, 특히 다다이즘을 테마로 한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기성 예술의 형식을 파괴한다는 다다이즘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난해한 오브제들 앞에서 감동을 느끼기엔 제 예술적 소양이 부족했나 봅니다. 다만, 높은 층고와 세련된 공간 구성 자체는 훌륭했습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차분함을 즐기기엔 나쁘지 않았습니다.
2. 공연 & 음악 : 소리의 공간


베를린 필하모닉 런치 콘서트: 의도치 않은 오픈런
베를린 필하모닉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성지입니다. 이곳 로비에서는 '런치 콘서트'라는 이름의 무료 공연이 열립니다. 공연 시작을 12시로 착각하여 11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덕분에 의도치 않은 '오픈런'을 하게 되었고, 계단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연주를 들었습니다.
이날의 연주자는 베를린 예술대 학생들로 구성된 'Beijing Floboe Trio'였습니다. 무료 공연이라 해 가볍게 볼 것은 아니었습니다. 플루트와 오보에가 빚어내는 소리는 잡음 하나 없이 청아했고, 연주자들의 합이 좋았습니다. 공연장 내부에 들어갈 순 없었지만,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음악을 듣는 경험은 매력적이었습니다.
Tip: 이름이 '런치 콘서트'라 하여 음식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샌드위치 등을 판매합니다.
3. 관광지



다스 센터(DAS Center)
포츠담 플라츠에 가면 큰 복합 센터인 다스 센터가 있습니다. 예전에 소니 센터라는 이름으로 불렸죠. 국민연금에서 인수했다가 다시 판매하는 등 여러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지금은 다스 센터입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지만, 그리 크게 달라지진 않은 느낌이네요. 기린 레고만 좀 더 다채로운 색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
빌헬름 1세의 영광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 또한 크게 달라진 모습은 없었습니다. 쿠담 거리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어서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예전과 크게 달라진 느낌은 없었네요. 예전에는 시간이 닿지 않아 내부에 들어갈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내부에 들어가볼 수 있었습니다.

홀로코스트 추모비
시티 투어를 다녀오면서 홀로코스트 추모비에도 다시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바뀌지 않은 모습이었어요. 추모를 위한 공간이니 만큼 많은 것이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고,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시티 투어의 특성상 오랜 시간 있진 못했지만, 그리 오래 있어야 할 곳은 아니니까요. 예전과 달리 아는 게 늘어나면서 좀 더 다양한 것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브란덴부르크 문
독일 고전주의 건축의 상징이라고 들었던 개선문입니다. 그 앞은 ‘파리제 광장(파리 광장)’이라고 한다네요. 걸어가는 코스가 빤하다 보니 아마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는 곳일 겁니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둘러보고 있었고, 집시들이 호시탐탐 여러분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습니다.

TV타워
동독에서 자국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었다는 ‘당시 유럽에서 가장 높은 TV 송신탑'입니다. 패스트 트랙을 구매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서 근처 구경만 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날이 흐리면 롯데타워처럼 위가 잘 안보이고… 그러면 올라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죠.

노이에 바헤
전쟁희생자를 위한 추모의 공간으로 쓰이고 있는 공간입니다. 원래는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건축한 곳이라고 하지만, 1차 세계대전 패전 후에 용도가 바뀌었다고 하네요. 케테 슈미트 콜비츠의 ‘피에타' 조각상이 가운데 있는데요. 지붕이 뚫려 있어 비가 오면 한층 무거운 분위기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샤를로텐부르크성
프리디리히 1세가 부인 샤를로트를 위해 지은 정원이 딸린 별장이었다는 곳입니다. 정원이 보기 좋다고 하는데, 겨울에 가다 보니 정원에 욕심내진 않았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제대로 보지 못하겠다… 하고 반쯤 포기하고 갔는데, 아직 입장 가능한 시간으로 안내 받아 극적으로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짧아 진득하게 둘러보지 못한 건 아쉽네요. 언젠가 날 좋을 때 방문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거리예술 & 야외 갤러리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East Side Gallery)
무너진 베를린 장벽 위에 그려진 세계 최장 야외 갤러리입니다. '형제의 키스'를 비롯한 유명한 벽화들이 즐비합니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지만, 수많은 관광객과 그들이 남긴 낙서들로 인해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투어 막바지에 급하게 둘러보느라 "아, 여기가 거기구나" 정도의 감상에 그쳤습니다. 차분한 관람보다는 '인증'에 가까운 방문이었습니다.

하우스 슈바르첸베르크 (Haus Schwarzenberg)
미테 지구의 힙한 골목에 숨겨진 문화 공간입니다. 벽면 가득 채워진 그래피티와 기괴한 조형물들이 베를린의 자유분방함을 대변합니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었으나, 벽화 중 일부에서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문양을 발견하고 마음이 짜게 식었습니다. 역사적 맥락에 대한 무지 혹은 무관심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씁쓸합니다.
박물관이 하나 있어, 이곳의 화장실을 쓸 수 있다는 게 팁 아닌 팁이었습니다.
5. 안개 속의 마켓 (The Christmas Market)
12월 베를린 문화의 절반은 크리스마스 마켓입니다. 다양한 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기 때문에 방문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다만, 결국 파는 음식들은 비슷하고, 음료도 비슷합니다. 어디가 더 낫다 못하다를 나누기엔 적절치 않습니다. 그저 가까운 곳을 재미있게 즐기면 그만입니다.


- 젠다르멘마르크트 (Gendarmenmarkt): 입장료를 받는 만큼 고급스럽습니다. 조명이 화려하고 파는 물건의 만듦새도 좋습니다. 베를린 마켓의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느낌입니다.
- 알렉산더 광장 (Alexanderplatz): 가장 대중적이고 붐빕니다. 안개 낀 관람차와 붉은 시청사를 배경으로 마시는 글뤼바인은 운치 있었습니다.
- 훔볼트 포럼 (Humboldt Forum): 규모는 작지만 알찹니다. 특히 '게르만 원심분리기'라고 농담으로 불렀던 회전 그네, 회전목마와 미니 관람차 등 놀이기구를 설치해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베를린은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이 밀집된 문화예술의 도시입니다. 박물관섬(Museum Island)만 해도 하루 종일 볼거리가 넘쳐납니다. 저는 목적이 문화예술은 아니었지만,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오랜 시간 즐길 '소프트웨어'가 베를린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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