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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책, <설계자들> - 간만에 읽은 신선한 책

  • 2011.11.02 06:30
  • Culture/책(Book)
글 작성자: 레이니아
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문학동네, 2010

설계자?
  책의 발상이 참 독특하다. 설계자들. 설계자들이란 암살자에게 지령을 내려서 사람을 죽이게 만드는 사람을 가르킨단다. 타인에게 의뢰를 받고 정보를 수집하여 완벽한 계획을 짜고 암살자에게 그 지시를 이행하게 하여 사람을 죽이게끔 하는 일. 이들이 하는 살인 시나리오가 '설계'이고 이러한 설계를 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은 '설계자'가 되는 것이다.

  래생(來生)이라는 암살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은 사회에서 일어난 조금은 석연치 않은 죽음 중 상당수가 이러한 설계자와 암살자가 개입되어 있다는 가정을 두고 시작 한다. 처음보았을 때부터 설정이 참 흥미롭다 싶었는데, 책을 읽어 내려갈 수록 이러한 설정은 점차 디테일 적인 요소를 더해간다.

  수십년간 설계자로써 많은 의뢰를 받았던 '개들의 도서관'관장 너구리 관장. 그리고 그곳에서 자라 암살자가 되는 래생. 신흥 세력인 한조의 세력과 암시장보다 더욱 적나라한 '푸주'까지... 이들이 등장하는 현실의 이면에 위치한 세계는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하게 발휘되어 그 현실성을 높여간다.

  살인을 계획하는 설계자와 실행하는 암살자 그리고 그 주변에 그들을 서포트하는 트래커(추적자), 그리고 시체를 처리해주는 시체처리업자까지... 작가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 속에서 이들의 움직임 무척 다양하고 독자의 관심을 확실히 끄는데 성공한다. 마치 정말 현실속에 이러한 집단이 있는 것 처럼 작가의 상상력은 소설 전반에서 매력적으로 빛나고 있다.

설계자와 암살자, 그리고 죽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그 세계의 룰과는 동떨어진 행동을 하게 되는 계기는 몇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훈련관 아저씨의 죽음, 그리고 추의 죽음, 이어서 자신의 변기에서 폭탄이 발견되고 친구가 죽게 되는 일들이 그러하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인물은 '추'다. 그가 죽기 전, 자기의 집에 찾아와 술을 마시고 가는데 그와 함께 나눈 대화는 이 소설의 주제를 핵심적으로 담아냈다. 총을 쏘는 우리 뒤에는 분명 설계자가 존재한다. 설계자 뒤에는 그들에게 돈을 주고 의뢰한 권력가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권력가 뒤엔 누군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얽히고 설키면 끝에는 무엇이 남는가?

"아마 빈 의자만이 남을 것이다."
라고 소설 속의 '추'는 이야기한다. 누구든지 오르면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누구도 앉을 수 없는 그 의자. 결론적으로 우리는 아무 것도 없는 무엇에 의한 지시로 사람의 생명을 뺏는 것이라는 소리다. 이러한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곳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를테면, 한조가 비지니스로 암살업을 하면서 국회의원의 부탁을 들어준다든지(그것도 무척 치졸한 의뢰였음에도) 선거철이 되자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언급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 등이 작가가 이러한 주제의식을 표현하고자 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이 주제는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새로운 설계자 '미토'를 만나며 다시 부각된다. 미토는 이 의자 자체를 부수어버리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쯤되면 우리 역시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빅 브라더'는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상징적으로 존재할 뿐, 실체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인가. 소설은 그러한 주제를 독특한 소재를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아쉬운 점.
  조금 아쉬운 점을 뽑으면, 문체에서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조금 속도감 있는 글을 기대했는데, 실제 소설은 속도감이 있기 보다는 개인의 생각이 주로 드러나있고 생각만큼 사건이 스피디하게 전개되지 않는다.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고 다른 모종의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의 흥미를 반감시킨 아쉬운 점이었다.

  그러나 <설계자들>은 분명 잘 쓰여진 소설이다. 흥미로운 소재로 약간 무거운 주제를 잘 담아내었고 약간 스피디하지 못한 전개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잘 짜여진 스토리와 실감나는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이 세계가 실제로 있는 세계로 믿게끔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책,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 비주류가 쓴 부조리
- 책, <칼> - 꾸준함이 부족한 소설.
- 책, <손가락 없는 환상곡> - 애정이 듬뿍 담긴 소설
- 영화,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 잘 만들어진 히어로물.
- 연극, <더 라인> - 힘이 부족한 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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