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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책, <칼> - 꾸준함이 부족한 소설.

  • 2011.11.01 06:30
  • Culture/책(Book)
글 작성자: 레이니아
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칼
김규나 지음, 뿔, 2010

사랑에 대하여
   <칼>은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묻고 있다.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각양각색의 남녀가 벌이는 사랑. 이러한 사랑이 우리의 상식선에서 이해될 수 있는 사랑이면 좋겠지만, 소재가 이야기가 되기 위해선 '결핍'이라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고, 따라서 여기 등장하는 사랑은 무언가 결핍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성 짙은 사랑이다.

  그러다보니 불륜이나, 가벼운 만남, 육체에 치중한 만남 등 다양한 종류의 관계가 등장한다. 이러한 관계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이다. 독자에게 '사랑'에 대해서 묻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결핍은 채울 수 있는 것인가? 부터 결핍을 채워야 하는가? 라는 당위성 문제, 그리고 나아가서 이들의 사랑이 정말 '결핍'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하는 단계로까지 질문은 발전된다.

통속성
  단적으로 얘기해서, 11편이 수록된 소설집 중에서 표제작인 '칼'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마음에 드는 단편이 없었다. 그 이유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통속성 때문이었다. 사랑에 대한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쓰여진 점은 좋았지만 이러한 많은 단편이 통속성이라는 특성아래 비슷한 모습으로 비춰보이는 점은 아쉬웠다.

  단적인 예를 들면,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빠질 수가 없는 것이 성(性)담론이다. 이러한 육체적 성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생긴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여성작가의 글에서 위와 같은 성담론에 대해 찾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한 편견이 이 소설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소설에 나오는 많은 주인공은 육체적인 관계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기도 혹은 사랑이 식어버림을 감지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일부 타당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으나, 대체로 많은 소설에서 둘의 사랑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는 수단이 육체적 관계의 부재다. 그렇다고 정서적 소통의 부재를 표현하기가 힘이 드는가? 그것은 아니다. 이는 다분히 작가의 의도가 개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다시, 육체적 관계가 어째서 사랑의 잣대가 될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묻고 싶다. 육체적 관계가 존재하면 사랑이고 존재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닌 것인가. 이 역시 아니다. 결론적으로, 사랑을 판단하는 근거가 육체적 관계로 설정되어있는 것은 주제의식에도 부합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설에서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통속성'이다.

  위와 같은 통속성이 물론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부정적으로 비춰지기 쉬우나 작가가 원하는 요소에 독자들의 호기심이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책에 실린 많은 작품이 일관되게 통속성을 사용함으로써 자극이 빛이 바래고 통속성이라는 것이 소설 전반을 아우르는 하나의 특징이 되어버린 점은 조금 아쉽다.

표제작 '칼'
  위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소설집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표제작 '칼'이었으며, 이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마음에 드는 단편이 없었다. 칼에서 묘미는 화자와 청자의 기묘한 위상에 있다. 내가 당신을 주어로 사용하면서 당신에 대해서만 묘사하는 이 소설은 자기 자신이 이미 죽은 상황속, 시체와 부검의 간의 만남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자신이 죽은 이유,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설명한 비유인 현악기의 줄도 무척 신선했고 '칼'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이 소설에서 뽑아내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점이 무척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소설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다른 소설은 이와 같은 참신한 맛이 떨어져 전반적인 감상에서 아쉬움을 초래하는 것이다.

  '칼'은 작가의 등단작이라는 설명을 읽었다. 그 후에 나온 소설이 등단작과 같은 임팩트를 가져오지 못한 점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칼'과 같은 느낌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제작이 마음에 든 만큼 책 자체는 아쉬움을 자아내는 소설이었다. 약간의 아쉬움을 느낀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책, <다른 남자> - 빛과 그림자의 소설
-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 순수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 책,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 누구의 죄인가?
- 연극, 풀포러브(Fool for Love)를 보고 왔습니다.
- 책, <호텔아이리스> - 나의 결핍은 무엇으로 채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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