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느 휴양지에서> - 웃을 수만은 없는 비극
글 작성자: 레이니아
반응형
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휴양지에서
이명랑 지음, 뿔, 2010
이명랑 지음, 뿔, 2010
웃을 수만은 없는 비극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무거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날 눈을 떠보니 입영영장이 도착해있고, 내가 다녀온 사실을 증명하려고 해도 증명할 무엇도 남아있지 않는다든지, 아들이 사기를 당하고 오고 그 상황을 어떻게든 타파하려는 가장 등,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안좋은 상황을 겪게 되거나 겪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나 묘사등을 보면 마치 우스운 꽁트를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워버리기 어렵다. 분명히 소설 속의 상황은 심각하고 무거운 삶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
가장 처음에 수록된 '끝없는 이야기'가 개인적으로는 무척 충격적이었다. 서두에 말꼬리 잡는 옛날이야기가 등장하며 시작되는 소설은, 한가족의 안좋은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된다. 마지막에 이르러 한가족의 마지막 안좋은 일은 다시 다른 가족의 안좋은 일로 등장하여 앞의 옛날이야기와 같이 말 그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구조가 생성되고 만다.
이 충격적인 단편부터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간 이후 내가 생각한 결론은 '결국 현실이다.'라는 점이다. 설명을 보태자면, 아무리 안좋은 일이 생기고 인생이 불행이라는 수렁에 빠져 나락에 떨어지더라도 이는 결국 우리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라는 것이고, 우리는 구원이나 다른 무엇도 없는 처참한 현실을 두 눈으로 직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사실적인
소설 자체는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실은 어쩌면 우리에겐 너무나 사실적인,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우리 눈 앞에서 펼쳐져왔고 펼쳐진 현실이자 진실이다.
소설은 즐겁게 읽었지만 다 읽고나니 한편으론 마음이 불편해져서 이 작가의 소설을 다시 집기까지는 내게 조금 시간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직시는 필요하지만 잔인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책, <아오이가든> - 하드고어 원더랜드.
- 책, <재와 빨강> - 인간의 존엄은 과연 어디에?
- 책, <소송> - 피할 수 없는 부조리의 현실
-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 피투성이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닌.
- 연극, <어멈> - 브레히트 그리고 소외
- 책, <재와 빨강> - 인간의 존엄은 과연 어디에?
- 책, <소송> - 피할 수 없는 부조리의 현실
-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 피투성이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닌.
- 연극, <어멈> - 브레히트 그리고 소외
반응형
'Culture > 책(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설계자들> - 간만에 읽은 신선한 책 (10) | 2011.11.02 |
---|---|
책, <칼> - 꾸준함이 부족한 소설. (6) | 2011.11.01 |
책, <손가락 없는 환상곡> - 애정이 듬뿍 담긴 소설 (10) | 2011.10.26 |
책, <유토피아> - 고전읽기의 즐거움 (10) | 2011.10.25 |
책,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 나비의 날개짓 (12) | 2011.10.24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책, <설계자들> - 간만에 읽은 신선한 책
책, <설계자들> - 간만에 읽은 신선한 책
2011.11.02 -
책, <칼> - 꾸준함이 부족한 소설.
책, <칼> - 꾸준함이 부족한 소설.
2011.11.01 -
책, <손가락 없는 환상곡> - 애정이 듬뿍 담긴 소설
책, <손가락 없는 환상곡> - 애정이 듬뿍 담긴 소설
2011.10.26 -
책, <유토피아> - 고전읽기의 즐거움
책, <유토피아> - 고전읽기의 즐거움
201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