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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책, <라라피포> - 사람으로 이루어진 정글 속에서

  • 2011.11.04 06:30
  • Culture/책(Book)
글 작성자: 레이니아
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노마드 북스, 2006

주제, 그리고 소설 구성의 매력
  다른 것을 떠나서 오쿠다 히데오의 <라라피포>는 다양한 인물이 이리저리 얽혀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여타 다른 소설에서도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그러한 인물들이 이리저리 꼬이며 생기는 이야기는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라라피포>의 매력을 소설의 구성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소설의 주제와 구성이 잘 맞물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라라피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성(性)과 관련된 문제를 겪거나 혹은 이를 상품화 하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재가 요 며칠간 글을 적었던 기존 패러다임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각주:1]으로 사용되었냐고 물으면 그것은 아니다. 여기에 나오는 소재들은 그야말로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마치 욕망이 뒤섞인 정글과 같이.

라라피포
  더불어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라라피포'다. 처음에 이 책을 보면서 과연 라라피포가 무슨 뜻인가 고민했었는데, 아 단어의 뜻은 소설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백인과 부딪쳤다. 레이디퍼스트 예절을 가진 나라의 남자답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쏘리, 하고 사과한다. 사유리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답례한다.
  "라라피포."
  백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허밍하듯이 말했다.
  "라라피포?"
  "도쿄, 사람 넘 만아."
  백인은 어색한 일본어 발음으로 말했다.
  아, 그말이었다.
  'A lot of people.'
  발음이 너무 빨라서 '라라피포'라고 들렸던 거다.
  두 사람은 웃으며 헤어졌다.
  사유리는 오늘도 스테이크용 고기를 사서 돌아가기로 했다.
 - 본문 중에서

  그렇다. 소설이 전개되는 장소인 도쿄는 사람이 너무 많고, 그들이 뿜어내는 욕망도 가지각색이다. 즉, 작가는 이러한 욕망의 뒤섞임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고 그런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서 여러사람의 주인공이 등장하여 서로가 얽혀 들어가는 구성은 이를 표현하기 위한 최적의 구성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구성이 더욱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욕망
   소설의 갈등이라는 것은 결국 '욕망'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욕망'이 좌절됨으로써 갈등을 위한 단초가 마련되는 것이고 무엇이 욕망을 좌절시켰는가에 따라서 우리가 학생시절에 배웠던 갈등의 종류가 나눠지게 되는 것이다.

  <라라피포>에서 드러나는 모든 이들의 욕망은 성적인 욕망이라는 범주안에 들어간다. 직접적으로 작용하는가, 간접적으로 작용하는가는 그 이후의 문제이다. 이들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만 최후에는 수습하지 못하고 개인에게 부정적인 결말로 돌아가고 만다.

블랙 코메디
  무척 심각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소설의 문체는 가벼운 편이다. 내용이 무거워서 가벼운 문체가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지만, 무겁지가 않아서 생각보다 빠르게 책장을 넘길 수가 있다. 책 띠지에도 명백하게 '블랙 코메디'라고 적혀 있듯,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가볍게 이야기 함으로써 독자의 감정을 더욱 증폭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안에 많은 욕망들이 살아 숨쉬는 정글 '라라피포'. 그 안에 있는 이야기를 보고 우리는 웃겠지만, 결코 가볍고 달콤한 웃음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내 선입견 탓이었는지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블랙 코메디라 하면 씁쓸한 웃음과 함께 주제에 대해서 다시한 번 생각해보곤 하는데, 이번 독서에서는 빠르게 읽고 지나갔지만 씁쓸한 웃음만 한 번 짓고는 끝이었다. 아마도 이는 작가의 스타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것에 기인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공중그네>와 문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루고 있는 내용이 조금 더 적나라해졌을 뿐. 따지고 보면 <공중그네>도 하나의 블랙코메디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공중그네>보다 딱히 나아진게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다만, 이는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선입견에서 비롯된 의견일 수 있으니 걸러서 참조하길 바란다.

덧. 요새 반짝 책에 대해서 글을 썼더니 글이 잘 안써진다...(...) 책은 부지런히 읽고 있지만 책 리뷰는 잠시 안녕!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책, <풀이 눕는다> - 뭘까 이소설은...
- 책, <칼> - 꾸준함이 부족한 소설.
- 책,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
- 책, <다른 남자> - 빛과 그림자의 소설
- 뮤지컬, <스페셜레터> - 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시다.



  1. 본말전도에 대해선 잠시 접어두고라도 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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