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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책, <풀이 눕는다> - 뭘까 이소설은...

  • 2011.11.03 06:30
  • Culture/책(Book)
글 작성자: 레이니아
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풀이 눕는다
김사과, 문학동네, 2009

김사과
  이 책을 집은 것은 100% 작가 때문이다. 김사과. 내가 어디가서 이 작가를 실제로 만난 것도 본 것도 아닌데 어디서 작가를 알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올초 김영하 작가와 조영일(소조) 비평가 사이에서 발생한 문학 논쟁에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미 논쟁이 끝난지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각주:1], 왜 이제와서 이 이야기를 꺼내느냐 하면 논쟁 중간에 발견한 작가의 이름 탓이다.

  논쟁에 대한 코멘트를 하기엔 시의적으로 뒤늦고 건설적인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아무튼 논쟁 중간에 드러난 작가의 이름은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고 그 작가가 쓴 글은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낯설게 책을 집어 들었다. 한참을 읽고 느낀 느낌은 '불편하다'였다.

불편한 소설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풀[각주:2]의 존재유무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풀이 없을 때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다가 풀과 함께 있을 때는 행동력이 주변을 파괴할 정도로 지나치게 많아진다. 아니, 행동력이 넘친다기 보다는 어린아이가 분노를 사방에 표출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게 옳은 표현이겠다.

  그렇다. 소설의 주인공은 풀의 존재를 리미터 삼아[각주:3]오갈데 없는 분노를 가지고 있다가 자신을 포함한 주변 모든 곳에 풀어버리고 만다. 하물며 풀에게까지도. 그런데, 그 '분노'는 과연 어디서 오는가? 분노의 연원을 찾아 들어가면 그 연원이 마땅치 않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분노도 아니고 자기 주변을 둘러싼 환경, 나아가서는 사회 시스템 적인 요인에 따른 분노 역시 마땅치 않다.

  단지 그것만은 알 수 있다. 풀과 함께 있을 때 내는 행동들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과격하고 주변을 상처입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상처입히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은.

  주인공이 이를 표출하는 장면들은 보기가 불편할 정도이다. 이후에 어떻게 일이 벌어질지 상식적으로 유추가 가능하고 또한 그 장면마저 안타까운데, 그 행동의 끝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편한 마음에 책 읽던 손을 뗀 적도 여러번이다. 과연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랑의 의미
   주인공은 소설 속에서 '사랑 안에서 굶어 죽겠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돈을 버는 등의 활동은 사랑에 비하면 저가치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해야한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배고픔과 방세와 같은 것들이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고 이들은 끊임없이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그러다가 얼마간의 돈이 생기면 이들은 다시 사랑을 위해 음악을 틀고 사랑을 나누고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이러한 순환의 반복으로 이들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사랑 아니면 파괴? 이들의 순환 역시 불편한 마음이 든 것은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순환을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주인공인 나의 행보는 너무나 기형적이다.

  원초적인 욕망대로 주변을 소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이루지만 한편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기형성. 이러한 점이 나에게 불편함을 불러일으켰다.

소설의 완결성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 소설은 어딘가 부족한 소설이다. 자신의 내면 세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의 팔목을 휘어잡고 자기 스스로 하고픈 이야기를 토해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은 불편하고 또한 이런 점들 때문에 완결성에서 여타 다른 소설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팔목을 휘어잡히는 경험을 하지 못한 나는 혼란을 느꼈다. 과연 이 소설을 완결성있는 하나의 소설로 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소설에 미치지 못하는 소설인가.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고민을 해 보았지만, 여전히 대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기본적으로 글을 쓰면서 이 책은 추천해야겠다 혹은 추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풀이 눕는다>는 결론이 나지 않는다. 이는 내 소양이 부족한 탓이리라. 책을 읽는 누군가에게 고하니, 그 선택이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덧. 불편했던 독서 탓에 글을 쓰면서 1인칭소설임에도 의도적으로 주인공과 글을 쓰는 나 자신의 거리감을 만들어낸 것 같다. 그만큼 쉽지 않은 독서였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책, <칼> - 꾸준함이 부족한 소설.
- 책,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그 다음은?
- 책, <다른 남자> - 빛과 그림자의 소설
- <여우, 늑대를 말하다> - 그러니까 말하고 싶은게 뭔데?
- 책, <호텔아이리스> - 나의 결핍은 무엇으로 채우나?



  1. 깨끗하게 마무리가 되었느냐 아니느냐와는 [본문으로]
  2. 사람 이름 [본문으로]
  3. 풀이 존재할 때, 제한이 해제되는 것이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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