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염쟁이 유씨> - 잘 사시게...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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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염쟁이 유氏
김인경 작, 위성신, 박정석 연출, 유순웅, 임형택, 정석용 출연
김인경 작, 위성신, 박정석 연출, 유순웅, 임형택, 정석용 출연
레이니아입니다. 약 3주 전 일이 있어서 대학로를 혼자서 들려야할 일이 있었습니다. 대학로까지 가는 길이 저희 집에서 조금 먼 관계로 가기가 쉽지는 않았는데요. 막상 일 자체도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었던지라 대학로를 갈 생각을 하니 뭔가 조금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가는 김에 연극이나 한 편 보자...' 싶어서 연극을 조금 뒤적거리다가 정한 연극이 <염쟁이 유氏>입니다.
이 연극은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모노드라마[각주:1]라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막상 다른 사람과 함께 가자고 하기가 조금 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혼자 한 번 봐야지...' 하고 있다가 덜컥 예매를 하고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염쟁이 유氏>는 원래 한성아트홀에서 오랫동안 하고 있었다는데, 이번에는 이랑씨어터에서 상연중이었습니다.
(이랑씨어터의 모습)
쇳대 박물관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는데요. 다행히 오가는 길에서 봤었고 가는 길을 모르지 않아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늦은 점심나절에 일이 끝나서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표를 바꾸러 티켓박스가 열리는 시간을 맞춰서 나왔습니다. 1층에 있는 티켓박스에서 표를 나눠주나 했더니, 알고 보니 지하로 내려가서 바꿀 수 있었습니다. 혹시 예매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참고하세요.
(이랑씨어터 내부)
안에는 생각보다 널찍하고 관련기사긴 하지만 이것저것 읽어볼 것도 있어서 시간보내기 어렵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제가 첫번째로 표를 수령받았습니다. <염쟁이 유氏>의 자리는 좀 광활하고 넓어서 일찍 와야지 비교적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무대를 기준으로 좌측, 우측, 중간의 구역이 나눠지더라구요.
(첫번째의 위엄)
밥을 안먹어서 밥을 먹으려고 나왔는데요. 막상 먹으려니까 시간도 애매해지고 먹을 것도 눈에 보이질 않더라구요.
...여러분은 이러지 마세요. 더불어 이 날 양복입고 커다란 가방 들쳐메고 컵라면 먹고 있던 사람을 발견하셨다면 아마 십중팔구 저일 겁니다... 하하하하... ㅜ_ㅜ
시간에 맞춰 자리에 착석해서 연극을 기다렸습니다. 그럼 연극에 대한 이야기, 시작할께요.
모노드라마
이는 연극의 3요소인 무대, 배우, 관객에서 배우라는 요소를 한명이 담당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연극이 살고 죽는 것이 배우 한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배우의 감정선이 잘 잡혀야 연극이 살아난다. 그래서 여지껏 있었던 모노드라마는 우리가 이른바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이 주로 연기를 했었다.
1인이 여러 역할(15인이라고 한다)을 맡는 구성이 자칫하면 결국 한 사람의 독백으로 이어져 결국은 지루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관람했다. 이는 다양한 역할이 등장해서라기보다는 관객이 연극에 깊게 몰입을 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연극의 무대)
또한 연극에서 관객이 일부 참여를 하게 되는데, 여타 다른 연극과 달리 꽤 많은 부분을 참여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관객을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관객은 관객이 됨과 동시에 연극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갖는 존재가 된다. 이러한 시도가 관객들을 더욱 극에 몰입하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기자'역할을 맡은 사람은 꽤 많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러한 참여가 부담스럽다면 아예 자리를 조금 뒤로 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참여가 연극을 더욱 재미있게 관람하는 요소라 생각한다면 무조건 앞자리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살짝 참여좀 하는 사람이면 받아봤다는 명함. 술도 한 잔 얻어마셨다.)
삶과 죽음의 이야기
염쟁이인 유씨는 한 시신의 염이자 자기 자신의 마지막 염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되는데, 그것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이다.
유씨는 극 중에서 "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죽은 이후의 유가족들의 모습 등을 보여주거나 자신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자신의 자식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그는 마지막으로 "잘 사시게."라는 이야기를 한다. 결국, 관객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잘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연극이 끝나고 놓인 흰 꽃)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무책임해 보일지도 모르나, 그 질문은 연극을 본 각자가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 북에 대해
연극이 끝난 후에 프로그램북을 구매하면 해당 배우의 싸인을 받을 수가 있다. 단순히 싸인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번쯤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다.
다시 봐야겠다.
기회가 닿으면 그 시기에 맞춰서 재 관람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심판> - 부조리한 현상과 맞닥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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