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콜렉터 - 그놈의 초대> - 2인극의 묘미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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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콜렉터 - 그놈의 초대
장용휘 연출, 심완준, 김은아 주연, 2012
막 내린 연극 소개하기 2탄입니다... 맘에 드는 극은 글을 쓰기가 너무 어려워요...ㅜ_ㅜ 대단한 글을 쓸 것도 아닌데
2인극
그러나 실제로 연극을 보고나서 다인극과 1인극 사이에 2인극을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각주:1] 제가 느낀 2인극의 특징은 집약적인 서사입니다. 2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무대, 여기서 흘러나오는 감정선이나 서사는 오롯이 서로에게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연극의 흐름이 두 사람의 행동에 따라 움직이므로 둘에게 무대의 모든 요소가 집약되고, 따라서 관객은 무대에 무척 집중을 하게 됩니다.
소설에 비유하자면 짧은 단편소설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여, 그럼 1인극은 어떠냐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많은 1인극은 1인 다역을 겸하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집약적이라는 느낌은 조금 덜했습니다. 그럼 2인극에 대한 느낌은 여기까지 마무리 짓구요.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콜렉터 - 그놈의 초대
<콜렉터 - 그놈의 초대>의 경우 원작이 실재합니다. 이를 우리나라 식으로 번안한 것인데요. 실제 원작은 존 파울즈의 <콜렉터>[각주:2]입니다. 이는 과거 <미란다>라는 이름으로 연극으로 번안된 적이 있는데요. 여배우가 10분가까이 전라 연기를 펼친 탓에 외설시비에 휩싸이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콜렉터 - 그놈의 초대>는 책 <콜렉터>나 연극 <미란다>와는 다릅니다. 핵심적인 요소는 차용했으나 내용이 전개되는 방식은 전혀 다르게 설정하였습니다. 우선 장르자체가 스릴러로 바뀌거든요. 스릴러라는 장르는 2인극과 어울리는 장르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그 특유의 집약적인 특징은 스릴러라는 장르의 매력을 흠뻑 살리게 하지요.
(무대, 음산해보입니다.)
인물의 대립 - 구조적 측면에서
종수의 경우에는 택시기사라는 비교적 낮은 사회적 위치에 있구요. 지숙의 경우 방송출연까지 하는 유명 정신과 의사로 좋은 집에서 살고 있는 높은 사회적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납치'라는 사건을 통해, 지하실이라는 공간에서, 이들은 같은 층위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지하실에서 이들은 '사이코 드라마'를 하게 되지요.
아시다시피 '사이코 드라마'는 연극을 통해 내면세계를 돌아보고 억압된 감정과 갈등을 표출하게 하여 적응장애를 치료하는 일종의 심리치료방법입니다. 이들이 '사이코 드라마'를 했다는 것은 심리치료를 해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내면을 내보였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 둘밖에 없는 공간에서 둘은 서로의 사회적 가면을 벗어버리고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스릴러 <콜렉터 - 그놈의 초대>는 점차 절정을 향해 움직입니다.
(이 마네킹이 다 희생자라는 사실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반전과 마무리
지숙이 심리적 상처(의부에게 성폭행을 당함)을 가지고 있고 이를 잊지 않고 있다가 의부모를 제압하여 집에서 뇌엽절제술[각주:3]을 실시해버린 또 하나의 사이코패스였다는 점은 신선한 반전이었습니다. 지숙의 수에 넘어간 종석은 지숙의 의부모처럼 강제로 뇌엽절제술을 당하게 되지요. 피묻은 붕대를 두른채 종석은 지숙이 출연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실없이 웃습니다. 그리고 연극은 끝이 납니다.
호연과 좋은 구성의 만남
실제로 <콜렉터 - 그놈의 초대>의 완성도는 무척 높습니다. 이것은 두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기 때문이구요. 특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종수 역의 심완준 씨의 연기는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미세한 손가락 움직임이 광기(?!)를 표현하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콜렉터 - 그놈의 초대>는 좋은 구조와 함께 호연이 만난 수작입니다. 조금 급격히 극이 진행되다보니 복선이 무르익지 못한채 끝나 좀 거친 맛이 납니다만, 이 역시 이 연극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위에서 2인극이 단편소설과 유사한 느낌이라고 했었지요. <콜렉터 - 그놈의 초대>는 이 단편의 구조를 잘 이용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최대한 발산해낸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
사족이지만 한국의 마리아 몬테소리라는 말은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전 몬테소리는 교육학자에 가깝지 심리학자나 정신과의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이 연극을 보고 나서 약 10분의 인터미션을 갖고 바로 다음 연극인 <달빛 속의 프랭키와 쟈니>를 관람했습니다. 바로 이어집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 - 완성될 수 없는 연극
- 책,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연극, <괜찮냐> - 괜찮아요, 괜찮아.
- 연극, <수업> - 이게 어딜봐서 스릴러 연극이라는 것인가.
- 연극, <헤어스튜디오 궁> - 그다지 참신하지 못했던 실험극
- 책,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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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헤어스튜디오 궁> - 그다지 참신하지 못했던 실험극
- 실제로 제가 보고 온 연극은 '2인극 페스티벌'의 수상작입니다. 이 행사가 꽤 오래된 행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2인극은 이미 독자적인 지위를 획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나누던 분류는 잘못되어있었던 것이죠. [본문으로]
- 혹은 <미란다>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본문으로]
- 안토니오 에가스 모니즈(Antonio Egas Moniz.)가 개발한 정신과 수술. 전두엽에서 시상으로 연결되는 선의 일부를 잘라냅니다. 로렌 슬레이터 지음(조증열 역),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에코의 서재, 2005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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