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천체망원경> - 지나간 시간을 움켜잡을 이유는 없다.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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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천체망원경
연출 김한길, 지우석, 임은희 외 출연, 2012
연출 김한길, 지우석, 임은희 외 출연, 2012
바빴다는 게 이제 좀 과한 핑계처럼 들리긴 하지만, 올리고 싶었던 글을 많이 못 올렸네요. 이번에는 이미 막을 내린 연극 <천체망원경>의 짧은 감상평입니다.
황망한 설정
이런 의미심장한 시놉시스는 마치 김영하의 <빛의 제국>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연극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잔잔한 전개
일탈(?!)의 기분을 위해 대학 선배인 동원과 술을 마시다가 자신의 대학시절 짝사랑 상대인 유정의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를 필두로 <천체망원경>은 이들과 주변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갑니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서사가 되지요.
(천체망원경)
인물의 관계
1. 찬영과 동원
열심히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아내와 이혼 한 후 '이혼 전문변호사'가 된 동원. 찬영은 그런 동원과 일탈의 느낌을 위해 술을 마시는데요. 그러면서 대학시절을 회상하곤 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의 첫사랑 유정입니다. 그러나 대학시절 유정은 찬영의 대학 선배인 학생회장과 사귀게 되는데요. 자연스레 찬영과 동원의 술자리에선 이 학생회장을 타도(?!)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랑을 뺏긴 상처가 그 선배를 싫어하는 원인이지만, 찬영은 이를 애써 부정하고 학생회장이 기득권의 편을 들었다는 등 이유를 들어 그를 부정하며, 그가 현재 선거 운동 본부에 몸담고 있는 상황까지 매도합니다. 하지만 연극 연극이 진행되고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이 관계는 살짝 달라집니다.
2. 찬영과 사무실 직원, 그녀의 남자친구
짐작할 수밖에 없지만 찬영과 사무실 직원과는 모종의 관계가 있는 듯 합니다. 처음 사다 준 우산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그녀가 말하는 대사를 보면 '뭐 있는 거 아냐?'하고 짐작할 수 있는데요. 그런 그녀는 또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그 남자친구가 '단순, 무식, 과격'한 캐릭터라서 웃음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서사에 큰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동원 선배와의 술자리에 난입하여 그녀와 동원선배가 서로 알게 되고, 자신이 첫사랑에 대한 연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지요.
3. 찬영과 지수, 유정, 그리고 사무실 그녀
찬영은 알게 모르게 서사의 정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문제는 그가 모르는 부분에서도 그가 얽혀 있다는 것이지요. 당장 그는 주변에 무심한 듯 하지만 연극에 등장하는 9인중 7인을 실제로 만나는, 그야말로 주변의 모든 관계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현실과 과거 회상을 통틀어서요.
지수는 현재의 아내고, 유정은 과거의 짝사랑의 대상 이자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사무실 그녀는 그의 일탈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이 되겠구요...
(무대)
모호한 주제, 복잡한 구성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정말 많은 길을 돌아돌아 도착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 연극을 보다가 잠깐만 놓쳐도 전혀 애먼 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고 말지요. 어째서 이런 구성을 선택해야 했는지는 개인적으로 조금 의문입니다. 이를 상쇄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입니다만, 역시 돌아서서 생각하니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인생이라는 넓은 우주를 하나씩 찝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연극의 제목이 '천체망원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걸 제한된 시간, 제한된 무대에서 펼쳐 보이기엔 아무래도 조금 힘든 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돌아서서 쓰니 조금 냉정한 평이 되었습니다만, 볼 당시엔 꽤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운이 꽤 오래 남는 연극이었습니다. 조금 가지를 치고 다시 상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뮤지컬, <언더니스 메모리> -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작품.
- 영화, <건축학개론> - 나의 첫사랑에 대한 어떤 고백.
- 뮤지컬, <위키드> - 환상적인 뮤지컬
- 연극, <달빛 속의 프랭키와 쟈니> - 운명을 믿어요.
-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 - 완성될 수 없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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