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언더니스 메모리> -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작품.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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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더니스 메모리(Underneath Memory)
최창열 연출, 임성지, 전승현, 김덕규 외 주연, 2012
최창열 연출, 임성지, 전승현, 김덕규 외 주연, 2012
신당역 근처에 있는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보고 온 언더니스 메모리의 후기입니다. 전 신당역에 이런 아트홀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던터라 무척 신기한 기분이었는데요.
(표 값도 만만치 않더군요...)
아무튼, 짦막한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언더니스 메모리(Underneath Memory)
'~아래에'라는 것은 Under가 더 일반적인 표현으로 알고 있는데요. Underneath의 경우 '바로' 아래에 있는 것을 의미할 때 쓰인다고 합니다. 그러니 기억 '바로' 아래에 있는 것(기억)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좋겠지요. 하지만 그 기억은 쉽게 보기 어려운 기억이기도 합니다. 등 뒤에 바로 붙어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주인공의 기억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이유는 '기억상실' 때문입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기억을 잃은 채로 등장을 하게 됩니다. 극 전개에서 기억은 어떤 방식으로 사라졌는가에 따라서, 기억을 사라지게 한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와 역할을 갖습니다.
<언더니스 메모리>의 경우, 모든 사건의 결말이 나온 상태에서 어째서 그 결과가 오게 되었는지 되짚는 구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의 숨겨진 '기억'은 비극을 가져오는 트리거가 된다는 것인데요. 관객은 이쯤에서 과연 그 '기억'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됩니다.
이것이 미스테리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언더니스 메모리>의 전략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조금 기형적인 무대)
뮤지컬
<언더니스 메모리>의 경우 '결과'를 찾는 극이 아니라 '원인'을 찾는 구조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여러가지 상황설명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여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조금 어색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큰 변화가 없는데요.[각주:1] 차라리 세밀한 부분의 표현을 살리는 것이 극의 완성도를 위한 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노래가 그다지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 경우 오히려 극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았나 싶었어요. 이러한 '미스테리와 뮤지컬의 만남'은, 실험적인 시도라는 차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극의 완성도 차원에서 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뮤지컬이란 형태를 그대로 고수한다고 하더라도 구성에서 기술적인(Technic) 부분이 많이 보완되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구성과 표현
문제 삼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 구성을 무대로 옮기는 과정이나 발상(idea)단계에서 희곡으로 넘어가는 과정입니다. 특히 발상이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발상에 대해 논하는 부분은 자칫 너무 무례한 일이 아닐까 싶어 조심스럽네요. 개인적인 의견 정도로 생각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시 문제로 넘어와서요. 제가 결론에 대해서 이야기는 자제하겠지만, 결론이나 이야기의 핵심이 자못 황당합니다. 소재가 황당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하시면 이것은 이 극의 장르가 '미스테리'이기 때문입니다.
'미스테리'라는 장르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물론 일차적인 목적은 관객의 즐거움입니다. 이를 위해서 미스테리 장르는 의문을 던지고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지연 제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자신의 의문이 해소되는 과정을 겪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즐거움을 얻게 되는데요.
여기서 소재가 황당하면 무슨 문제를 겪느냐... 관객의 의문이 풀리는 과정 전체에 대해 관객 스스로가 의구심이 듭니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해석의 방향이 어긋났을 때, 그 해석은 납득할 수 있는 해석이 되기 어렵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께요. 추리소설을 하나 읽었습니다. 그 소설에서 귀신이 아니고서 해결할 수 없는 트릭이 등장했어요. 여기서 일반적인 독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일반적인 논리의 흐름 내에서 귀신이라는 존재의 가능성은 배제한 채, 자신이 놓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답이 '귀신이 했다.'인거죠...
(응? 네?)
무슨 느낌인지 아시겠나요? 그 느낌을 <언더니스 메모리>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소재가 조금 현실성이 없는 경우, 좀 더 풍부한 설명을 통해 괴리감을 해소할 수 있는데요. <언더니스 메모리>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결국 복잡한 이야기가 다소 황당하게 해결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죠. 그리고 이 부분이 구성의 기술적 아쉬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음악과 안무 그리고 무대와 음향시설
장르의 특성상 격렬하고 짜임새있는 안무까진 필요없는데요. 그러나 <언더니스 메모리>의 안무는 상당히 격렬(?)합니다. 좋게 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무용을 보는 것 같구요. 나쁘게 말하면 좀 조잡해 보입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춤마저 잘 못춰요...
다음으로 무대와 음향시설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구성과 표현이 전부 좋지 않은 편이라 뮤지컬의 완성도는 급격히 떨어지는데, 마지막으로 무대와 음향시설이 정점을 찍어줍니다.
여태 여러 뮤지컬을 관람했지만 이처럼 음향시설이 엉망인 곳은 처음 보았습니다. 첫 곡은 마이크가 켜지지 않은 것인지 주변 배경음에 보컬이 묻혀버렸구요. 그 후에도 소리가 뭉게지고 안에서 울리는 느낌이 들어 무척 답답했습니다. 아무리 음악을 무던하게 듣는 편이라고 하지만 이건 좀 정도가 지나치더라구요. 중간에 나가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결론
극을 끌어가는 요소는 적절히 활용되었습니다만, 그 외의 부분이 너무나 아쉬운 <언더니스 메모리>였습니다.
+
사족으로, 이 연극의 키워드가 '선택'이라는 글을 프로그램에서 보았습니다. 관객으로선 동의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주제의식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는 생각은 들더라구요.
++
왜 부제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작품'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창작 뮤지컬이 '말아먹는'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소리였습니다. 충공깽...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뮤지컬, <위키드> - 환상적인 뮤지컬
- 뮤지컬, <화랑> - 너무나 영리한 연극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몸을 관통하는 카타르시스
- 뮤지컬, <스페셜레터> - 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시다.
- 뮤지컬, <싱글즈> - 명랑한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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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어색했다는 것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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