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 맛깔나는 연극.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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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
조재현, 박철민, 정은표, 배종옥 외 출연, 2014.
조재현, 박철민, 정은표, 배종옥 외 출연, 2014.
레이니아입니다. 무척 오랜만에 연극에 관한 글을 적는 느낌입니다. 2012년에 절정을 달렸던 연극에 대한 관심은 점차 시들해져 요새는 연극을 통 보러 가지 않게 되네요. 물론, 여기에 결정적인 이유는 볼만한 연극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 때문입니다. 예전부터 지적해왔던 가벼운 상황극 중심의 연극이 대학로를 뒤덮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대학로에 올라가면 판치는 수많은 호객꾼(+ 별 볼 일 없는 공연)과 소셜커머스를 통해 범람하는 가격과 내용이 모두 저렴한 연극. 그리고 헐벗은 포스터와 난잡한 성인 코드 등… 포스터나 소개문구만 보더라도 보고 싶지 않은 연극이 치고 넘치는 요즘입니다.
게다가 대학로에 예전처럼 자주 갈 수 없게 되면서 더더욱 연극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었는데요. 그러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지인이 초대받은 연극에 덤으로 들어가 괜찮은 연극을 보고 올 수 있었습니다. 그 연극은 바로 <그와 그녀의 목요일>입니다.
(수현재 씨어터)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대학로에 있는 ‘수현재 씨어터’에서 상연 중이었습니다. 연극에 대한 정보는 전혀 듣지 않고 가는 게 제 연극을 보는 방법이므로 아무런 정보 없이 방문했는데요. 장소마저 생소하여 조금 살펴봤더니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더라고요. 배우 조재현이 형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합쳐 세운 중극장이었습니다. 그럼 곧바로 감상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어떻게 소통하는가?
이러한 ‘소통’은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서 3가지가 일어납니다. 첫 번째는 과거와 현재의 소통, 두 번째는 그와 그녀의 소통, 세 번째는 부모와 자식의 소통입니다. 이 소통이 얽히고설켜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서사를 만듭니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를 보면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소통은 ‘그’와 ‘그녀’의 소통입니다.
(수현재 씨어터)
역사학 교수나 책임감이 없는 ‘그’, 정민. 죽음과 맞닿은 종군기자인 ‘그녀’, 연옥. 이 둘은 20대부터 만나 50대인 지금까지 친교를 유지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친구 이상 연인 이하 정도의 미묘한 관계인데요. 이들의 관계가 어정쩡하게 고착된 이유는 정민과 연옥의 문제에서 기인합니다.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은 정민과 스스로 솔직하지 못한 연옥은 서로의 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오해)하고, 스스로 해결하려 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앙금으로 남는 것이죠. 그리고 이 앙금으로 형상화된 존재가 정민과 연옥의 아이인 이경입니다. 그리고 이경 역시 이들의 문제에서 이어진 소통의 문제를 겪고 있지요.
이 복잡한 소통의 장애는 연옥이 처한 상황을 통해 해결의 단초를 보입니다. 성장으로 넘어가 계속 이야기해볼게요.
(그와 그녀의 목요일)
소통이 성장이다.
과거의 연옥이 ‘시대의 책임감’이라 이름 짓고 감춘 ‘아집’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었다면, 현재의 연옥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비로소 정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연옥과 정민은 관객에게 이야기를 걸 수 있는 인물이지만, 주로 자기 생각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은 ‘연옥’입니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 무대)
그러던 연옥이 자신의 ‘생각’만을 이야기하지 않게 되면서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 변화의 폭은 그녀가 남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그 양과 비례합니다. 결국, 연옥은 과거의 자신을 인정하고 이 ‘인정’이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즉,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대한 대답은 ‘상대방을 오롯이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죠.
연옥의 자기, 그리고 타자에 대한 인정은 후에 그녀의 편지로부터 읽을 수 있습니다. ‘네가 부럽고 질투 난다.’ 와 같은 표현은 그녀가 그녀의 감정에 솔직해졌다는 방증이 될 수 있겠죠.
극과 연기의 앙상블
(오늘의 캐스트)
연기도 연기지만, 사실 제가 무척 인상 깊었던 것은 극의 완성도였습니다. 극이 ‘맛깔 난다’고 해야 할까요. 대사가 유려하고 상황을 정확히 비유하고 있었습니다. 소위 ‘내공이 있는’ 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꺼이 작가의 팬이 되고 싶을 정도로요. 완성도 있는 극작품에서 나온 완성도있는 연극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서 호평을 받은 연극이라 하는데, 그 말이 충분히 수긍 갔지요. 관객 중에서 중년의 비율이 높아서 좀 의아했었는데, 연극을 보고 나니 확실히 젊은 사람들보다는 조금 나이 든 중년에게 더 큰 울림이 있을 법한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만에 연극을 보았습니다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무척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저야 덤으로 따라갔지만, 실제 연극의 가격은 50,000원의 조금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격이 아깝지 않다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보고 왔는데요. 2시간에 가까운, 연극으로서는 조금 긴 시간의 연극이었지만, 조금도 지루하다거나 하는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보고 올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권태기에 빠진 제 대학로 연극 사랑에 조금 열기를 불어넣어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무척 재미있었고, 대사 하나하나를 음미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연극이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후기의 레이니아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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