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공식에 충실한 가치 있는 전시 : 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제게 있어 전시회의 프레임을 바꿨던 전시를 꼽자면 대림미술관의 전시를 꼽고 싶습니다. 벌써 10년 전이네요. 칼 라거펠트 전으로 처음 접한 대림미술관의 전시는 그동안 '엄숙함'으로만 느껴졌던 전시회를 새로운 공간으로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짧은 호흡으로 여러 전시를 볼 수 있던 점 또한 대림미술관의 전시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림미술관의 전시 공간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015년에 대림미술관 설립 20주년을 맞아 대림미술관의 부속관으로 시작한 디뮤지엄(D Museum)은 한남동에 있다가 최근 서울숲 인근으로 이전했습니다. 이곳에서 개관 특별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를 열었습니다.
대림미술관의 성공 공식
대림미술관의 성공공식(?!)은 최근 전시회의 트렌드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이라는 단어도 벌써 등장한 지 수년이 된 단어지만, 이 단어에 참 잘 어울리는 공간이 대림미술관이고, 또 그 흔적을 10년전에 발견할 수 있었다는 걸 되짚어 보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합니다.
이번 <어쨌든, 사랑:Romantic Days>(이하 어쨌든, 사랑 전)은 개관 특별전인 만큼 갈고닦은 성공공식이 잘 이뤄진 공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전시는 사랑, 혹은 로맨스의 다양한 순간과 감정을 사진, 만화, 일러스트레이션,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통해 풀어냈습니다. 다양한 장르인 만큼 무척 감각적인 공간이라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Romantic Days
어쨌든, 사랑 전은 계단을 오르며 사랑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조망합니다.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름 또한 독특한데요. 관람객은 '사랑인지도 모르고 서툴고 수줍었던 그 때'부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를 돌게 됩니다.
다양한 사진, 그림, 설치 미술도 눈길을 끌었지만, 개인적으로 국내 만화 거장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던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어렸을 때는 '순정만화'라고 치부하며 애써 눈길을 돌렸던, 그때 그 작품들의 면면을 새로운 형태로 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공간을 사진으로 소개하는 누를 끼치진 않겠지만, 작품 외 이를 감상하는 공간 또한 많은 신경을 썼다는 걸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전시 공간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M3으로 올라가 만나는 섹션4, '애타게 다시 만난 그 날' 구역에 있는 양지윤 작가의 행잉 오브제가 인상깊었습니다. 날이 좋은 날 더 예쁘게 보이리라 생각하는데, 이는 외부의 환경까지 작품의 요소로 삼은 의도된 연출이겠죠?
또한, 만화 거장들을 제외한 기타 작가들의 연령대가 그리 높지 않은 점도 재미있는 요소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전통적인' 요소보다 보다 실험적인 요소가 부각된 느낌이었습니다. 어쨌든, 사랑 전이 '사랑과 로맨스'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모아둔, 콘텐츠 큐레이션이 되다 보니 작가의 매력적인 작품만 만나볼 수 있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사랑
'어쨌든, 사랑'이라는 이름처럼 이번 전시는 사랑의 몽글몽글한 감정부터 이별의 아린 감정, 그리고 나아가 이를 모두 극복한 이후의 감정까지가 모두 '사랑'이라고 정의하며, 이 모든 순간이 인생의 찬란한 순간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 안의 연애 세포가 힘을 잃었다고 생각하면, 다시 한번 자극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전시라고 생각하고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몽글몽글한 그 느낌을 만들 수 있는 전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혼자보단 둘이 같이 갔을 때 어울리는 전시겠네요.(포토존도 두 사람이 있을 때 빛이 납니다.)
이번 전시는 10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새로워진 디뮤지엄은 그 규모가 무척 큰데요. 전시 외에도 다목적홀, 루프탑 등을 갖춰 교육 센터와 뮤지업 숍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서울숲은 이미 좋은 데이트 코스 중에 하나죠. 디뮤지업은 서울숲을 방문할 하나의 이유를 더해줄 장소이자, 데이트 코스에 힘을 실어줄 장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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