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역을 누르면 첫 페이지로 이동
레이니아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레이니아

페이지 맨 위로 올라가기

레이니아

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책, <마왕> - 과연.

  • 2012.02.29 06:00
  • Culture/책(Book)
글 작성자: 레이니아
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왕
이사카 코타로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2006

장르 소설과 라이트 노벨의 사이
  <마왕>은 장르가 애매한 편이다. 일본소설 특유의 가벼운 문체나 캐릭터중심의 구성을 보자면 라이트노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라이트 노벨의 정의[각주:1]를 고민해 본다면 장르 소설에 두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가 하나의 장르로 정의되지 못했기 때문에 장르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봤자 무의미하리라 싶다. 아무튼 이런 소설이 있다고 하자.

  <마왕>은 겉표지만큼이나 무척 독특하다. 300여 쪽의 꽤 많은 분량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소설 특유의 가벼운 문체나 캐릭터중심의 구성은 방금 위에서 이야기를 했던 특징 때문에 한시간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여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다루고 있는 주제가 단순하냐고 물으면 또한 그렇지 않다.

  스스로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성했다는 <마왕>. 무슨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일까.

진지한 주제와 신선한 접근
  <마왕>은 크게 안도&준야 형제와 이누카이가 대결하는 구도를 그리고 있다. 캐릭터가 강조된 구성 속에 담긴 주제는 '파시즘'이었다. 실제로 소설 내에서 '이 사람이 파시스트다!'라고 등장하진 않지만, 반동인물로 설정된 캐릭터는 파시즘을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고 주인공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은 초능력인데, 하나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말을 말할 수 있게끔 하는 복화술과 1/10 확률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다소 황당한(?) 설정을 가지고 무거운 주제를 다룸으로써 무거운 주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 같아서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유야 어쨌건, 파시즘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성공적이라고 본다.

  반면에, 이는 자칫 잘못하면 겉멋만 들어있다는 인상을 주기가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아쉽게도 책이 갖고 있는 가벼운 문체는 이러한 의혹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였다. 작가는 '파시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깨너머로 들은 지식을 주워넘기는 듯한 느낌이 들게끔 하는 것을 의도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겉멋만 들어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꽤 치명적인 단점이다.

주제의식의 부족
  일전에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내가 일본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고 한결같이 지적하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주제의식이 날카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마왕>에서도 그렇다.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게속 등장하고 작가는 독자에게 이야기를 계속 던지지만 이것을 결말까지 끌고 가서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두루뭉실 끝내버린다.

  오해하지말자, 오픈 결말이라는게 문제가 아니다. 굳이 다른 일에 비유하자면 어떠한 사건에 문제제기조차 제대로 하지못하고 '무엇이 문제일지도 모른다...'라고 이야기하고 끊어버리는 경우 정도가 되겠다. 결국, 소설의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소설 내용을 빗대어 보자면 '이러면 되지 않을까나?'라는 말을 내뱉는 생각이 결여된 군중들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고 비판하면서 소설이 '이러면 되지 않을까나?'라는 식으로 끝나버린 꼴이다.

뒷심이 부족한 소설
  아무래도 주제의 무거움을 가벼운 문체와 장르적 요소로 끌고 가려다보니 힘이 부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글을 끌고 온 작가의 필력에 놀랐다. 하지만 결국 힘이 떨어지는 바람에 용두사미가 되어버렸고, 틈틈히 등장하는 주제와 관련된 부분이 스트레이트에 가깝게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독특한 소설이며 마치 2권을 암시하는 듯한 결말이라는 조언을 듣고 소설을 읽은 후 든 생각은 '과연.'이었고, 결국 이 포스트의 부제가 되었다. 정말 '과연 그렇다.'

  덧붙여. 작가의 다른 소설 '그래스호퍼' 등의 세계관가 섞인 '쥬브나일 리믹스' 버전의 만화책이 있다. 조금 이상하게 이야기가 빠지긴 하지만 꽤 재미있으므로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쥬브나일 리믹스인만큼 주인공이 청소년으로 설정되어 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책, <라라피포> - 사람으로 이루어진 정글 속에서
- 책, <손가락 없는 환상곡> - 애정이 듬뿍 담긴 소설
- 책, <그날이 오기전에>
- 책, <동급생>
- 책, <모든 것은 바다가 된다> - 정말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다.




  1. 현재 정확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았다. 위키백과-라이트 노벨을 참조할 것. [본문으로]

'Culture > 책(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지금은 연애중> - 키스데이에 키스만 하지말고 배려를 배워봐요.  (18) 2012.06.14
책, <사무라이정신은 거짓이다!> - 논리에 대해서 생각하다.  (26) 2012.05.30
책, <라라피포> - 사람으로 이루어진 정글 속에서  (2) 2011.11.04
책, <풀이 눕는다> - 뭘까 이소설은...  (10) 2011.11.03
책, <설계자들> - 간만에 읽은 신선한 책  (10) 2011.11.02

댓글

방문자 정보

이 글 공유하기

  • 구독하기

    구독하기

  • 카카오톡

    카카오톡

  • 라인

    라인

  • 트위터

    트위터

  • Facebook

    Facebook

  •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

  • 밴드

    밴드

  •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 Pocket

    Pocket

  • Evernote

    Evernote

다른 글

  • 책, <지금은 연애중> - 키스데이에 키스만 하지말고 배려를 배워봐요.

    책, <지금은 연애중> - 키스데이에 키스만 하지말고 배려를 배워봐요.

    2012.06.14
  • 책, <사무라이정신은 거짓이다!> - 논리에 대해서 생각하다.

    책, <사무라이정신은 거짓이다!> - 논리에 대해서 생각하다.

    2012.05.30
  • 책, <라라피포> - 사람으로 이루어진 정글 속에서

    책, <라라피포> - 사람으로 이루어진 정글 속에서

    2011.11.04
  • 책, <풀이 눕는다> - 뭘까 이소설은...

    책, <풀이 눕는다> - 뭘까 이소설은...

    2011.11.03
다른 글 더 둘러보기
책, <라라피포> - 사람으로 이루어진 정글 속에서
이 글은 어떠세요?

책, <라라피포> - 사람으로 이루어진 정글 속에서

정보

레이니아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레이니아

  • 레이니아의 첫 페이지로 이동

검색

메뉴

  • 전체 글 보기
  • 방명록

카테고리

  • 전체 글 보기 (2495)
    • 새로운 소식(Article) (440)
    • IT (1223)
      • 맥 & iOS(Mac & iOS) (178)
      • 안드로이드(Android) (260)
      • 윈도우(Windows) (89)
      • 블랙베리(BlackBerry) (27)
      • 카메라(Camera) (71)
      • 오디오(Audio) (101)
      • 게임(Game) (52)
      • 액세서리(Accessory) (315)
      • 웹 & 서비스(Web & Service) (128)
    • Culture (350)
      • 영화(Movie) (65)
      • 연극(Drama) (99)
      • 책(Book) (41)
      • 전시(Exhibition) (46)
      • 행사(Event) (99)
    • Hobby (302)
      • 여행(Journey) (67)
      • 음식(Food) (111)
      • 공부(Study) (24)
      • 기타 취미(Etc) (100)
    • Daily (180)
    • 관리 (0)

댓글

  • [승인대기]
  • 저랑 똑같으셨네요. 저는 오른쪽 위아래를 다 뽑았는데 뽑고나서가 더 힘들⋯
  • 전원을 끈 아이패드의 홈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전원을 켜면 됩니다. 애⋯
  • 교통카드 기능은 아이폰에 부착 시 활용하기 위함입니다. 폴드에 연결 시⋯

정보

레이니아의 레이니아

레이니아

레이니아

공지사항

  • 공지 - 1. 레이니아 연락처
  • 공지 - 2. 블로그 이용안내
  • 공지 - 3. 저작권 안내

블로그 구독하기

  • 구독하기
  • 네이버 이웃 맺기
  • RSS 피드
Powered by Tistory / Kakao. © 레이니아. Designed by Fraccino.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