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이다' - 잘 만든 뮤지컬.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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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다
소냐, 차지연, 김준현, 최수형, 정선아, 안시하 외 출연, 2012
소냐, 차지연, 김준현, 최수형, 정선아, 안시하 외 출연, 2012
레이니아입니다. 결산은 잘 보셨나요? 원래 어제 올라갈 포스트가 있었지만(미리 보신 분도 계시지만) 사정상 엄청나게 딜레이되었어요…(…) 덕분에 빵꾸가 휑하니 난 하루였네요…
오늘은 2012년의 대미를 깔끔하게 장식해준 뮤지컬 <아이다>에 대한 소감을 남겨볼까 합니다. 뮤지컬 <아이다>는 신도림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올해 4월 28일까지 상연하고 있는데요. 2012년이 가기 전에 봐야 할 일이 있어서 날을 고르고 고르다가 12월 30일에 보고 온 공연이 되겠습니다.
신도림 디큐브 아트센터는 처음 가는 곳이라서 어떠한 정보도 없이 방문했는데요. 신도림 디큐브 시티에는 뭐 사러 가끔씩 들렸던 곳이라서 낯설지 않은데 디큐브 아트센터는 무척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자리에 앉아서 무대를 보니 상당히 괜찮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무튼, 극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캐스트 표입니다.)
뮤지컬 아이다
디즈니의 대표적인 뮤지컬 중 하나죠. <라이온 킹>의 작곡과 작사를 맡았던 엘튼 존과 팀 라이스는 이후에 <아이다>에서 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2000년 초연 당시 디즈니가 여태 만들었던 뮤지컬이 <미녀와 야수>와 <라이온 킹>이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최초로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원작이 아닌 뮤지컬을 제작한 결과물이 <아이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른 공연도 다양한 기록을 세워왔지만 뮤지컬 <아이다> 역시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고 하네요. 뮤지컬 <아이다>는 2005년에 한국에서 초연되었고 이후 7년만에 서울에서 다시 공연을 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음악과 오케스트라
다른 뮤지컬도 마찬가지지만 넘버링이 다들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유독 마지막에 무대 연출과 더불어 ‘여기가 하이라이트다’라고 친절히 설명해주는 느낌이라 몇몇 부분은 살짝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제가 엄청난 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아, 오페라에서 소재를 가져왔지만 작곡을 하면서 오페라의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는 설명을 보았는데요. 그말처럼 오페라와의 접점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무척 현대적인 느낌의 곡이 많아서 신선했던 것 같아요.
정작 뮤지컬 <아이다>에서 음악이 주목 받은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았던 음악 수퍼바이저를 박칼린 씨가 맡았기 때문인데요. 뮤지컬 시작 전에 뮤지컬 무대 밑에 있는 오케스트라 부분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인사를 하는 걸 보고 관객들이 웅성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논할 정도는 되지 않으니 이 부분은 이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냥 듣기 좋았던 것 같아요.
(극장 밖에는 이런 장식이 되어있습니다.)
무대 효과
그리고 ‘이집트’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를 정확히 짚어내서 훌륭하게 묘사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무대 효과는 하나부터 열까지 상당히 인상적으로 보았습니다. 신선한 효과가 많아서 볼거리가 참 많았어요.
조명 역시 무척 독특했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부분은 조세르가 그의 수하들과 함께 부르는 넘버링 ‘Another Pyramid’인데요. 우선 각잡힌 군무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군무를 돋보이게 하는 조명이 무척 인상깊었어요. 실루엣을 강하게 드러냈다가 바닥에 그물같은 조명을 쏘아주기도 하는데요. 3단으로 분리된 배경이 착착 군무에 맞춰 움직이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어요.
제가 좀 쓸데없는 데 신경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지만, 무대 효과 하나만으로도 <아이다>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게다가 신도림 디큐브 아트센터가 지어진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아서일까요? 장비가 최신식이라는 느낌을 받아서 더욱 무대 효과가 현란해보였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깨끗한 시설의 디큐브 아트센터. 괜히 한 장 찍어봤습니다.)
신도림 디큐브 아트센터 칭찬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이었는데도, 생각보다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거리가 좁아서 시야 확보가 무척 편했습니다. 전 무려 2층에서 관람했는데도 배우들의 얼굴이 아주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고 뮤지컬을 관람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더라구요. 상당히 흡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무척 강한 인상을 받은 무대 효과를 조금 찾아봤는데요. <아이다>의 무대 디자이너는 토니상 무대 디자인 상을 받은 천재 디자이너(!) ‘밥 크로울리’가 제작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공간감을 일치시키기 위해서 의상도 함께 디자인하였다고 하네요.
노련한 배우들
아이다 역은 소냐와 차지연이 더블 캐스팅되었습니다. 저는 차지연 쪽을 선호하는 일행이 있어서 차지연이 나오는 일정을 확인하여 예매 후 관람하였습니다. 소냐의 경우 일전에 뮤지컬 <마리아마리아>에서 본 적이 있었습니다. 무척 예전이긴 합니다만, 썩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도 군소리없이 일행의 의견에 따랐구요.
그렇게 본 차지연의 아이다는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과 달랐던 점은 음색이었는데요. 약간 소울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하나요… 노래를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제 마음에 드는 음색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천에는 다른 사람만.. T_T)
비운의 이집트 공주인 암네리스 역은 안시하와 정선아가 더블 캐스팅되었습니다. 저는 정선아의 암네리스를 보았는데요. 우선 노래를 참 잘했습니다. 이건 두 말할 게 없구요. 제게는 음색의 기호가 정선아와 더 맞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전 오히려 암네리스에 집중하여 뮤지컬을 관람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그런지 캐릭터도 아이다보다 암네리스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았구요.
상대적으로 이집트 장군 라마네스 역의 최수형은 비중이 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비중이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관심이 많이 낮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특기할만한 사항으로 조세르가 있는데요. 이정열, 성기윤이 더블 캐스팅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뮤지컬에서 율동이 있는 배역도 아니라 넘버링에서 혼자 툭 튀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음색도 개인적으로 짜내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구요. 게다가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아서 굳이 더블 캐스팅을 할 필요가 있었나 싶더라구요.
디즈니의 뮤지컬
각 인물을 살펴보면 상당히 정형(?!)적인 인물이 떠오릅니다. 사랑에 다소 적극적이지만 한편으로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아이다를 보면 ‘포카혼타스’가 저절로 떠오르더라구요.
암네리스의 경우엔 디즈니를 넘어서서 상당히 정형화된 캐릭터 유형이긴 합니다. 저는 <위키드>의 글린다가 바로 떠올랐어요. 약간의 허영심은 있으나 실제 가슴은 따뜻한 캐릭터… 정도로 정리할 수가 있는데요.
암네리스의 경우 공주라는 지위 때문에 남들과 다르게 치장을 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허영심이 몸에 밸 수밖에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모습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혼란을 느끼는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이 부분에서 아이다와 서로 접점을 맺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나머지 인물들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인물에 대해서 이정도만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주제부분인데요. 뮤지컬 <아이다>의 주제는 결국 ‘사랑’입니다.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니 일생을 초월한 사랑이니… 하더라도 결국은 ‘사랑’이라는 대주제로 귀결되는데요. 이 사랑이 상당히 정형적이고 뻔해서 다소 단순하다는 느낌도 들어요. 그래서 저처럼 구성이나 주제에서 뭔갈 바라고 보기엔 <아이다>는 조금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무대효과와 같이 눈을 사로잡는 부분은 있지만 구성적인 부분에서 아이다가 잡히면서 시작하는 부분도 다소 뜬금없고, 아이다가 사랑에 빠지는 장면도 많은 부분이 생략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다가 여러가지 갈등상황에 빠지는 것을 하나하나 짚어 설명하다보니 1부는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앉은 좌석 뒷편에는 학생들 단체관람이 있었는데, 1부를 상당히 지겨워하더라구요. 그래서 의자를 발로 툭툭 건드리지 않나, 자기들끼리 잡담을 하지 않나… 가관이었습니다만 일단 그런 건 차치하더라도 구성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만든 뮤지컬
특히 신도림 디큐브 아트센터의 시설이 무척 괜찮아서 매우 저렴한 자리를, 뒤늦게 예매하여 겨우겨우 앉았음에도 뮤지컬을 쾌적하게 봤다는 느낌이 남을 정도여서 좋았습니다.
디즈니의 느낌이 잘 살아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약간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만, 저는 무척 괜찮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준 멋진 공연이었어요.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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