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기막힌 스캔들' - 웃음의 여운으로 사람을 속이지 말지어다.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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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트는 지원을 받아 작성된 포스트입니다.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막힌 스캔들
손남목, 김재우 연출, 이준영, 김지혜, 김성준, 김가현, 마미선 외 출연, 2013
손남목, 김재우 연출, 이준영, 김지혜, 김성준, 김가현, 마미선 외 출연, 2013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요새 유행하는 대학로 연극 중 하나죠. 연극 , <기막힌 스캔들>을 보고 온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요새는 거의 제 돈으로 보고 오거나 이벤트에 당첨되어 보고 오는 연극이 많습니다. 리뷰를 위해서 연극을 보게 되면 꼭 제 의사에 반하는(?!) 일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몇 달간 블로그 메타 리뷰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연극은 쳐다도 보지 않았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레뷰에 덜컥 지원했고, 붙었습니다!… 절 왜 뽑아주셨는지 무척 궁금합니다만… 연극을 보러 대학로 신연 아트홀로 향했습니다.
<기막힌 스캔들> 식의 연극은 엄밀히 말해 제 취향의 연극은 아닙니다. 그래서 ‘아마도 실패하겠거니…’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고 갔었습니다. 이 연극은 더불어 극단에서 하는 이벤트 때문에 어머니께서 보러 가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제 취향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에 포기했었고요. 그런데 어머니의 평이 뜻밖에도 좋아서 개인적으로 좀 놀랐었거든요.
중언부언 늘어놓아 봤자 연극에 대한 이미지는 산으로 가겠죠? 곧바로 연극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도 좀 살벌한 평이 될 것 같네요.
구조의 완결성
국내에 이 책이 들어왔는지 잘 모르겠네요. 제가 열심히 뒤져봤는데 한글로 된 책은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아무튼, 원작이 있다는 점은 기본적인 구조의 완결성을 확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원작이 있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막힌 스캔들>의 구조는 여기저기 많은 허점을 보입니다.
(많은 타이틀)
<기막힌 스캔들>의 기본적인 골격은 ‘소동극’입니다. 소동극에 대한 구성은 이미 몇 차례 말씀을 드렸었지만,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일이 사소한 사건이 겹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거짓말들이 쌓여서 외려 주인공을 곤란하게 하여 그 속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구조인데요.
이런 구조의 연극으로 유명한 극작가를 꼽자면 단연 레이 쿠니를 꼽을 수 있습니다. 레이 쿠니가 제작한 연극에 대해서도 몇 가지 글을 썼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막힌 스캔들>을 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레이 쿠니의 연극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기막힌 스캔들>을 보고서야 왜 레이 쿠니의 연극이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카타르시스의 힘’으로 축약이 될 수 있겠는데요.
레이 쿠니의 연극이나 <기막힌 스캔들>이나 목적도 비슷하고 구성도 비슷합니다. 결말도 비슷한 구성을 따르는데요. 레이 쿠니의 연극은 배우를 쩔쩔매도록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사건들이 극적으로 아귀가 맞아 해결이 되는 과정을 빠른 속도로 보여줍니다. 관객은 이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죠.
(인기가 많아서 줄도 길게 서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막힌 스캔들>은 이러한 뒷심이 많이 부족합니다. 물론 행복한 결말을 맞기 위해서 사건이 아귀가 맞아떨어지는데요. 그 ‘아귀가 맞는’ 과정이 무척 더디고 복잡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건이 얼렁뚱땅 해결된 느낌이 들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이 부분은 배우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등장할 부분이니 잠시 뒤로 미루겠습니다.
사실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기막힌 스캔들>의 구조적 완결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적 완결성이 원작이 단적인 예로 집 구조를 가지고 말장난을 치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런데 이 부분이 언급은 되지만 극 내부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요. 이런 부분을 보아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구멍이 생기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추측하게 됩니다.
(무대)
배우의 문제 역시 구조적 완결성을 저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연기를 못 했어요. 소동극의 특징이자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는 주인공이 점차 곤경에 빠질 때입니다. 그런데 곤경에 빠진 주인공이 그다지 곤경에 처한 것 같지 않았어요.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일이 꼬이고 절박함이 온몸에서 드러나는 게 배우를 보고 웃을 수 있는 점인데, 이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우스운 연극을 보면서 쓸데없이 냉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관람한 타임에서만 있었던 애드립인지는 모르겠는데, 배우가 장난삼아서 조금 과도한 리액션을 펼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배우들이 이른바 ‘빵 터져버린’ 거에요. 여기서부터 배우들이 스스로 수습하기 전까지 연기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무척 진지하게 스스로 역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던 장면에서도 조금 과한 리액션 때문에 배우들이 깔깔거리면서 연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은 본인들이 진지해야 정말 우스운 장면이 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배우들이 웃어버리니까 관객들이 오히려 웃지 못하는 우스운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자꾸 연극 구조의 완결성을 저해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 외의 사적인 것들
사진 촬영을 하지 말라면 하지 않는 게 룰이니까요. 그 시점에서 사진 촬영을 더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리뷰 의뢰를 받아서 온 것인데, 사진 촬영이 안 된다는 말인가?’ 그랬더니 그래도 안된다고 하더군요. 상식선에서 이해가 잘 가지 않았습니다. 그럴 거면 절 도대체 왜 부른 걸까요?
(사인회, 마지막 촬영 분입니다.)
<기막힌 스캔들>의 관람권 가격은 꽤 고가입니다. 저 같은 리뷰어를 이번에 10명 가까이 초대했으니 이를 기회비용으로 따진다면 꽤 고가를 투자한 셈이 되는데요. 이렇게 고가를 사용하면서 사람을 불러놓고 정작 비협조적으로 진행하셔서 좀 난감했습니다. 제가 제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공연장까지 무거운 사진기 들고와서 사진 찍는 것 아닙니다…
여태껏 자비로 혹은 의뢰로 많은 대학로 연극 관람 후기를 남겼지만, 이렇게 불러주시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무척 당황했습니다.
정리하죠. <기막힌 스캔들>은 요새 유행하는 소동극 중에서 유명하고, 또 그만큼 정형화된 패턴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추정컨대 각색자의 미숙함으로 원작이 지닌 구조적 완결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우들 역시 허점이 많이 보이고요.
수정 보완된다면 훨씬 재미있는 연극이 될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이 수정 보완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리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저는 무척 아쉽게 보고 왔습니다.
이쯤으로 <기막힌 스캔들>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까지 주변의 평이 좋아서 살짝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결과물이 별로라서 무척 아쉬웠던 <기막힌 스캔들> 관람 후기였습니다. 레이니아였습니다!:(
덧. 레뷰를 통해서 연극을 본 것은 햇수로 2년 만이네요. 그렇게 본 연극이 별로라 더 아쉬웠어요.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서툰 사람들' - 서툴다는 것.
- 연극, <룸넘버 13> - 전형적인 레이쿠니의 연극
- 연극, <대디> - 정신없이 웃을 수 있는 연극.
- 연극, <더 라인> - 힘이 부족한 직구
- 연극,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 오감이 즐거운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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