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노인과 바다' - 부유하는 이야기.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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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인과 바다
김진만 연출, 정성희, 이동준 출연, 2012
김진만 연출, 정성희, 이동준 출연, 2012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원작 <노인과 바다>를 연극으로 각색한 연극 <노인과 바다> 후기가 되겠습니다. 연극을 보고 온 지는 사질 무척 오래 됐습니다. 무려 작년에 보고 온 연극인데요… 그래서 막이 내렸으리라 생각하고 맘 편하게 글을 쓰려고 했더니 아직 상연 중이네요…(…)
긴 시간을 상연중인 연극 ‘노인과 바다’는 대학로 해오름 소극장에서 상연중입니다.
(해오름 소극장)
<노인과 바다>의 내용은 워낙 유명하고 이 작품에 담긴 주제 역시 유명해서 별달리 말을 꺼내기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다소 지지부진한 글이 되버릴 것 같습니다만, 기록에 의의를 두고 가볍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인극
다행히(?!) 청새치가 배역에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이 다른 한 배역을 맡았는데요. 이 소년이 실제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기 때문에 연극의 서술자 역할을 부여하여 그때그때 다른 임무를 주어 노인의 상황을 실감 나게 그려내도록 하였습니다.
연극 <노인과 바다>는 매년 진행하는 2인극 페스티벌에서 수상 전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2인극에 대한 이야기는 여태 많은 리뷰를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말씀드린 적이 있기 때문에 굳이 다시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
2인극은 서사가 인물에게 집약되어있어 무척 밀도 있는 연극을 볼 수 있지만,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기 쉽다는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를 몸소 체험하게 해준 작품이 <노인과 바다>이고요.
(노인과 바다)
<노인과 바다>에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 ‘청새치’와의 대결(?)을 관객동원으로 메꾸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청새치는 연극에서 하나의 종이 인형으로 나옵니다. 청새치를 만들어낸 아이디어 자체는 칭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청새치가 외형이 상당히 우습습니다.
그리고 이 청새치와 힘 대결을 하는 장면을 왜 관객들을 동원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관객 3명에게 동아줄을 잡으라고 시키고 노인과 억지 힘 싸움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이 장면에서 웃음코드를 끌어오는 부분은 연극의 내용, 그리고 나아가서는 연극의 주제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무의미한 웃음코드의 남발과 관객을 불필요하게 동원하는 장면의 반복은 <노인과 바다>를 하나의 아동극으로 전락시킵니다. 학예회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저는 이런 부산스러움이 연극의 완성도를 심각하게 깎아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헤밍웨이, 그리고 '노인과 바다'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가 쿠바의 어부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쓴 소설로, 스스로 가장 잘 쓴 작품이라고 평했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결국, 이 소설로 헤밍웨이는 퓰리처상, 그리고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노인과 바다>의 내용은 연극 <노인과 바다>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실은 우리가 <노인과 바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느냐… 라는 겁니다.
저도 물론 학창시절에 소설 <노인과 바다>를 읽어보았지만, 그 당시에는 오히려 청새치와 싸우는 틈틈이 노인이 했던 일들ㅡ이를테면 돌고래를 잡아서 식량으로 쓰는 것. 그러면서 돌고래는 너무 단 고기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네요ㅡ이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소설에 담긴 좀 더 깊은 뜻을 잡아내진 못했던 것이죠. 겉으로 노출된 스토리에서만 겉돌고 말았던 것입니다.
(청새치)
그 때의 제가 이 <노인과 바다>를 봤다면, 소설을 무척 잘 옮겨낸 재미있는 연극이라고 평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겉으로 도는 그 내용만 연극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달리 말하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실제 주제가 누락되었다는 이야기죠.
인터넷의 짧은 글을 찾아보면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점은 49일간이나 물고기를 잡지 못했으나 매일같이 낚시를 준비하고, 또 고난을 만났을 때 전심전력을 다하여 마주하는 점. 그리고 결과적으로 원하는 성과는 얻지 못했지만, 다시 자신의 소일을 묵묵히 준비하는 점을 비추며 ‘노인’을 통해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깨달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나 연극을 보면서 이러한 부분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극 <노인과 바다>를 보면서 무척 아쉬웠던 점은, 연극이라는 방식이 주제를 담을 수 없는 게 아님에도 연극이 내용 전달에 치우쳐 실제로 담아야 할 주제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2인극 페스티벌에서 상을 탔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는 기대하면서 봤지만, 개인적으론 무척 아쉬웠습니다. 2인극이어서 아쉬웠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다만 극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3월까지 상연 중인데, 저라면 굳이 찾아가서 볼 필요는 없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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